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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신당 2 : 인면목(人面木)의 저주(詛詋) 4/4 ※ 봉신당의 지난 이야기를 읽지 않고 보아도 무방하다 생각하나, 전 작인 '봉신당 : 덕은 덕으로 업은 업으로'와 '귀향(歸嚮)'을 보신 후 읽으신다면 더 좋습니다. [단편] 봉신당 : 인면목의 저주 1/4 ▽▽▽클릭▽▽▽ [단편] 봉신당 : 인면목의 저주 2/4 ▽▽▽클릭▽▽▽ [단편] 봉신당 : 인면목의 저주 3/4 ▽▽▽클릭▽▽▽ [단편] 봉신당 : 德은 德으로 業은 業으로 ▽▽▽클릭▽▽▽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85617&s_no=11561208&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61638 [단편] 귀향(歸嚮) : 도꾸 ▽▽▽클릭▽▽▽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85586&s_no=11554122&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61638 ※ 미리 말씀드립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코믹호러판타지소설을 지향하나 전개방식과 화자(話子)탓에 다소 코믹할 수 있습니다. ※ 일부 혐오스러운 사진이 포함되어 있을수 있습니다. “제 이름은 사희(蛇嬉)예요... 오빠!” 1. 말로만 듣던 육탄공세! 나의 매력에 푹 빠진 재벌 3세, 막대한 금액의 상속녀일지 모를 이 아름다운 여자가 내 품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나의 가슴팍에 느껴지는 이 물컹한 감촉! 말해 무엇 하랴! 엔돌핀과 테스토스테론이 솟구친다.
[으아아아! 어머니 감사합니다! 이렇게 잘생기고 멋지게 낳아주신 덕에, 이 아들! 드디어! 드디어! 대어를 낚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환희의 팡파레가 터져 올랐다. 인생 역전, 거기에 아름다운 여자와의 장밋빛 스캔들까지! 평범한 삼류잡지사의 신입기자 이청연과 미모의 재벌3세 사이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세기의 커플-남자 신데렐라 이청연, 재벌3세녀와의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 제목만 봐도 설레는 가쉽기사 헤드라인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난다. 정통 시사 연애 잡지? [월간 선데이]가 다 뭐냐! 이제 난 내 이름을 건 신문사도 차릴 수 있다! [청연 일보] [청연 신문] [청연 메거진] [청연 코스모폴리탄] [청연 타파] 장밋빛 환상이 한 떨기 장미처럼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무르익어 갔다.
“오빠 나 이래도 되는지 몰라...”
그녀의 여리여리한 섬섬옥수 같은 손가락이 들려지더니,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하나하나씩 바닥에 떨군다. 으아아아!! 저 살결! 저 목선! 저 쇄골라인! 그... 그리고...
[저 탐스러운 풍만한 가슴!!]
“돼! 돼! 돼! 다 돼! 고민하지마! 마음 가는대로 하는 거야 사희? 오빠랑 가자! 응? 지구 끝까지 그냥 오빠랑 가자 응? 사희야 어디가! 왜 갑자기 문쪽으로 가니?” “오빠는 참! 누가 들어오면 어떻게 해! 문을... 잠궈야지!” “그래! 그래! 그렇지! 누가 들어오면 산통이 다 깨지고, 잘 못해서 가족 분들이 들어오기라도 하면 난 뭐냐 죄송합니다. 하고 죽도록 두드려 맞다가 끌려가서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렇지! 조심해야지! 우리 애기! 용의주도하기도 하징!!”
갑작스레 나를 두고 문 쪽으로 걸어가던 사희는 다급한 손길로 화장실의 문을 잠그더니, 다시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곤 차고 있던 브래지어의 후크를 푼다.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진 자줏빛 브래지어! 그 추락과 함께 나의 이성을 붙잡고 있던 마지막 끈도 떨어졌다.
“사희야! 이 오빠가 행복하게 해줄게!! 으아아앙!!”
“아이 오빠도 옷을 벗어야지!” “벗어야지! 오빠 3초면 다 벗는다? 하핫! 너 완전 글래머! 히히힛”
왜 꼭 이럴 때면 지퍼가 뻑뻑하고, 단추가 잘 안 풀어질까? 아름다운 여성이 반 나체가 되어 세면대 위에 앉아 있다. 흐아! 지금 보니 다리에는 망사 스타킹! 흐악! 가터벨트! 압도적인 시각적 욕망에 젖은 난 그야말로 헐크가 되었다. [우두두둑] 하고 떨어지는 단추들, 괜찮다! 아깝지 않다. 그녀의 손길이 나를 유혹한다. 저 커다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 밤은 밤새 나의 힘들었던 하루를 토로하며 마음껏 위로받고 싶다! 하지만 바로 그때! 누군가 나처럼 다급한 용무의 소유자가 나타났는지, 화장실 문이 쿵쿵거리며 부서질 듯 울려댔다.
“이청연이! 안에 있지! 아직 살아있나?”
젠장! 빌어먹을 홍 형사였다. 저 찰거머리 같은 인간! 나타나도 꼭 이런 순간에 나타나서 초를 치려 한다.
“없어요! 거 참! 젠장!”
망했다. 내가 연애의 고수는 아니지만, 최소한 기본은 안다. 사랑은 그야말로 타이밍! 타이밍의 미학이다. 이 순간! 이 타이밍을 놓치면 기회란 언제 올지 모른다.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여자란 변덕스러운 생물이라고!
“안돼! 오빠! 나 지금 뜨거워! 빨리!”
하지만 이게 웬 일인가! 누가 여자에게 변덕스러운 생물이라고 했단 말인가! 문 밖의 거친 아우성에도, 당장 문 열라는 쿵쾅 거리는 발길질에도 나에게 매혹당한 그녀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한층 더 뜨거워진 모습으로 나를 잡아끈다!
“이청연이! 거기 안에 누구 같이 있지! 그치!” “혼자 있어요 혼자! 지... 지 지금! 모... 못 나가니까! 홍 형사님이야 말로 그 뭐야! 네덜란드 소년처럼 푹 꽂아서 막고 기다리시던가!”
가슴이 후련했다. 그녀도 같은 생각인지 배시시 웃는다. 이 얼마나 통쾌한가? 다급하다는 나를 잡던 막무가내 홍 형사가 이제는 나처럼 다급한 목소리로 문을 두드린다. 인생지사 늘 새옹지마, 상전벽해라더니, 고진감래고, 인과응보였다. 나는 보다 느긋한 감정으로 홍 형사를 향한 나의 처절한 복수극을 좀 더 즐기기로 했다.
