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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858055
    작성자 : MACHIAVELLI
    추천 : 2
    조회수 : 691
    IP : 119.70.***.11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05/19 10:41:52
    http://todayhumor.com/?freeboard_858055 모바일
    임신과 출산의 가치
    요즘 여시의 '낙태충'이라든가 '태아는 기생충' 발언에 의해서 임신과 출산, 태아에 대한 가치에 대한 논란에 불이 붙었는데요. 사실 이 문제는 하루이틀 사이에 있었던 논쟁이 아닙니다. 조선 초기 최초의 여성 화가이자 여성운동가였던 나혜석(羅蕙錫, 1896년 4월 18일 ~ 1948년 12월 10일)은 '자식은 어미의 살점을 떼어먹는 악마'라고 해서 당대에 큰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여성의 천직은 임신하여 어머니가 되는 것', '임신하지 못하는 여자는 가치가 없다.', '여성의 의무는 아이를 낳는 것이고 이것이 인류에 대한 봉사다.'라는 생각이 팽배했던 당시에는 더더욱 큰 파장과 반발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나혜석은 '모성애는 천성도 아니고 의무도 아니다. 남성과 사회의 강요에 불과하다.'라고 하여 일반적으로 퍼져있던 모성애에 대한 환상에 정면으로 대항한 여성이기도 한데요. 이 글에서는 이러한 임신과 출산, 모성애, 그리고 더 나아가 낙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사실 '뱃속의 아기가 기생충처럼 느껴진다.'라든가 '자식은 어미의 살점을 떼어먹는 악마다.'라는 생각이나 감상이 전혀 생뚱맞은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본성에 반대되는 건 더더욱 아니고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였던 남성이 한 명도 없듯이,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였던 여성은 한 명도 없습니다. 물론 어머니가 될 것을 미리부터 준비했고 각오하던 사람이라면 어머니가 되는 것에 큰 충격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어머니가 될 생각도 없던 여성,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았으나 불의의 사고, 혹은 타인의 의도에 의해 아이를 가지게 된 여성은 어떨까요?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은 충격과 심각한 두려움, 여기에서 도망치고 싶은 도피감, 막막함을 느끼지 않을까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임신은 사회에 대한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입니다. 농촌사회였던 옛날을 생각해보세요. 당시 한 아이의 탄생은 새로운 노동력의 탄생과 일치했습니다. 그렇기에 여성에겐 많은 아이를 낳을 것이 강요되었죠. 또한 당시 기록이나 소설을 읽어보면 아이을 너무 많이 나아 태반이 썩고 몸을 해쳐 노년에 병이 들고 일찍 죽는 여성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보듯이 아이를 낳는다는 건 어머니의 살을 깍는 일입니다. 지금도 한 아이를 낳으면 몸의 형태가 변하고 체질이 변하고 출산 전의 몸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호소하는 여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출산은 두말할 것도 없이 '희생'입니다. 그렇기에 출산을 한 여성에게는 여러 배려가 있었습니다. 임신 중의 임산부에 대한 배려, 출산 후의 몸조리에 대한 배려, 가족의 도움, 사회적인 도움 등등 많은 부분이 그렇겠죠. 특히나 남자아이를 낳았다고 한다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이 여기에는 악영향도 있었습니다. 혼기가 찬 여성은 결혼을 해야했고, 결혼을 한 여성은 아이를 낳아야만 했죠. 즉 여성의 가치를 '아이를 낳은 여성'과 '아이를 못 낳은 여성'으로 나누고 '아이를 낳은 여성'에 더 큰 가치를 둠으로서 모든 여성을 '아이를 낳은 여성'이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과연 현대에도 이러한 기준이 통용되어야 할까요? 여기에 좋은 말이 하나 있죠. '여자가 애 낳는 기계냐.'는 말입니다.

