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돕기 모금’으로 중징계 당한 손원영 교수
선승들이 겨울집중참선 동안거를 끝낸 강원도 인제 백담사에 최근 갔을 때다. 밖에서 자물쇠를 잠그고 3개월간 두문불출한 채 수행하고 나온 한산사 주지 월암 스님과 일지암 주지 법인 스님과 만남에서 다종교가 화제로 올랐다. 이들은 “대만 자재공덕회 성엄 스님은 자연재해로 파괴된 교회와 성당과 이슬람사원까지 지어줬다”며 “그런 자비가 종교의 본모습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이 말한 본모습을 보이며 화답한 이가 개신교에도 있었다. 서울기독대학 손원영(51) 교수다. 그는 지난해 1월 한 개신교도가 경북 김천 개운사 법당에 들어가 불상 등을 훼손한 것으로 알려지자, 에스엔에스에 대신 ‘사과의 글’을 게재하고, 개운사 돕기 모금운동을 벌였다. 그런데 최근 서울기독대 이사회는 이것이 우상숭배 행위라며 손 교수를 파면했다.
개신교도의 개운사 불상 훼손에
대신 사과하고 모금운동 펼쳐
서울기독대, ‘우상숭배’라며 중징계
연대 신학과 동문들 ‘파면철회’ 성명
“기독교, 사랑의 종교다운 실천 필요
대학후배 아들, 자랑스러워해 용기”
27일 만난 손 교수는 의외로 표정이 멀쩡하다. 파면은 해임보다 큰 벌이다. 파면되면 연금액이 절반으로 줄고, 5년 동안은 타 대학에서도 교수로 임용될 수 없다.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하나님께서 이를 통해 한국 교회에 하시고 싶은 일이 계시는 모양”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파면된 뒤 에스엔에스에서 학교 쪽 조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연세대 신학과 동문들 230여명이 파면철회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낸 것도 위로가 됐음직하다. 지금까지 신학교에서 해직 사태가 적지 않았지만 연대 동문들이 대거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이들은 원로 목사와 신학자들까지 함께한 성명에서 “기독교인에 의한 이웃의 피해를 원상회복시키려 한 손 교수의 행위는 오히려 타 종교를 존중하고 성숙한 신앙을 지향하는 기독교인의 존재를 알림으로써 그 배타성으로 인한 세간의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한 행위로서 오히려 칭찬받을 만하다”고 손 교수를 옹호했다. 손 교수도 “모처럼 만에 착한 일 한번 했는데…”라고 허허롭게 웃으며 말했다.
“우연히 페북에서 개운사 주지 스님 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지요. 제 전공이 기독교교육, 종교교육이에요. 기독교는 늘 사랑과 평화의 종교라고 가르치는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죠. 절이 1억 이상이나 재산 피해도 보았다고 하고, 비구니 스님이 정신치료까지 받았다고 하니, 위로하고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에스엔에스를 통해 모금을 했는데, 100여명이 십시일반해 267만원이 걷혔다. 그런데 개운사 주지가 비구 스님으로 바뀌고 무슨 내부 사정이 있었는지, 절 쪽에서 “마음만 받겠다. 돈은 종교평화를 위해 쓰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모금한 돈은 종교 간 대화를 지향하는 레페스포럼에 기부했다. 레페스포럼은 이 기부로 기독교인 6명과 이웃종교인 6명이 함께 모여 가톨릭 시튼수도원에서 1박2일간 밤샘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 내용은 곧 책으로 출간된다.
이웃종교에 대한 배타성의 우려는 그의 현장 목회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그는 1999년 서울기독대에 부임한 바로 그해 학교 내에 대학교회를 개척해 다른 목사와 함께 공동목회를 했다.
“교회를 개척해보면 새 신자 한명 모시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기존 교인들도 떠나는 판국이죠. 떠나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교회가 이웃종교에 대해 너무 배타적이고, 폭력적이고, 언행이 불일치한 데 대해 실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랑과 평화의 종교다운 실천이 필요하다고 늘 생각했어요.”
(중략)
내가 기독교를 잘은 모르지만 기독교의 정신은 낮은자를 섬기고, 상처입은 자를 보듬어 주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손교수가 개운사 돕기 모금을 한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인데, 서울 기독대학이 그걸 이유로 파면 한것은 놀라운 일이다.
오늘날 기독교 내부가 부패 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지만 이건 정도가 심하지 않은가.
빠른 원상 회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