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오브라이언이 내게 남긴 사건일지 중 하나다.)
Case 10 : 뇌심부자극으로 인한 망상증
환자는 2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FM라디오 방송국의 무선안테나에 기어올라가다가 경찰에게 붙잡혀왔다. 그녀가 굉장히 혼란스러워하며 공격적이었기 때문에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녀는 웅얼거리며 인지적인 문제를 겪기 시작했고, 우리 병원으로 인계되었다.
입원 후, 그녀는 불안증과 빈맥(110 BPM)이 있었다. 따라서 할로페리돌을 정맥에 투여하여 진정시켰다. 혈액검사 결과 다른 비정상적인 증상은 없었다. MRI 검사를 하기 전, 금속탐지기로 그녀의 몸을 스캔했는데, 신체 내부에서 강한 자성을 띄는 물체가 잡혔다. 피어싱 같은 악세사리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좌측 쇄골 부근에서 수술 흉터를 찾아냈다. (또한 환자는 숫자 19를 몸의 여러군데에 타투로 새겼었고, 바코드 같은 자동인식마크를 새겨놓았다.) 흉부 X-레이 결과, 좌측 쇄골 부근에서 체내에 이식된 장치(와이어가 목 쪽으로 뻗어 올라가있었다)가 발견되었다. 머리 X-레이 결과, 시상과 중뇌변연계, 그리고 청각 피질의 양쪽에 뇌심부자극 전극이 설치되어 있는것이 드러났다. 이것에 관하여 뇌심부전문의와 상의했지만, 그도 이러한 전극을 설치하여 뇌심부에 자극을 주는 방식은 처음본다고 말했다. CT 스캔 결과 뇌병변은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뇌심부에 전극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확인되었다.
환자의 공격성은 할로페리돌로 진정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정신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그녀는 혼란스러워했으며, 시간, 사람, 장소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정신증과 우울증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빈번하게 "외로움"이나 "차단된" 느낌을 호소했고, 자신의 언니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의 친지들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으나, 환자의 운전면허증이 가짜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우리 병원의 뇌심부전문의는 뇌에 자극을 주는 장치과 전극을 자세히 검사했다. 하지만 그 결과와 의학논문에서는 저런 양상을 보이는 뇌심부자극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본다는 결과만 나왔다. 또 그는 X-레이 결과에 나타난 자극장치의 모양도 처음보는 것이라 밝혔고, 다른 원격검사장치로 검사를 해보았지만 해당 장치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다. 따라서 그 장치가 라디오 안테나의 RF간섭에 어떠한 피해를 입었거나, 테이저건에 맞았을 때, 망가진 것일 수도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어서 올라ㄴ제핀을 투여약에 추가하는 항정신치료가 실시되었다. 따라서 환자와 조금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지만, 그녀의 우울증이나 정신증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환자는 "이렇게 살 수는 없어요."[원문], "이건 부자연스러워요."[원문], "언니가 보고싶어요."[원문] 등의 말을 했다. 그녀는 "난 이전의 내가 아니예요. 난 하나의 조각에 불과해요. 작은 부스러기거나. ㅈ 같은 모래알갱이라고요."[원문]라고 말하며, 심각한 인지장애를 호소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신증상으로 보아 인지검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으나 그녀의 말과는 달리 인지기능은 대부분 정상인 것 처럼 보였다.
뇌심부전문의는 환자의 전극이 설치된 위치로 보아, 뇌심부 자극이 어떤 정신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시작된 것일 수 있다는 소견을 보였다. 그리고 우리의 논의는 뇌심부에 들어있는 전극과 장치를 수술적으로 조사해 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환자가 입원한 지 7일 째 되는 날, 전신마취 후에 수술이 시작되었다.
수술 결과, 자극 장치는 널리 알려진 모델이 아니었다. 장치에 어떠한 시리얼번호나 제조마크도 보이지 않았다. 목 위로 올라가는 와이어는 튼튼해보였다. 그러나, 와이어 한 가닥이 쇄골 밑으로 내려가서 심박조율기와 비슷하게 생긴 장치에 연결되어 있는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장치 역시 시리얼번호나 제조마크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멀쩡해보였다. 그러나 이 장치와 전극을 이어주는 와이어는 경찰에 체포될 때 격한 움직임에 의했거나, 테이저건으로 견령을 일으킬 때 망가진 것 같았다. 검사 결과, 이러한 장치들은 보통의 뇌심부자극용 장치와 와이어였기 때문에, 다른 평범한 모델로 교체되었다.
수술 후, 환자의 정신상태는 급격하게 호전되었다. 뇌심부자극 수신코일은, 자극장치와 와이어로부터 전기신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의 기분도 호전 되었고, 약간의 망상증이 남아있었지만 시간, 사람, 장소를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정신과 면담을 하던 중, 그녀는 잘못 된 신원을 이야기 하며 계속 자신을 "사람"이 아니라 "마디"라고 표현했다. 더 이상의 설명은 거부했지만 그녀가 계속해서 "나", "나의", "내 것"이라는 표현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마디"라는 표현만 사용하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뇌심부에 심어진 자극장치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이 장치가 자신의 몸 안에 이식된 사실 자체는 알고 있는 듯 했다. 12 번째 날 밤, 정신상태의 악화 없이 항정신병 약 투여를 중지했다.
15 번째 날, 병원에 자신을 환자의 언니라고 밝힌 여성이 나타났다. 그녀는 자신과 환자의 신분증을 보여주였다. 그녀는 의료팀에게 그녀의 상태에 관한 얘기도 듣지 않고, 오직 그녀를 퇴원시켜달라는 요청만 했다. 환자가 라디오 방송국에 불법침입한 것은 뇌심부자극장치의 오류로 인한 결과로 밝혀져, 경찰은 그녀에게 죗값을 물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16 번째 날, 환자는 그녀의 언니의 요청대로 의료장치를 모두 떼어내고 퇴원하였다.
그녀의 퇴원 후, 환자를 담당했던 간호사가, 그녀의 언니 역시 환자와 비슷한 문신을 한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 숫자가 "18"이었다고 했다. 또한 그녀도 역시 환자와 똑같이 쇄골 부근에 수술흉터가 있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다. 우리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추측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후로 환자의 행방은 묘연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