“이리와! 안아 줘! 나 몸이 뜨거워!” “아흑! 가야지! 오지 말래도 가야지! 아흥흥! 어떻게 나랑 똑같애! 오빠도 열이 많아서 집에 가면 항상 바지 벗고 있어! 팬티까지 어흥! 아우 뜨거워!”
아직 옷도 다 벗지 못했는데, 빤스 바람의 나를 잡아끄는 하얀 손, 나의 얼굴이 푹신한 두 개의 살덩이 사이로 묻힌다. 꿈처럼 밀려드는 고혹스러운 향취, 이것이 정말 사람의 살결이 뿜어내는 향기란 말인가?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듯 심장이 고동친다.
[아! 나 정말 태어나길 잘했다!]
내 등을 어루만지는 손길,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나조차 모르고 있었던 내 몸의 감각 세포를 말단부터 깨우고 있었다.
[아! 이 따듯... 아니 차가운 손길!]
뜨겁다던 그녀, 손길만은 차가운 것이, 수족냉증(手足冷症)이라도 있는 듯 냉랭했다. 허나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 하리! 손이 차가우면 내 뜨거운 가슴으로 감싸 안아주면 될 것을! 지금 이 순간 내 몸은 한 마리의 날렵한 표범이 되어, 터질 듯 강인해진 나를 그녀의 뜨거운 용광로와도 같은 아니... 좀 차갑긴 하지만, 여튼 매끈한 그 나신 속으로 나를 집어...
[던.진.다]
‘꽈당 쾅! 쿵 쾅쾅!’
무언가 박살이 나는 소리! 그렇다! 나의 의식과 욕망이 쾌감으로 가득 찬 신세계로 가는 문을 뚫고 들어가는 그 우렁찬 소리... 는 커녕! 박살이 나 나뒹구는 문짝의 처참한 모습과 함께, 신분상승과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를 다시 쓰고 있던 나의 꿈이 우지끈 하고 박살나는 소리였다.
“이청연! 이 병신 같은 새끼야! 정신 차려!”
분위기 파악 못하고, 여전히 낄 데 안 낄 데 분간 못 하는 호구형사, 홍 형사! 그가 운우지정(雲雨之情)이 이제 막 시작되려는 이 뜨거운 공간에 막무가내로 침범한 것이다. 아! 이 통탄해마지 할 수 밖에 없는 참담한 순간! 지극히 이성적이고, 격조 높은 나란 사람조차도, 이런 황당한 순간엔 천박한 쌍욕을 참아 낼 길이 없다.
“이런 씨.발 삐리리 같은!!!! 삐~~야! 아주 내가 똥물에 튀겨서 삐~~를 아주 삐리리리하게 삐리리 해 버리든가 해야지! 젠장 망할 삐리리!”
[아으~ 나 이제 곧 홍콩 행 비행기 타기 직전이었는데! 망할! 망할! 망할!]
내 고고한 입에서 이런 괴상망측한 단어들이 내뱉어진지 그 언제던가! 한 바탕 울분을 토해내고 나니 그래도 마음속은 후련해 졌건만... 그래도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홍 형사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나를 향해 소리쳤다.
“거울을 봐! 거울 좀 보라고 이 정신 나간 새끼야!” “뭔 거울을 봐요! 뭘! 보나마나 이쁜 우리 자기만... 아흥! 으허허헉!!!”
뱀... 온통 먹빛 비늘로 뒤덮인 거대한 뱀이 내 곁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왠 일이란 말인가? 나의 아름다운 여인 사희는 어디가고, 이게 어디서 나왔을까? 그래! 재벌들은 취미가 독특해서 종종 커다란 뱀 같은 걸 집에서 키우기도 한다더니, 이게 내가 아주 잠깐 홍형사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숨어있다 튀어 나온 모양이었다.
[이렇게 큰 놈이 도대체 어디서 기어 나왔을까? 환풍구? 아니면 하수구? 아니지!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나의 사희는! 그 풍만한 왕 빵빵 젖소가슴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거울 속 뱀의 혀가 날름거린다. 커다란 입이 한 방에 나를 집어 삼킬 것처럼 벌려진다.
“으아아악! 사람 살려! 사람 살려! 난 뱀이 싫다고!!!”
나의 비명소리가 화장실 내에 메아리 친다. 재빨리 도망치려 해봤지만 뱀은 어느 샌가 제 긴 몸뚱이를 꼬아 나의 몸을 옭아맸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리고 어디선가 왠지 익숙한, 그리고 매우 야릇한 그런 음성이 들려왔다.
“망할 것들! 비루한 인간 주제에, 감히 천년을 산 나를 어쩔 수 있을 것 같으냐? 하하핫 난 이미 마지막 남은 기름을 차지했다.” “젠장! 이 모자란 새끼! 이청연이 이 돌대가리야! 뭔가 이상하면 호리병을 깨버리라고 그렇게도 말했는데! 이 새끼야! 그게 없으면 설 군이 준 묘책이고 뭐고! 다 소용없단 말이야!”
뱀의 길다란 꼬리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호리병을 말아쥐고 흔들자, 홍 형사가 또 나를 타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쩌랴! 갑자기 나타난 뱀을 내가 도대체 어쩐단 말인가! 그리고 지금 상황에 호리병이 대순가? 나의 피앙세, 나의 왕가슴 젖소, 사희씨가 지금 온데간데 없단 말이다. 정말로 나의 사희가!! 저 뱀의 아가리에 먹힌 거라면! 나의 신분상승의 꿈도...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도... 모두 사라진다. 그렇게... 나의 분노가 폭발했다! 숨겨왔던 나의 야망, 그리고 채 풀지 못한 욕정의 폭풍우가 거대한 분노로 변해 내가 잡고 있던 마지막 이성의 끈을 끊어버렸다.
“우아아악! 젠장! 망할 뱀 새끼! 니가 우리 사희를 집어 삼켰구나!!! 이런 개 뱀새끼!! 내놔! 내 왕가슴 내놔! 내 꿈도 내놔! 이 미친 뱀새끼야!!!”
사실 그 동안 보여줄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나도 한번 꼭지가 돌면 무서운 놈이다. 보통 그 꼭지가 술을 좀 마시고 알콜끼가 알딸딸해 졌을 때만 발동된다는 게 문제지, 확실히 나는 돌면 앞뒤 안 가리고 덤벼드는 미친놈이다.