      여성과 아이, 어머니와 아기는 반드시 상호의존적이고 호의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때로는 반목하고 때로는 아기와 출산이 여성을 억압하기도 합니다. 가령 예를 들어 나혜석은 결혼 당시 아기를 가질 생각이 없었습니다. 집안과 남편의 성화에 결혼을 하긴 했지만, 좀 더 작품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하고 난 뒤에 임신을 하고 싶었죠. 게다가 당시 나혜석은 예술가로서 가장 중요하며 작품활동이 왕성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시댁의 음모(?)로 인해 아기를 가졌고, 일단 임신한 뒤로 시댁과 친가가 한통속이 되어 아기를 낳아라 낳아라 닥달을 해서 낳게 되었죠. 이 과정을 생각했을 때 과연 나혜석에게 아이에 대한 모성애를 바랄 수 있을까요? 나혜석은 자기 뱃속의 아기가 자신의 몸을 떼어먹고, 정신을 갉아먹고, 인생을 좀먹는 기생충, 악마로 생각되지 않았을까요? 이게 과연 비인간적인 감정일까요? 오히려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를 한 번 낳으면 자기 개인 시간을 가지기까지 5년, 10년을 희생해야 하고, 독립까지 하려면 20년이 걸리며, 요즘에는 30년이 되어도 부모 밑을 떠나지 못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이런데도 과연 여성에게 '여자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천성이다. 천성에 거역하지 말고 참아라.'라고 해야 할까요?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모성애는 무조건적인 것이 아닙니다. '모성애에 신화는 없다.'라고 나혜석은 말합니다. 물론 자기 자식 안 예쁜 부모는 없고, 열 손가락 중에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자기 배에서 나온 자식, 배 아파서 낳은 자식, 자신의 고통과 희생을 통해서 세상 빛을 본 한 생명에 대한 애정입니다. 무조건적인 모성애는 없습니다. 모성애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성애를 가질 과정이나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모성애가 일어날까요? 만일 그렇다면 세상에 버려지는 많은 고아와 낙태되는 태아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도리어 모성애라는 것은 애를 낳아보지 못한, 낳을 일이 없는 남성들만이 가지고 있는 환상이 아닐까요?

      이쯤에서 마지막 주제인 '낙태'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합니다. '낙태는 산모의 권리인가? 아닌가?', '낙태는 선택인가? 불법인가?'에 대해서 많은 의견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인본주의자입니다. 모든 생명에는 가치가 있으며 태아 또한 한 생명으로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산모의 인권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이 힘을 잃어선 안 될 것입니다. '무조건 낙태는 안 된다. 아기를 가졌으면 무조건 낳아야 한다.'라는 말만큼 폭력적이고 무서운 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고아에 미혼모지만 홀로 아기를 낳고 키우는 어머니들도 계십니다. 저는 그분들이 정말 위대한 인간이고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지만 '영웅을 표준으로 삼은 사회'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일부의 천재들이 만든 사회'여야만 하지 '일부 천재들만 살 수 있도록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외면하는 사회'가 되어선 안 됩니다.

      낙태는 사악한 일이라구요? 낙태를 막아야 한다구요? 낙태는 비인간적인 일이라구요? 그렇다면 모성애와 어머니를 신성한 자리에 놓고 무조건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여성이 낙태를 생각하는지, 왜 낙태를 하는 건지 이유를 찾고 알아야 합니다. 예상치 못한 임신을 막기 위해 피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더 좋은 피임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아직 준비 되지 못한 임산부와 미혼모들, 젊은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정책을 펴야하고 예산을 편성해야 합니다. 이른바 속도위반이라 불리는 혼전성교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 되어야 합니다. 의무와 책임은 함께 가야 합니다. 왜 여성만 의무를 지게 하고 사회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겁니까? 낙태는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낙태에는 비용이 들고 위험이 따릅니다. 사회가 좀 더 여성들, 젊은 어머니들에게 관심을 주고 배려를 하고 인식을 바꾼다면 많은 사람들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건 저의 착각일까요? 말하자면 낙태가 옳지 않고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하기 위해선, 그것을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성이 자신의 환경에 상관없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단언하지만 이는 여시들의 발언을 옹호하고자 하는 글이 아닙니다. 걔네들은 여성인권의 입장에서 보면 일찍이 없었을 정도로 거대한 해악이에요. 앞으로 여성인권운동이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원래 페미나치라 불리는 인종들은 항상 있었지만, 이렇게 크게 터지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단지 이곳저곳 낙태에 대한 토론이나 여론을 볼 때, 임신에 대한 신성화나 단순화, 여자가 애를 가졌으면 무조건 낳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보이길래 쓰는 글입니다. 임신과 출산은 당연한 것이 아니에요. 막대한 희생을 치룬 기적 같은 일입니다. 오늘 시간이 되신다면 꼭 어머니에게 감사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드리세요.
    MACHIAVELLI의 꼬릿말입니다
    여성대통령이 당선되어서 산모에 대한 정책이 펼쳐질까 기대했는데 그런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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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19 10:47:23  220.86.***.226  힘내모두다  621018
    [2] 2015/05/19 11:02:03  1.215.***.99  이런거시키지마  546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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