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재벌 준조세' 16조 원 없애려 했다? [오마이팩트] 이재명 후보 '대기업 준조세 폐지' 주장은 '대체로 거짓' "(문재인 전 대표가) 재벌 준조세 16조 4천억 원 없애겠다고 했는데 진심인가?"(이재명 후보) 이재명 후보와 문재인 후보 사이에 대기업 준조세 폐지 논쟁이 벌어졌다. 이 후보는 3일 오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진행한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후보 경선 합동토론회에서 문 후보가 제안한 '대기업 준조세 금지법'을 문제삼았다.
문 후보는 지난 1월 10일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3차 포럼-재벌적폐 청산 좌담회'에서 "대기업이 2015년 한 해에만 납부한 준조세가 16조 4천억 원에 달한다. 법인세의 36%에 해당하는 규모"라면서 "대기업 준조세 금지법을 만들어 정경유착의 빌미를 사전에 차단하고 기업을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안타깝게도 문 후보는 재벌개혁을 말하는데 실제 내용을 보면 재벌에게 이익을 주거나 재벌들과 인적 관계를 심하게 맺는 게 보인다"면서 '대기업 준조세 금지법'을 거론했다. 이 후보는 "(대기업 준조세 가운데) 비자발적 기부금은 1조 4천억 원이고 개발이익부담금 같은 법정부담금이 15조 원"이라면서 "이걸 폐지하겠다는데 진심이냐? 착오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문 후보는 "준조세라는 의미를 (이 시장이) 약간 오독한 거 같다. 우리가 문제삼는 건 법에 근거하지 않는, 정경유착으로 오가는 돈"이라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들인 돈, 전두환 정권 당시 퇴임 이후를 대비한 일해재단 출연금 등을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전경련에서 준조세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문 후보가) 분명 준조세를 폐지한다고 했다"면서 "그 가운데 15조 원은 법으로 정해진 부담금이다. 그 15조 원을 감면한다고 했다"고 거듭 지적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오마이팩트> 확인 결과 문 후보가 대기업 준조세 16조 원을 모두 없애려 한다는 이 후보의 지적은 사실이 아니었다. 문 후보가 자발적 기부금을 문제삼으면서 법안 이름을 '대기업 준조세 금지법'이라고 포괄적으로 정하고, 대기업 준조세 전체 금액인 16조4천억 원을 거론해 확대 해석의 빌미를 제공하긴 했지만, 법정 부담금까지 모두 없애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 따라서 이 시장의 발언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이날 논쟁도 두 사람이 준조세 개념과 폐지 범위를 서로 달리 해석한 데서 비롯됐다. '준조세'란 조세는 아니지만 기업이 세금처럼 내는 돈으로, 사회보험료에서 사업자가 부담하는 돈, 개발 지역 학교용지부담금, 환경개선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같은 각종 법정 부담금, 비자발적 기부금 등을 포괄한다.
문 후보는 이 가운데 그동안 정경유착 수단으로 악용돼온 비자발적 기부금을 주로 문제삼았다. 문 후보는 이날 "준조세 16조 원도 그 정도로 금액이 많다고 얘기한 것이고, 법상 근거가 없는, 권력의 힘으로 강요해 받아내는 걸 말한 것"이라고 법정 부담금과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다만 문 후보도 "법정부담금이 국회 예산 심의 통제를 벗어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건 되짚어야 할 부분"이라며 일부 법정부담금을 정리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는 그동안 전경련을 비롯한 대기업에서 요구해온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후보는 문 후보가 법정부담금 15조 원까지 포함한 16조4천억 원을 언급한 점을 들어 대기업 요구대로 합법적인 준조세까지 모두 없애려 한다고 확대 해석했다.
다만 이 후보는 난 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르 기부금 얘기라고? 그런 건 원래부터 금지라 폐지 법률이 필요하지 않고, 16조 4천억 원 중 1조 3천억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의 제안 취지를 받아들이더라도 '준조세 금지법'은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 후보 지적대로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기부금이 아닌 뇌물로 본다면, 금지법은 따로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