[박성호(45, 월간 선데이 수석기자) : 이청연이 그 새끼요? 저희가 그 새끼 신입으로 받고 나서부터는 회식을 안 하잖아요. 이 미친새끼가 혼자 술 진탕 퍼마시더니, 갑자기 편집국장님 머리통에 헤드락을 거는데! 와! 말 마세요. 프로레슬링 보셨죠? 전 그 새끼, 무슨 워리어라도 된 줄 알았다니까요? 한쪽 팔로는 국장님 머리통을 풀지 못하게 꽉 잡고, 다른 한 손으론 무슨 북이라도 치듯이 두드리는데... 풋... 왜 웃냐구요? 편집국장님 대머리거든요. 그 찰싹 거리는 소리를 들어 보셨어야 하는데, 거 왜 있잖아요. 완전 찰진 소리! - 종편 JTPC 특집 ‘민주화를 관통했던 언론 거목들과의 대담’관련 B컷 코멘터리 中’-] ※ 캐릭터 설정용 가상 캐스팅 : 월간선데이 편집국장 표창수 - 배우 장광 분 [표창수(57, 월간 선데이 편집국장) : 흠흠, 50평생 언론발전과 대중문화중흥에 몸 바쳐온 사람으로서, 많은 굴곡이 있었습니다. 군부독재시대에는 언론의 자유를 꺽으려는 군부정권에 맞서 밤새 윤전기도 돌리고, 호외도 돌렸습니다. 숱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오직 국민의 알 권리! 그리고 시대의 사명을 최우선으로 하며 살았죠. 저 사실 고문도 많이 받았어요. 여기 보이시죠. 여기! 제가 이 상처랑 머리카락 다 빠진 게, 그게 다 고문 때문 아니었겠습니까? 하하하! 하지만 이젠 늙었습니다. 민주화니 정권교체니 그런 건 이제 다 젊은 세대가 해줘야죠. 저희는 일선에서 물러난 세댑니다. 저는 그냥 요즘 탁하고 찍어 놓은 딱 한 새끼! 그 딱 한 새끼만 조질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누구냐구요? 아하하하! 그건 비밀입니다. 밥 값 못하는 버러지 새낀데도 안 자르고 데리고 있는 딱 한 새끼! 하하하 어우 그걸 어떻게 말해요! - 종편 JTPC 특집 ‘민주화를 관통했던 언론 거목들과의 대담’中 -]
“죽어! 죽어! 죽어!!! 이 지렁이 새끼!!!”
나의 뜨거운 포효와 분노가 울려 퍼진다. 모두들 놀란 눈치다. 하지만 이미 꼭지가 돌아버린 내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먹 빛비닐이고 자시고, 나는 이미 한 마리 개가 되어 있었다. 내가 다른 건 부실해도, 이 하나 만큼은 튼튼했다. 이 커다란 아나콘다인지 뭐시깽인지간에 뱀이라고 이빨자국 하나 안 나겠는가? 어디 세상에 뱀만 사람 물라는 법 있어? 나도 뱀 문다 이거야!
“그래 이청연이 잘 한다! 모처럼 쓸만 한데! 물어! 물어 뜯어버려!”
의식세계 저 편에서 홍 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 진 모르지만 응원하는 듯 한 뉘앙스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 실컷 떠들어라, 이 뱀 새끼 살 거죽 찢어 놓고 난 후엔, 홍 형사 니 놈 등껍질을 찢어 놓을 꺼다!] 사희... 내 사랑 사희... 나의 피앙세!!!, 나의 왕 가슴! 젖소부인!!!
“이 뱀새끼야! 어때! 니가 물리니까 죽겠지? 그래 쪼여 더 쪼여봐! 내가 몸뚱이가 터지나! 아니면 니 놈 살 가죽이 다 찢어지나! 어디 한 번 해보자!”
내가 제 놈 살을 물어뜯기 시작하자, 나름 효과가 있는지 뱀 새끼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엄청난 힘으로 내 몸을 싸고 조여 왔지만, 나도 꼭지가 도니 아픈 것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는데, 원래 이렇게 큰 뱀은 독도 없는 법이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죽어라 뱀의 살갗을 물어뜯고, 그렇게 난 상처에 손가락을 쑤셔 넣고 잡아 벌렸다.
“크아아악! 이런 비루한 인간주제에 감히 날!!!”
뭐 어디서 들리는 건지 알 수 없는 찢어질 듯한 목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내 알바는 아니었다. 그저 난 내 여자 사희를 잡아 삼킨 뱀 새끼 죽여 버리고, 나도 여기서 죽어버리자는 각오였다.
[뭐... 물론, 잘 해서 사희도... 구하고... 응응도 하고... 그럼 뭐 더 좋겠지만! 아흑! 사희 구해내면! 난 백마 탄 왕자님! 사희는 공주! 흥흥! 젖소 공주!]
내 악착같은 공격이 효과를 본 것일까? 뱀의 조임이 순간적으로 약해졌다. 뱀 녀석은 덩치는 커다란 주제에 제 살갗이 찢어지니 굉장히 아픈 듯 나를 조여오던 제 몸을 살짝 풀어헤쳤다. 당연히 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미 찢어져 푸른 피가 흐르는 놈의 몸뚱이에 한층 더 깊이 이빨을 박아 넣고, 손을 더듬어 무언가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았다.
