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의심덩어리인 완전식품 만두국입니다. 최근 x베그래프를 시작으로, 모 공중파에서 메탄올 워셔액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된 후... 급구한 소X스의 각진 통에 들어가 있는 에탄올 워셔액을 사용기입니다. 또, 왜 우리는 메탄올 워셔액을 쓰고 있었을까에 대한 나름의 조사 결과입니다.
1. 에탄올 워셔액 사용 소감
워셔액이 도착하자마자 퇴근길에 차에 남은 워셔액을 전부 분사해서 빼내고 나서 에탄올 워셔액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밤 10시에 라이트를 켜고 30분간 지방도로 주행을 했습니다;;; 가로등도 없는 곳이라 벌레가 쩌는 곳입니다. (사진은 혐짤이라 생략합니다.) 그리고 지하 주차장에서 워셔액을 분사하며 닦아 봤는데... 이런... 메탄올 워셔액보다 잘 안 닦입니다. OTL 평소 실험용 비이커 탈지 및 세척용으로 메탄올이 더 잘 닦였던 기억도 나면서, 아무리 건강에 나쁘다고 해도 5배나 비싼 주제에 덜 닦이면 곤란하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물에 섞으면 워셔액을 만들어 준다는 한 통에 250ml인 만 원짜리 핑크색 첨가제를 사서 섞어 보았습니다. 희석비는 1:100이라는데 25ml 첨가시 워셔액 25L가 나온다고 설명서에 써있는데, 이러면 1:1000 아닌가 싶지만... 전 쿨하게 2.5L 오타겠지 생각하고 20ml를 에탄올 워셔액에 섞었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실험을 반복한 결과... 아주 좋습니다. 메탄올보다 더 잘 닦입니다. 무엇보다 와이퍼가 움직이면서 생기는 자국이 없습니다. 뽀드득 소음도 줄었습니다. 혹시 에탄올 워셔액으로 바꾸신 후 세정력에 불만이 있으신 분이 계신다면 강추입니다. 뭔가 더 고급스럽게 닦이는 듯한 느낌이 났습니다. 동승자들의 반응도 와이퍼 교체했냐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2. 메탄올 워셔액 사용에 대한 조사
이하는 구글링 및 자동차 동호회, 블로그 등을 검색한 내용입니다.
2.1. 메탄올을 위험성
메탄올은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하셨듯이 섭취시 우선 잘 알려진 것처럼 실명 및 사망에 쉽게 이를 수 있습니다. (저는 북두의 권에서 처음 접했습죠;;;;) 그럼 얼마나 위험한 걸까요? 미국 노동부(Department of Labor)의 OSHA(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의 기준치를 보면 허용 노출 한계는 8시간 기준, 메탄올은 200ppm, 에탄올은 1,000ppm입니다. 저는 메탄올이 5배 정도 독하다고 받아들였습니다. [출처 1, 2]
근데 흥미로운 것은 에탄올은 WHO에서 1급 발암 물질로 규정한 반면[출처 3], 메탄올은 암을 유발한다고 여겨지지 않습니다.[출처 4] 암 걸리기 전에 죽어서 그런가?
2.2. 왜 내수용에는 메탄올을, 수출용에는 에탄올을 넣을까?
오늘 뉴스[출처 5]로 여러 사람 혈압을 오르게 했던 내용입니다. 현대/기아/르삼/GM/쌍용에서 내수용 차량에는 메탄올을 수출용 차량에는 에탄올을 쓴다는 내용이었죠. 그래서 찾아봤는데, 일단 미국에는 메탄올 워셔액 금지는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2013년 기준, 출처 6) 반면에 유럽에서는 메탄올 함량이 3% 이상인 워셔액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7] 그래서일까요? 독일 3사의 순정 워셔액은 에탄올이라고 합니다.
다만 특이한 것은 르삼의 QM3입니다. QM3의 출고용 워셔액은 에탄올이라는군요. 아마 QM3는 국내 생산이 아닌 르노 스페인 공장 생산이라고 그런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처 8:댓글 중]
2.3. 그런데 왜 유럽에서는 워셔액에 메탄올을 못 넣을까?
