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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857086
    작성자 : 익명bGxqa
    추천 : 1
    조회수 : 155
    IP : bGxqa (변조아이피)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3/10/05 03:42:36
    http://todayhumor.com/?gomin_857086 모바일
    500일의 나

    베오베에 있는 500일의 썸머 글을 보고 이제야 조금 영화를 이해하게 되니..
    제 과거의 연인과의 날들이 떠올라 적어봅니다.



    저는 몇 번의 자살시도와 습관적인 자해를 하는 어두운 아이였어요.
    부모님의 이혼... 그 원인이 된 엄마의 바람...
    세상에 영원한 사랑 같은 건 없을 거라고 믿게 되고..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낮은 자존감에 허덕였어요.

    그러다가... 여자로서 최악의 경험을 하고 난 이후로는 반년 가까이 모든 연락을 다 끊고 집안에서만 지낼 정도로 그렇게 우울하게 살았어요.
    결국 어찌어찌 복학을 하고... 학교를 다니다가 그 친구를 처음 만났습니다.
    나보다 다섯 학번이나 어렸던 그. 
    그를 처음 본 그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에요. 
    시간이 그 허리를 베어 그와 나 사이에 영원히 가로놓이는 것 같은 그런 기분. 시간이 멈췄어요.

    그렇게 그와 저는 연인이 되었습니다. 3월 14일.



    그는 정말 다정했어요.
    이전에 만났던 남자친구들은 날 그저 욕정을 풀 대상으로 봤었는데... 이 친구는 정말 절 진심으로 사랑해줬어요.
    둘 다 학생이어서 큰 선물은 못해줬지만... 그 친구는 제가 알바 끝날 때쯤에 직접 만든 간식이나 음료수를 사와서는 절 기다려주고, 절 데려다주곤 했어요.
    길 가다가 노점에서 파는 머리끈이 이뻐서 샀다며 갑자기 선물을 불쑥 내밀기도 했고.
    처음 밤새 놀던 날, DVD방에서 잠든 저를 영화가 끝날 때까지 꼭 안고 재워줬어요.

    사소한 말 한 마디, 다정한 눈빛과 행동들..
    그런 것들로 인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우울을 껴안고 살던 저는 조금씩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 아이에게 갈수록 못되게 굴었어요. 괜시리 울컥 치미는 짜증을 그 아이에게 풀어놓고선 당연히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를 사랑한다면 내 어떤 행동도 다 사랑해야 한다고, 쓸데없는 고집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저는 그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말도 안 되는 욕심을 부리게 되었고...
    그 아이는 저도 모르는 새 저한테 많이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듬해 5월 13일. 그 아이는 제게 이별을 고했어요.
    이미 한번 헤어지자고 말했던 그를 겨우 붙잡아 다시 만났지만 끝내 그는 저를 견디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6월 2일, 3일.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혼자 떠난 부산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그 아이와 저는 전화를 붙잡고 서로 그냥 울기만 했어요. 그 오랜 시간을 계속 울기만 했어요.

    그리고 7월 7일, 그 친구는 입대를 했고...
    또다시 1년이 지나, 저는 다시 한번 부산에 갔고... 한 해가 더 지나... 그 친구는 제대를 하고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요.
    저는 그 때까지도 계속 그 친구를 그리워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결국은 다시 만나게 됐어요.
    제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서... 제 생일이 되던 새벽에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그 친구와 2년 6개월만에 다시 만났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드디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그의 눈빛과 표정에선 더 이상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그동안 혹시 그도 아직 날 그리워하지 않을까, 품었던 기대와 미련들이 깨끗이 씻겨나갔습니다.



    연인으로 보냈던 500여일. 그리고 혼자 그리워하던 2년 6개월. 
    그 시간 동안 저는 사랑을 배웠어요.
    영원한 사랑 같은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하던 제가 영원을 믿게 되었고.
    제 마음을 모나지 않은 방법으로 표현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순수하게 기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깨달았어요.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겨우 사랑을 배웠고... 지금의 연인을 만나, 곧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그 친구에게서 안부를 묻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결혼한다는 말에 축하한다고, 행복하라고 말하는 그 마음은 아마 진심이었을 거예요.
    나 역시도 그 친구가 정말정말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거든요.



    영화에서 톰은 썸머를 통해 좀 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저 역시 그 친구를 만나고, 헤어짐으로 인해 비로소 성숙해질 수 있었어요.

    앞으로 만날 일은 없겠지만...
    내게 주었던 그 사랑, 다른 예쁜 누군가에게 듬뿍 받으면서... 그렇게 그 친구는 항상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 친구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네요...

    정말 고마워.
    고마워.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3/10/05 03:58:17  114.71.***.211  소소소소나  390911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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