[박성호(45, 월간 선데이 수석기자) : 음... 뭐 사람이 술을 마시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고, 주사를 부릴 수도 있죠. 그 놈이 편집국장님 머리를 손바닥을 때린 것 때문에 우리가 전체 회식을 안 하는 건 아니예요. 국장님은 거기까진 이해하셨어요. 삶의 깊이가 다르잖아요. 군사독재시절부터 쭉 언론계에서 일해오신 베테랑 중에 베테랑인데, 문제는 그 이후가 더 문제였죠. ‘3차 가자, 3차 가자!’ 노래를 부르던 이청연이가 갑작스레 국장님을 습격했어요. 국장님이 하신 말씀이라 봐야 ‘저 친구 많이 취한 것 같으니, 오늘 회식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지?’ 였는데, 이청연 그 또라이 새끼가 갑자기 번쩍 뛰어 오르더니 테이블에 있는 술병을 집어 들고 머리통을 그대로 내려치는데!!! 일주일 병가 내셨어요. 치료도 치료지만, 대인기피증에 공황장애 오셨다고... 근데 그 놈 꼭지 돌면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서 사람 치는 버릇이 있더라구요. 나중에 따로 기자들끼리 간단한 쫑파티를 했는데, 그 날은 왠일로 옆 테이블에 조폭들이 와서 앉아 있었단 말이예요. 그런데 그 놈이 지 혼자 걸어가 괜히 시비 걸더니, 갑자기 한 놈을 또 병으로 내려치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구요? 당연히 죽도록 쳐맞았죠. 안타깝게도 거긴 막걸리 집이었거든요. 아시죠? 말랑말랑한 장수 막걸리 병... 이청연 그 또라이 자식이 그 막걸리 병으로 깍두기 머리한 조폭놈 머리를 내려친 다음 찌그러진 막걸리 병을 들고 ‘죽어’ ‘죽어 이 깍두기들!’ 하면서 연신 그 놈 가슴팍을 찌르는 모습을 보셨어야 돼요! 크크크, 예술이었죠. 지독히도 자학스러운 극단적 마조히즘(자기 가학적인 피학성 음란증)의 결정체! 확실히 기억은 안 나지만, 누군가 죽도록 쳐 맞고 있는데 제가 모른척했던 건 그 날이 처음이 아니었나... 그래도 남은 기자들끼리는 밤새도록 삼청교육대 부활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을 할 수 있었던 뜻 깊은 날이었습니다. - 종편 JTPC 특집 ‘민주화를 관통했던 언론 거목들과의 대담’관련 B컷 코멘터리 中’-]
[표창수(57, 월간 선데이 편집국장) : 5공, 6공 때는 특히 더 힘들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근안 같은 고문기술자들이 운동권과 언론인들을 핍박하던 아주 힘든 시기였으니까요. 네... 지금도 비가 오면 온 몸이 쑤십니다. 너무도 아픈 기억이죠. 우리 현대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이랄까요? 네? 아... 이 머리 쪽에 찢어진 흉터는... 하하하하핫! 지극히 개인적인, 하지만 꼭 갚아야 할 저의 일생의 숙제랄까요? 하하핫! 잠시만요. 잠깐 약을 좀 먹고 인터뷰를 계속 해도 될까요? 이거요? 공황장애, 대인 기피증 약이죠. 저는 군사 정권을 극도로 증오합니다. 쿠데타! 그건 국가의 주권을 가진 주인, 즉 국민에 대한 하극상이기 때문이죠! 하극상은 무조건 응징해야 합니다. 감히! 신입 주제에! 나를! 니가! 나를!!! 으아! 잠시만요! 약을 좀 더 먹어야 할 것 같아요. - 종편 JTPC 특집 ‘민주화를 관통했던 언론 거목들과의 대담’中 -]
무언가 집혔다. 단단하고 깨어지면 날카로울 것만 같은 무언가! 상황이 원하고, 나의 피앙새가 원하고, 나의 본능이 원했다. 나의 두 손은 번개처럼 그것을 낚아채고는 당황하여 몸을 숙인 뱀의 머리통을 향해 날린다. 정확한 가격! 완벽한 임팩트! 그 무언가는 뱀의 커다란 머리통에 부딪히며 산산이 깨어진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는 독종중의 독종! 개 또라이다! 나는 깨어진 그것을 찢어진 뱀의 살 속에 몇 번이고 쑤셔 박는다.
“잘 했어! 이청연이! 이제 이리로 나와!”
울분을 조금이라도 풀었기 때문일까? 그제서야 약간은 정신이 돌아오고, 홍 형사의 목소리도 조금 들려왔다.
“안돼요! 내가 이 뱀 새끼 죽여 버리고, 몸뚱이를 찢어서 우리 사희 구해내야 돼요! 엉엉!” “시끄러워 닥치고 이리 나와! 이 자식아!”
빌어먹을 홍 형사! 내가 뱀한테 붙잡혔을 때는, 먼발치에서 남의 일인 양, 소리만 빽빽 지르더니, 혼신의 힘을 다해 뱀을 물어뜯고, 병으로 머리 내려치고, 가죽까지 깨진 병으로 푹푹 찔러 완전 박살내어 놓으니까, 이제야 뒤에서 나타나 그 특유의 우악스러운 손아귀 힘으로 내 옷자락을 잡아끈다. 나는 알 수 있다. 특유의 본능적인 감각과 판단능력이 말한다.
[씨.발! 이거 내가 뱀 다 잡아 놓으니까 지가 슬그머니 나타나서 그 공을 차지하려고 나 끌어내는 거 아니야? 안되지 그건! 이 집 사위는 나야! 이 늙은탱이야!]
발버둥 쳐봤지만, 홍 형사 이 작자! 생긴 것도 그렇지만, 힘도 엄청나다. 한쪽 팔로 내 웃옷을 잡고 질질 끌어 내던지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제가 무슨 영웅마냥 뱀 앞을 가로막고 선다. 알다시피 나야 눈치가 워낙 빠르지 않나? 딱 보니 홍 형사의 그 꼼수가 다 보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힘이 없으니!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라는 격언처럼 홍 형사의 그 무지막지한 팔뚝 앞에 나는 그저 무능하고 초라한, 아주 작은 존재에 불과했다.
“이봐 요물! 이제 갈 시간이야! 호리병도 깨졌겠다. 어디 마지막 할 말은 없나?”
“꺄하하하핫! 꺄하하핫! 비루한 인간 주제에 감히 나에게 요물이라고 하다니! 인면목유(人面木油:인면목의 기름)가 담긴 호리병은 깨어졌지만, 어찌할까? 한 방울도 남김없이 내 몸 위에 뿌려진 것을? 난 이대로 네 놈들을 죽이고, 새 껍질을 구해 쓰면 그만이다! 지금쯤이면 저 위에 서재로 올라간 그 기분 나쁜 놈도 목이 달아났을 테고 말이지!”
화장실이란 곳이 원래 다 그렇듯, 웅웅거리며 소리가 울려 도대체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알 수가 없다. 뭐 잘 모르는 홍 형사 같은 호구들이 듣기엔 흡사 저 뱀이 말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저 목소리... 왠지 나의 사랑 사희 목소리처럼 들리는 건 역시 나의 착각일까?
“글쎄다... 과연 그럴까? 천 년을 살면 뱀이 요물이 된다지만, 그래봤자 결국 뱀은 뱀일 뿐인가? 그래! 사람도 아니고, 고작 파충류인 뱀 대가리, 굴려 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야! 결국 정의는 승리하는 거고! 자! 요물!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참회하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린다면, 설 군이 자네가 성불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야!”
홍 형사, 지가 무슨 영화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주절거린다. 영화를 보건 뭘 하건, 뭔가 닭살 돋는 대사가 나오면 몸서리치는 나는야 명대사 울렁증! 갑자기 토가 나오려고 한다. [아까 뱀이 막 조여 대서 그런가? 어우! 멀미나!]