구글링 해봤습니다. 근데 일단... 워셔액을 영어로 뭐라고 해야하나 하고 이것저것 눌러보니... 대충 "windshield washing fluid" 정도로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검색어로 구글링하니 ECHA(European CHemical Agency)라는 곳에서 메탄올 사용 금지 제안을 한 내용이 나옵니다. [출처 7] 내용을 읽어보면, 무게비로 3% 이상 메탄올을 함유한 워셔는 판매 금지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역시 선진국의 기관이라 일을 열심히 하는군... 하아... 헬조선... 하면서 읽다보니...
부족한 영어 실력을 총동원해서 해석해보면, "메탄올 워셔액을 금지하는 이유는 알콜 중독자들 중 마실 수 있는 술 대신 동계용 워셔액이나 변성 주정(methylated spirit)을 섭취 가능한 알콜 대신 마시고 급성 중독에 빠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 주로 EU 북부와 중부에 거주하는 센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이탈리아 포함) 그 예로, 폴란드는 2010년 6월에 소비자 대상 제품에서 메탄올 제한을 중단하였는데, 그 결과 2011년 12월을 시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메탄올이 함유된 동계용 워셔액을 마시고(-_-) 중독되어(poisoning) 결국 2014년 1월에 다시 규제를 시작해서 중독 사례를 감소시켰다. 유사한 사례가 핀란드에서도 있었는데, 1994년 동계용 워셔액의 메탄올 함량 제한을 폐지했다가 메탄올 중독 사고가 증가하자 1996년부터 다시 메탄올 함량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나..나니? -_- 그러니까 결국은 운전자의 건강보다는 술 대신 워셔액을 마시는 사람들 때문에 시작되었다는 건가요? (사실 이 부분을 읽고 이건 오늘의 '유머'에 올려야 되겠다고 생각함;;;) 물론 뒤에 가면 분사된 메탄올 워셔액의 차량 유입 문제도 언급하긴 합니다만 이게 진짜면 으음....;;;;;;
2.4. 대체품들
최근 대체품으로 알약 형태로 물에 타서 쓰는 제품도 있긴 한데, 제 사견입니다만 에탄올 워셔액(+워셔액 첨가제)이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물에 타서 쓰는 제품은 동파 우려 및 레지오넬라 감염의 원인으로 의심되기도 합니다.[출처 9] 약국에서 파는 정제수를 쓰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워셔액이 담기는 통이 깨끗하라는 법이 없어서...;;;
그리고 소독용 알콜은 에탄올 함량 83%인데 250mL에 1000원(우리 동네 약국 기준;;)입니다. 이걸 희석해서 쓰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자동차라는게 겨울에 한파, 엔진룸엔 고열에 노출되는데 제 맘대로 제조하는 것도 겁나고 해서 저는 그냥 포기했습니다.
3. 마무리
제가 쓰던 메탄올 워셔액은 2L에 1,000원이었습니다. 새로 바꾼 워셔액은 6,000원입니다. (첨가제 제외) 5,000원 차이면 100만대 판다고 하면 50억이네요. 저도 회사원인지라 대량 생산품의 작은 원가 절감의 효과는 압니다. 앞으로 출고 차량에 에탄올 워셔액이 당장 들어갈 것이란 생각도 별로 안합니다. 까짓거 새차에 메탄올 워셔액 들어가 있으면 빼버리고 에탄올로 바꾸면 되지요. 기업에겐 50억이지만 저에겐 고작 5000원 차이니까요.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들어갈 금액을 생각해보면 말이죠)
그런데 이런 사건 한번 일어날 때마다 과연 돈으로는 환산하기 힘든, 그래서 장부 상에 나오지 않는 소비자의 브랜드 이미지의 손해는 얼마나 될까요? 황야를 질주하고, 멋진 남녀 모델이 도심을 누비는 차의 이미지 광고에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디테일한 부분에 진경 좀 써주세요. 소비자의 브랜드 신뢰는 그런 곳에서 조금씩 쌓이고, 큰 돈을 들여 찍는 광고만큼이나 효과적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관계 부처 여러분도 좀... 분발 좀 해주세요. 음모론에 가까운 정경유착설은 성격상 얘기 못하겠습니다. 다만, 먼저는 못해도 해외에서 좋은 사례가 있음 후딱후딱 가져오면 좋잖아요? 메탄올 워셔액 증기는 여러분도 마신다구요!
혹시나 여기까지 긴글 읽으신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항상 안전 운전 하시고, 무사고가 함께 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