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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로 3년간 KIA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4강권 밖에서 맴돌았다. 가을야구는 꿈도 꿀 수 없었고 삼성에게만 매년 10승 이상씩을 내주는 '승리셔틀'로 전락했다. 그나마 팀의 마운드에서 기둥과도 같았던 윤석민이 MLB, 볼티모어행을 택하면서 2014시즌 KIA의 마운드는 더 약해졌다.
2009년 대활약 이후로 좀처럼 자리도 못 잡고 부상에 시달린 최희섭은 함평에서 머무른 지 오래이고 그렇다고 해서 그를 대신할 타자가 배출된 것 역시 아니다.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영원히 달고 다닐 듯한 김주형을 비롯해 이범호 등 주요 선수들이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면서 장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던 KIA에게 이번 스토브리그는 고비 중에서도 고비, 팬들의 분노도 극에 치달았다. 팀을 포스트시즌 진출에 올려놓지 못한 선동열 감독은 한 번 더 구단의 신뢰를 받으며 재계약 도장을 찍는가 하면, 이미 군입대가 확정된 김선빈과 안치홍을 쉽게 보내주지 않으려는 욕심이 화근이 됐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23일 '광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시즌이 끝난 뒤 여러모로 고생을 한 만큼 전환의 계기를 맞고 싶었던 안치홍이 감독실까지 불려가서 선 감독의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에 곤혹을 치뤘다. 이미 2년간 본인의 야구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을 맞고 싶었지만 한 팀의 키스톤콤비가 모두 군입대를 한다는 점이 껄끄러웠던 모양이다.
엄격히 말해서 안치홍의 군입대 선택은 자율적이다. 그래서 선수 본인이 원하면 입대를 하고 원하지 않으면 조금은 미룰 수 있는데 선택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안치홍에 달렸고 구단이 전혀 간섭, 개입해선 안 될 일이다. 구단 프론트 입장에서도 선택을 존중하는 쪽이었고 최대한 선수의 입장에서 귀기울여 들었기 때문에 이미 이 문제는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선동열 감독은 10억 6천만원에 2년간 KIA 지휘봉을 잡기로 결정이 되었고 그를 빌미로 하여 전력 이탈을 조금이라도 막고자 하는 생각에서 마음을 굳힌 안치홍에게 설득을 계속 이어왔다. 좋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선동열 감독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안치홍의 군입대 결정에 대해서도 충분히 존중하지만 문제는 선동열 감독의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 '임의탈퇴'이다.
임의탈퇴 선수란, 계약 해제를 바라는 듯한 본인의 행동에 따라 구단이 계약을 해제한 선수이다. 또 임의탈퇴 선수는 원소속 구단의 동의 없이는 다른 구단과 계약 교섭이 불가능하다. 결론은 안치홍이 본인의 의사대로 군입대를 한다고 주장하면 선수생활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게 선동열 감독의 의도인데, 과연 프로 감독이 할 수 있는 행동인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보도에서는 "감독실에서 군입대를 고집하면 임의탈퇴도 가능하다"라고 이야기가 흘러나왔다고 밝히면서 구단 사무실과 선수단이 모두 '멘붕'에 빠졌다는 반응도 함께 실었다. 임의탈퇴라는 독단적인 선택, 오로지 SUN의 마음 속에 있었고 구단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일단 경찰청에서는 안치홍이 합격자 명단에 있다고 발표한 만큼 안치홍에게 두 가지의 카드가 주어진 셈이다. 분명한 건 경찰청행, 혹은 KIA 잔류인데 임의탈퇴라는 명목으로 강하게 압박을 들어온 선동열 감독 때문에 머리가 굉장히 복잡할 수밖에 없다. 전혀 웃을 수가 없고 이를 접한 팬들도 선수들, 구단 사무실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지난 22일 선 감독은 구단 홈페이지에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을 게시하면서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주된 내용은 "다음 시즌에도 성적이 좋지 못하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 팬들의 성원을 부탁드린다. 선수들과의 소통을 이어나가겠다." 등이 담겨 있었는데 강한 의문이 드는 건 역시 '소통'이다.
기본적으로 감독과 선수가 소통하려면 선수 개개인의 문제에 대한 논의는 당연히 이뤄져야 하고 감독의 입장뿐만 아니라 선수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야 하는 게 감독의 의무이다. 한 팀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단지 팀의 성적을 위해서, 지금 당장을 바라볼 순 없는 노릇이다. 미래도 봐야 하고 한 시즌으로 프로야구가 끝나는 게 절대 아니기 때문에 무턱대고 선택을 내리는 건 위험하다.
선동열 감독이 꺼내든 '임의탈퇴'도 구단의 상의 한 번 거치지 않고 선수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된 부분이라서 파장이 크고 구단이 수습할 수 없는 수순이다. KIA 구단도 어떠한 입장을 표하는 것보다도 수습을 하는 게 최우선이고 선동열 감독에게도 이 발언을 꺼낸 점을 책임지게 해야 하지 않을까.
군입대를 하겠다는 선수를 굳이 잡아놓고 협박하면서 선수생활을 방해하는 감독은 그 어느 곳에서 찾아볼 수도 없다.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김시진 감독, 송일수 감독, 이만수 감독 이 세 사람 모두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선수들과 이렇게까지 큰 불화를 겪진 않았다. 또 밖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날 정도로 수위가 약했다.
가을야구도 못하는 판국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서 KIA 팬들은 조금 누그러든 화가 다시 났다. 재계약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팬들이 어떻게 감독의 독단적인 선택을 수긍할 수 있을까 싶다. 국내에서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30년을 훌쩍 넘겼고 이젠 세계에서도 나름 높은 수준이라고 인정받는 한국 야구에서 결코 발생해선 안 될 일이 터지면서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포스트시즌 기간이라 논란을 더 크게 키우고 싶지 않은 건 모든 팀들, 가을 야구를 즐기려는 팬들 한마음이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결정이다. 올시즌 순위를 기준으로 5위부터 9위까지 5명의 수장 중 교체가 확정되거나 이미 이뤄진 팀은 네 팀, 유일하게 생존한 팀이 KIA이고 선동열 감독이다.
타이거즈 왕조,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쳐 전신인 해태가 한국 야구의 중심이던 당시엔 그들을 넘볼 자가 없었다. 함부로 뛰어넘기도 쉽지 않았고 타 팀 팬들에게도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2000년대로 접어들며 잠시 쇠퇴기를 걸었지만 2009년 SK의 3연패를 막아내며 V10을 달성, 다시 한 번 타이거즈 왕조의 부활을 알렸다.
그럼에도 2011년 준PO에서 SK에게 발목이 잡혀 조범현 감독이 경질됐고 새로 부임된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감독도 뚜렷한 성과없이 3년을 보냈다. 선수가 없는 문제도 문제이겠지만 있는 선수들을 가지고 관리하는 능력은 프로 감독으로서 지녀야 할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유감스럽게도 선동열 감독의 인터뷰는 핑계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많은 감독들이 소통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겠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말처럼 되질 않는다. 그래도 해 보려고 노력하는 감독들은 있고 넥센 염경엽 감독은 초보감독이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팀을 2년 연속 PS 진출로 이끌었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지만 받쳐주는 건 감독의 몫이다.
명가는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상처만이 가득하다. KIA의 앞길은 캄캄하고, 안치홍 문제로 곪았던 상처는 터져버렸다. 10월 말이지만 KIA를 둘러싼 한기(寒氣)는 차갑기만 하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9&aid=000333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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