“이제 곧 죽을 가련한 중생들이 겁 없이 떠드는 구나! 나를 물어뜯은 저 견공(犬公)만도 못한 놈 때문에 네 놈 또한 기가 산 모양이구나! 하지만 어쩔까? 본디 사람 가죽을 뒤집어 쓸 때, 그 결이 고와야 오래도록 잘 붙어 있길래, 그것이 안타까워 힘을 풀었을 뿐! 내 온 힘을 다해 네 놈들을 죽이고자 마음먹으면, 평범한 인간인 너희 두 놈 쯤 죽이는 거야 시간문제임을 모르느냐!”
[이상하다. 저 목소리, 자꾸 우리 사희씨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아! 이러면 안 돼! 그 사랑은 이미 끝났어! 너무 많이 사랑하면 환청이 들린다더니! 사희! 당신은 이미 아나콘다 밥이 되어, 뱃속에서 소화가 다 끝났겠지만! 우리 사랑은... 우리 사랑은 끝나지 않았소! 다음 세상에서 함께 하리다!]
나의 비장한 마음도 모르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홍 형사의 너털 웃음소리가 들린다.
“하하하핫! 하하하핫! 역시! 뱀 대가리는 뱀 대가리구만, 그럼 내가 이쯤에서 아까 설 군이 내게 준 주머니속의 글을 좀 읽어줘도 될까?”
홍 형사가 또 한바탕 너털웃음을 터트리곤, 품 안의 자주빛 주머니를 꺼내 펼쳐 읽으려 할 때였다. 누군가의 야리야리한 두 다리가 내 앞에 와 선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까 부회장인지 뭔지를 만나러 2층 서재에 갔던 젊은 청년이었다.
“아니! 어떻게 네놈이!!!”
“홍 형사님, 제가 대신 말씀드려도 될까요? 놈이 제 아무리 요물이라 해도 그 근본은 결국 뱀, 야관문은 분명 뱀의 기력을 쇄하게하는 효혐이 있을 터, 하지만 우린 어젯밤 야관문을 뿌렸음에도 불구하고 불의의 일격을 당해 놈을 놓쳤습니다. 이에 생각했죠. 야관문은 뱀의 기력을 떨어뜨리는데, 어찌 놈은 야관문을 맞고도 그렇게 날렵하게 도망 칠 수 있었을까? 해답은 간단했습니다. 인면목이 그렇게까지 거대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 조력자! 그 조력자가 해답이었습니다.” “그렇지, 뱀과 달리 사람은 야관문의 영향을 받지 않지! 그러니까 그 말은 즉, 어젯밤 인면목의 기름을 취하기 위해 산에 오른 것이 저 뱀이 아닌, 저 뱀의 사주를 받은 또 다른 범인! 즉 조력자! 양미영 부회장이었던 거야! 그렇지 않나 설군?” “맞습니다 홍 형사님, 역시 날카로우시군요.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양미영 부회장의 실제 정체가 바로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임 회장의 전처! 즉 최 씨였다는 겁니다. 요물을 위해 인면목이 거대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 공으로 그녀도 요물의 신통력을 얻었죠. 그리고 요물이 구해준 인면목유(人面木油:인면목의 기름)를 발라 젊은 여성의 몸으로 화(化)했던 겁니다. 본디 인간이란 뱀과 같은 파충류와 달리 탈피를 하지 못하는지라, 그와 같이 화(化)하기 위해선, 반드시 자신의 생살을 찢고, 제가 가진 거죽을 모두 뜯어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미치도록 미색(美色)에 집착했던 측천무후와 같은 괴인(怪人)이 아니고서야 감히 누가 그것을 감당하리라 생각했던 것이 저의 큰 실수였습니다.” “그렇지! 그리고는 이 요물은 우리를 반으로 갈라 양동작전(陽動作戰)을 펼친 거야. 설 군과 우리를 나눠놓은 다음 함정을 팠던 거지!” “맞습니다. 제가 2층 서재에 올라가 보니, 건장한 사내 4명이 절 기다리고 있더군요. 만약 제가 모신 신(神)이 동자신령이나 제불보살이었다면, 아마 전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모신 장군신(將軍神)은 영계(靈溪)의 장군님들 중에서도 그야말로 으뜸! 지금쯤 그 네 분은 폭탄이라도 맞은 듯한 고통에 시달리고 계실 겁니다. 뭐 결국 업(業)은 업(業)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당연한 순리겠지만요...” “이... 이런! 최가년! 이 멍청한 계집! 저런 허여멀건한 놈 하나 제압하지 못하고 당하다니!” “설혹 넷이 아닌 수십, 수백이 있다하여도 결과는 같았을 겁니다. 제가 모신 장군님은 한갓 대력신왕(大力神王)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니, 장정 수천도 능히 당해 낼 수 있습니다.” “빌어먹을! 천년을 쌓아온 나의 요력(妖力)이 겨우 이런 인간 몇 놈을 당해내지 못하고 꺾이다니! 하지만 니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다. 뱀은 본디 겨울이면 굴을 파고 겨울을 난다. 나의 요력이면 이 바닥을 뚫고 땅속에 파고드는 일쯤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흐흐흐! 네 놈들이 날고 긴다 하나! 인간 주제에 땅속 깊이까지 나를 쫓아오진 못할 터! 어차피 저 견공만도 못한 놈 덕분에 인면목유(人面木油)도 잔뜩 끼얹었겠다. 단숨에 이 바닥을 뚫고 들어가, 밖으로 나간 뒤 모습을 바꿔, 비루한 인간들 틈에 다시 끼어들면! 네깟 놈들이 어찌 다시 나를 찾겠느냐! 인면목이야 또 심으면 그만이고, 나를 도와줄 미색(美色)에 빠진 계집들은 천지에 넘쳐난다! 하하하핫! 내 이 피맺힌 원한(怨恨)! 반드시 갚는다. 천년을 기다렸다! 이 피맺힌 원한(怨恨)을 갚기 위해서라면, 다시금 천년이 걸린들 어떠하리!!! 하하하하! 하하하하핫!”
말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갑작스레 굉장한 소리가 들려왔다. [콰앙!] 하는 굉음이었다. 그리고 귀가 멎을 듯 한 이 소리가 끝나자, 놀랍게도 화장실 바닥 한 쪽이 무수한 먼지를 쏟아내며 부서져 있었고, 아나콘다만큼 커다랗던 그 뱀도 순식간에 종적을 감추고 사라져 버렸다.
[아아.. 나의 사희는 이제 그 시체조차 찾지 못하는 건가? 나의 사희도, 그 예쁜 가슴도, 결국 뱀 똥으로 나오는 건가! 아놔! 똥 얘기 했더니, 갑자기 또 아랫배가 더부룩하네! 또 한 똥 때려야 하나?]
그렇게 그 커다란 뱀이 순식간에 사라졌음에도, 청년과 홍 형사 두 사람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되려 태연작약한 표정으로 쓰잘데기 없는 말이나 주고 받고 있었다.
[이 미친놈들... 나의 사희가 뱀 뱃속에 갇힌 채 사라졌는데도... 크흑! 그래! 남의 일이라 이거지? 그래 니들이 우리 사희의 그 풍만한 가슴을 만져보기나 했겠냐!!]
“난 이럴 때마다 설 군과 봉신당의 신통력에 감탄한다니까?”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저보다는 이런 상황에도 침착하신 홍 형사님이 더 대단하십니다.” “아니야! 이번 사건은 정말 봉신당이 아니면 해결 할 수 없었을 거야! 혹시나 발생했을지 모를 추가 희생자도 막고, 모든 것이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았나! 이 모든 일을 서에다 보고할 수 없어서 내가 다 애석하네!” “괜찮습니다. 덕은 덕으로, 업은 업으로, 다 돌려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니까요.” “하하하하! 역시 설 군이야! 내가 항상 감탄한다니까! 하하하핫! 설 군이 주고 간 그 주머니 속 묘책을 보지 않았다면 나도 많이 놀랐을 거야! 놈이 기름을 노릴 거라는 거, 그리고 기름을 가진 이가 움직이면 놈이 결국 모습을 드러낼 거라는 거, 그리고 결정적으로 범인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거! 정말 제갈공명의 지혜를 보는 듯 했네! 하하하핫!” “아닙니다. 홍 형사님이 적절한 시기에 문을 부수고 들어가 주신 덕분입니다.” “하 사람 참! 겸손하기는! 하하핫”
이것들 웃으며 서로 칭찬하기 바쁘다. 뭔가 내가 미끼가 됐다던가? 그런 뉘앙스로 들리는데... 여튼 그게 뭐가 됐든 기분이 무지 나쁘다. 홍 형사는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껄껄대고 웃으며, 아무일 없다는 듯,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문다.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 싸이코패스들!!!]
정말 이 인간들에겐 나의 슬픔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몹쓸 홍 형사, 저 낯짝을 이빨로 앙 물어버리고만 싶다. 하지만 나의 이런 처절한 심정도 모른 채, 담배에 불을 붙이느라 여념이 없는 홍 형사, 그리고는 아직 불이 붙어 있는 지포 라이터를 애먼 바닥에 집어 던진다.
‘화르르륵!’
불이 붙었다.
[뭐지? 누가 바닥에 기름이라도 쏟았나? 불길이 왜 이렇게 높아?]
망할 홍 형사가 불 붙은 지포라이터를 바닥에 던지는 바람에, 갑작스레 불길이 사람 무릎께까지 올 만큼 크게 타올랐다. 다행히 불길은 내 쪽으론 오지 않고, 바닥에 뚫린 커다란 구멍속으로 재빨리 타들어 갔는데... 이 인간들... 남의 집에 불까지 내놓고도 마냥 웃고만 있다. 나는 확신한다.
[이 것들! 진짜 싸이코패스야! 미쳤어! 미쳤다고!! 누가 119 좀 불러줘요! 여기 불이 났어요!]
“자네가 준 주머니 속 묘책을 보고, 정말 감탄했네, 어떻게 미리 준비한 인면목유에 라이터 기름을 한 통 구해서 섞을 생각을 했나? 하하하! 라이터 기름이니 한 번 불이 붙으면 끄고 싶어도 잘 꺼지지 않겠구만? 그렇지 설 군?” “솔벤트와 나프타 성분으로 된 라이터 기름은 발화점이 낮아 이물질이 일부 섞였다 해도, 여간해선 잘 꺼지지 않습니다. 또한 그 화력이 강하고 신속해서 꽤 빠른 속도로 타들어가겠죠.” “그러게 말이야... 크다곤 하지만, 뱀이 평지도 아니고, 땅속을 파고 들어가는데, 불길이 그 정도 이동속도쯤은 너끈히 따라잡겠지?” “물론입니다. 말은 쉽게 해도 땅을 파고 들어가는 건, 요물에게도 꽤 힘든 일 일겁니다. 게다가 덩치도 커서 힘도 배로 들 테니까요.” “신묘해! 신묘하단 말이야! 역시 봉신당이야! 그나저나, 이번 일을 꾸미는데 협조한 양미영 부회장! 아니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임 회장의 전처 최씨는 어찌해야 하나?” “그것이 조금 홍 형사님의 이해를 바래야 할 것 같습니다.” “이해? 뭔가? 일단 한 번 얘기해 보게!” “제가 서재에 들어가 숨어있던 그 네 명의 사내를 제압하자, 최 씨는 곧 자포자기한 표정이더군요. 남편인 임씨도 이미 죽였겠다. 이제 남은 한(恨)은 없으나, 혹여 남은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 두렵다면서요.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뭐야? 자살을 기도해? 요물인 뱀과 결탁해, 전남편인 원풍제지 임 회장의 재산을 다 가로채고, 그를 죽였으며, 제가 낳은 자식들까지 모두 내 쫓은 그 표독한 여자가 자살을 기도했다고? 그게 말이 되나? 게다가 아까 자네의 말 대로면, 젊어지기 위해 제 생살을 제 손으로 찢어낸 독사 같은 여자야! 그 비밀이 탄로 났다곤 하나, 그렇게 쉽게 생을 마감하려 했다는 게... 도무지 난 이해가 안 되는데?” “소지하고 있던 칼로 목을 찌르려는 걸 급히 쳐서 기절시키고, 신력(神力)을 이용해 그 사람의 과거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알겠더군요. 그녀도 사실은 일종의 피해자였습니다.” “피해자? 어떻게 그 여자가 피해자일수가 있지? 자네 말대로 그 여잔 임 회장을 죽였어!” “죽은 임 회장의 사인은 복상사(腹上死)였습니다.” “복상사? 그럼! 관계중에 죽었단 말인가?” “어차피 재산을 빼앗은 후 임 회장을 죽일 생각이었지만, 복상사는 의도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임 회장은 이미 85세의 고령이었고, 자신의 기력을 맹신한 임 회장이 스스로 제가 쌓은 업(業)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최씨는 그 외에도 기존에 발견된 3건의 20대 여성 연쇄살인 사건의 주요 용의자야! 재산탈취야 가정사라지만, 그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네!” “요물이 원했던 건, 그녀가 가진 재력과 힘이었을 뿐, 그녀는 사실 개미 새끼 한 마리 죽일 수 없는 유약한 위인이었습니다. 홍 형사님께서 익히 알고 계신 3건의 살인 사건은 모두, 요물인 뱀 그 놈 혼자서 처리한 단독 범행이었고, 또한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녀 역시 철저한 피해자였습니다.” “설 군! 자꾸 피해자! 피해자! 하는데! 내가 납득할 수 있게 한 번 말해보게! 어떻게 그 표독한 여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나!” “임 회장, 그러니까 최 씨의 남편 임우진 회장은 폭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아내는 물론, 자식들에게까지 수도 없이 폭력을 자행해 왔죠. 다행히 자식들은 장성하여 가정을 갖고 독립해 나갔지만, 단 한 사람! 최 씨 만큼은 잔인한 임 회장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이 혼례를 올린 것이 이미 50여년 전, 그 지독한 폭력과 학대의 세월이, 유약하기 이를 데 없었던 한 여인을 바꾸어 놓았던 거죠! 자식들이 다 큰 후, 그녀는 수차례 이혼을 요구했지만, 임 회장은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외려 회사의 임원과 중역으로 일하고 있는 자식들을 볼모로 그녀를 협박했죠. 나를 떠나면 그 아이들이 가진 것을 모두 뺏겠다.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임 회장의 소유였고, 아들들은 사실상 빈껍데기에 불과했습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희생, 그 두 가지가 최 씨로 하여금 그 긴 세월을 임 회장이란 이름의 감옥에 갇히게 만들었던 거죠!” “50년? 젠장! 살인을 저질러도 잘 해야 10년인데, 그 여자! 너무 긴 시간을 그 지옥에서 보냈군!” “그렇습니다. 빠져나가려고 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개미지옥에 빠진 거죠. 최 씨에 대한 임 회장의 소유욕과 집착은 엄청났으니까요. 그녀의 과거를 살피는 동안 저도 몇 번이나 그녀의 과거에 치를 떨었습니다. 임 회장은 정말 괴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어찌하여 이런 크나 큰 업(業)을 짊어진 이가 그렇게 호위호식하며 살 수 있었던 건지... 전 아직도 세상의 이치를 모르겠습니다.” “그거야... 세상엔 그보다 더한 인간 말종들이 많지만, 현실은 참 슬퍼, 남을 밟고 올라서는 자들이 더 높이 오르는 세상이 됐으니 말이야! 어쩌면 이 시대가 자꾸만 그런 괴물들을 만들어 내는 것일지도 모르지...” “최 씨는 그저 미색을 이용, 임 회장의 재산을 빼앗아 아들들에게 주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나면 죽거나, 절에 들어가 여승이 되어 평생을 불가에 귀의하려 했더군요.” “그런건가... 그저 바란 건, 남편과 헤어지는 것, 그리고 아들들 몫의 재산 뿐... 하지만 요물과 손을 잡는 덕에 그 사단이 난 거구만!” “도의적인 책임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또 다른 감옥에 갇혔습니다. 요물과 인면목이 사라진 지금, 뱀이 구해다 준 30대 여성의 가죽은 곧 말라붙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떼어낸 자기 가죽이 있지 않나?” “아무리 제 것이라 해도 한 번 벗어버린 살가죽은 인면목유가 없인 다시 붙지 않습니다. 유분을 잃은 가죽은 마른 고목나무 껍질처럼 말라붙다가 결국 한 줌의 가루가 되어 사라질 겁니다. 그 흉한 모습으론, 그녀가 그렇게도 사랑하고 지키려했던 두 아들 앞에도 나서지 못하겠죠. 아들들의 기억 속 어미는 이미 죽었고, 남은 것은 아버지를 죽이고 회사를 파멸로 이끈 표독스러운 여자뿐입니다. 무릇 인생이란 본디 그런 것이지요. 덕은 덕으로, 업은 업으로... 하지만 그것 또한 결국 그녀가 짊어지고 가야 할 업인 게지요.” “그런가? 그런 안타까운 일이... 결국 인간을 젊게 만들어주는 인면목이 최 씨에겐 어떤 의미에서 또 다른 재앙을 만들어 냈구만.”
“네! 인간의 것이 아닌 요물의 물건, 결국 그녀도 인면목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겁니다. 부디 홍 형사님께서 이해해주신다면, 저는 이미 천형(天刑)의 벌을 받은 그녀가 은거 할 수 있는 작은 암자를 소개해 줄 생각입니다. 그녀의 뜻대로 평생을 부처님께 속죄하며 죗값을 받을 수 있도록요. 비록 먼발치에서지만 아들들이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그녀도 그렇게 참회하며 살 겁니다.” “허 참... 난처하네그려... 죄를 묻자니, 본인 최 씨는 이미 법적으로 사망했고, 그녀가 위장한 양씨로 죄를 묻자니, 그 죄가 재혼한 남편의 복상사뿐이니... 자세한 내막을 알지 않고서야! 어떻게 세상의 법으로 그 여자의 죄를 묻겠나! 자네 뜻 한대로 하게! 어차피 이 사건은 상부에 보고하기도 어려우니까!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아무튼 수고했네 설 군! 무녀님께도 고맙다는 말 꼭 전해주게나!” “네. 홍 형사님 베풀어주신 은혜가 덕으로 쌓여, 후세까지 길이길이 보답 받으실 겁니다. 덕은 덕으로, 업은 업으로...”
[미친놈들! 미친놈들! 제 아무리 21세기가 스토리텔링의 시대라지만, 아주 전설의 고향을 찍어라 찍어! 에잇 툇! 에라이 미친놈들아!]
그렇게 홍 형사와 청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갔고, 난 한 순간에 뱀 먹이가 되어 버린 나의 사랑 사희를 기리며, 그녀와 처음 만났던 바로 그곳 그 저택 화장실에서 마지막 급 똥을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오 배야... 그 집사 새끼가 용정차인지 뭔지에 설사약이라도 넣은 거 아냐? 아우 배 아퍼! 그나저나 우리 편집국장님은 캡 좋으신 분이야! 내가 오늘도 기사거리 못 찾아왔다고 했는데도, 인상은 쓰지만 걱정 말라며 니 놈은 내가 복수하기 전까진 절대 안 자를 거라고 하신다. 말도 거칠고 말씀하실 때 표정도 조금 요상하지만, 내 보기엔 좋은 분이다. 청년 실업 이백만 시대 아닌가? 아자자! 힘내자 이청연! 내일은 또 내일의 특종이 있을지니!!! 아... 그나저나 요즘 자꾸 술이 고픈데, 회식이나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
나 신입기자 이청연, 이것은 봉신당에 대한 나의 두 번째 취재 일지다.
에필로그...
[긴급뉴스입니다. 원풍제지의 전 사주(社主)였던 양미영 부회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입니다. 죄를 지어 남은 생을 마감하고 속죄하려하니 남은 재산은 전처의 두 아들에게 남긴다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재력가인 양부회장의 자살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자택 내부에서 있었던 원인불명의 화재 및 주요 타살 용의자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배변을 일부 수거하여 국과수에 의뢰하는 등 타살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에 있습니다.] [뱀 무서워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이번 뉴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멸종위기종이자 주요 보호 야생종으로 지정된 대한민국 토종의 진먹구렁이가 다른 곳도 아닌 서울 남산 일대에서 발견되어 화제입니다. 하지만 구렁이는 발견 당시 심한 화상을 입어 현재 치료중이라고 하는데요. 안대기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무섭지만 한편으론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했던 친근한 동물 구렁이! 오래된 민화와 설화 속에서 구렁이는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 멸종하여 멸종 위기종으로 관리되고 있는데요, 바로 어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거대 토종 진먹구렁이 한 마리가 수도 서울의 남산, 산책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조남순(57세, 女, 등산객) 아니 운동삼아 별 생각없이 산책로를 오르는데 이 만한 놈이 등 뒤에서 어른거리지 않겠어요? 다행히 이 놈이 맥아리 없이 픽 쓰러지길래 내가 빨리 신고를 했지, 처음엔 정말 무서웠어요! 뱀이잖아요 뱀!]
[무슨 연유에선지 발견 당시 전신에 화상을 입은 진먹구렁이, 신고를 받은 공원관리소는 즉시 이 구렁이를 ㅇㅇ대 파충류 생태 연구소로 인계해 치료를 요청했습니다.]
[김장성(67세, 男, 수의학과 교수) 발견 당시엔 몹시 위급한 상태였으나 관계 기관의 신속한 대처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여타 파충류와 달리 뱀은 피부호흡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전신 화상에도 불구하고 생명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이며, 현재 영양제와 함께 항생제 성분의 연고를 사용해 치료 및 보호 중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견된 거대 진먹구렁이가 일반적인 토종 진먹구렁이보다 훨씬 큰 희귀종이며, 연령 또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멸종된 줄 알았던 한국 구렁이의 생태계와 생활방식을 연구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될 것으로 보여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상 KBC뉴스 안대기([email protected])였습니다.]
[몇 주전에 보도 드렸던 구렁이 사건 기억나십니까? 한국의 자연생태계에선 이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희귀종 거대 토종 진먹구렁이가 화상 치료가 끝나자마자 연구실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안대기 기자가 보도하겠습니다.]
[안대기입니다. 심한 화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거대 진먹구렁이, 화상 치료를 위해 대학 수의과에서 관리중이던 거대 진먹구렁이가 어제 밤,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조윤아(26, 女, 연구원), 그 날 밤 제가 마지막으로 연구실 설비 확인을 위해 들어갔는데, 그때 이미 구렁이는 사라져 있었구요, 아무리 커다란 우리에 넣어 놨다곤 해도 구렁이도 생물인데 갑갑하지 않았을까요?]
[순식간에 사라진 구렁이, 하지만 대학 연구소 측은 당일 CCTV 녹화분이 사라졌다며, 정확한 사건 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희귀보호종을 직접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관계당국과 대학연구소 측은 서로 책임소재를 떠넘기며 핑퐁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구렁이의 생태계와 생존방식 연구의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었던 거대 토종 진먹구렁이의 실종! 개발에만 몰두한 나머지 소중한 자연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어두운 자화상은 아닐까요? KBC뉴스 안대기([email protected])였습니다]
***** “아우 배야... 아직도 배가 꿀렁거리네, 난 믹스커피 체질인가? 그나저나... 아흑! 하필 뉴스에 왠 구렁이냐! 우리 사희 생각나게... 어휴... 어떤 시인이 말하길 옛 사랑이 떠오를 때마다 술을 마셨더니, 이제는 술을 마실 때마다 옛 사랑이 생각난다고 하던데... 아우... 난 왜! 뱀 얘기만 들으면 이렇게 배가 아프냐... 아오... 한 똥 때려야겠다. 사희야! 흑흑! 너의 그 풍만한 가슴은 영원히 잊지 못 할 거야! 사랑했다! 어! 어! 휴지가 떨어졌네! 오우~ 야! 저기! 밖에 아무도 없어요? 누가 나 휴지 좀!! 이 놈의 회사는 참... 양말을... 벗어야 되나?”
*****
“윤아야! 웬일이냐! 니가 나를 다 만나자고 하고!”
“쉿 교수님... 제가 말씀 안 드렸어요? 사실 교수님을 오래전부터 흠모하고 있었다고!” “그래? 허허! 이 노인네를 니가? 허허! 그런데 이 밤에 산엔 왜 오르는 게냐?” “으음~ 윤아는 오늘 교수님과 은밀하게... 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전 사실 실내보다 야외를 더 즐기거든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뭔데? 응? 뭔데? 아 이거 참! 내가! 허허허!” “아잉 교수님도 참... 이리로 오세요~ 네? 빨리요! 제가 인적 드문 곳을 알거든요! 만약을 대비해서 두 그루를 심어 놓길 잘 했어요?” “두 그루? 뭐가 두 그루란 얘기야? ㅇㅇ대학교 파충류 생태 연구소의 신입 연구원 조윤아가 담당 교수 김장성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그녀가 교수를 인도한 장소엔 어른 세 명이 팔을 벌려야 겨우 감싸 안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두고 보자! 천년이 지난들 나의 이 피맺힌 한이 풀리겠느냐!!]
끝. |
글쓴이의 말 재밌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작에서의 거창함이 용두사미로 끝난것은 아닌지, 또 징글징글하게 눈치 없는 이청연이란 캐릭터의 주절거림이 도를 넘은건 아닌지, 부족한 글이나마 끝이란 글자를 적고나니 걱정이 앞섭니다. 화자의 감정 가감을 조정하는 것, 짧지 않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끝까지 가져가는 것, 독자가 글을 술술 읽을 수 있게 하는 가독성 프로 작가에겐 어려운 일이 아닐테지만, 박봉의 직장인에 3살짜리 딸 아이를 키우는 가장으로서 일과 취미생활을 병행한다는 건 마냥 쉬운일 만은 아니라, 그러한 핑계로 오늘도 어물쩡 대충 넘어가 봅니다. 전산 전공인 문학 문외한이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소중한 시간을 들여 읽어주신 몇몇 열혈(熱血) 독자님들께 그 공을 돌리며 이제는 다시 일에 매진해야 하겠습니다. 즐거운 한 주되세요. 좋은 것이 떠오르면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p.s 추천과 댓글은 아마추어 창작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꼬릿말을 통해 저의 다른 글 들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출처 |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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