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인을 제대로 풀려면 추리 소설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쉬울 것 같네요.
추리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가 쓴 작품 중에
[ABC 살인 사건]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범인이 살인 예고를 하고 사람을 죽이는데
살인이 특이하게도 ABC 순서대로 진행됩니다.
처음 살해된 사람이 A로 시작되는 이름의 사람,
두 번째로 살해된 사람은 B로 시작되는 이름의 사람,
세 번째는 C로 시작되는 이름의 사람 이렇게요.
언뜻 보면 범인은 사람을 ABC 순서대로 아무나 죽이는
미치광이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소설 속 명탐정 포와로의 번뜩이는 추리력이 발휘됩니다.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 살해된 사람과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합니다.
결국 세 번째로 죽은 c카미클 클라크 경에게 재산 관계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남동생이 있었던 게 포착됩니다. 카미클 클라크 경이 죽으면 남동생이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는 상황이었죠.
결국 조사를 통해 그 남동생이 범인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는 형을 죽이고 유산을 얻기 위해
ABC 살인사건이라는 희대의 트릭을 개발했던 겁니다.
자기가 형을 죽인 사실을 들키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이렇듯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의 원인은 거의 자신의 이해 관계,
어떤 이익이 있느냐 하는 부분과 연관된 경우가 많습니다.
안희정 도지사가 최근 "박근혜 선의" 발언을 한 것,
적폐 청산 필요없다는 식으로 말을 한 것.
과거 문제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한 것,
대연정해야 한다고 말을 한 것을 두고
요새 말들이 많지 않습니까?
혹자는 안희정 도지사의 철학이 원래 그랬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했다고도 하고,
혹자는 안희정 도지사가 새누리당 사람 투성이의 충남에서 도지사로 일하다보니
그곳에서 도정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그런 합의나 연정에 익숙하게 되었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안희정 도지사의 저 발언이 나온 진짜 의도를 알려면
그와 지금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이 누구인가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안희정을 대권 후보로 지지하고 밀어주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면 그 진짜 원인을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최근 민주당 내의 대표적인 비문 의원들,
그러니까 김종인을 위시한 의원들이
안희정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 걸 기억하실 겁니다.
특히 김종인이 요새 유독 안희정을 띄우는 발언을 많이 했죠.
그러나 안희정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김종인과 비문 의원들만이 아닙니다.
안희정은 중앙일보 회장인 홍석현이 작년 9월에 만든
'여시재'라는 포럼에 소속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여시재라는 포럼이 도대체 무엇이냐?
겉으로는 통일정책을 고민하고 국가문제를 고민한다는 등
블라블라 좋게 포장이 되어있습니다만,
사실상 홍석현 회장이 미는 사람을
청와대의 주인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모임입니다.
홍석현 회장은 삼성가 대부인인 홍라희 여사의 동생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안희정을 뒤에서 지원하는 건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한 겁니다.
제 기억으로는 안희정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적도 있었죠, 아마?
그럼 안희정을 지지하는 이들의 '이해 관계'가 뭘까요?
아시다시피 김종인은 자기 입으로 재벌 청산 반대한다고
드러내어 말하던 사람이고,
또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기도 합니다.
민주당의 비문 계열 의원들은 수시로 여당쪽 사람들과
몰래 합의를 하고 거래를 하고 그랬던 사람들이죠.
문 대표 향해서는 내부총질이나 하구요.
삼성이야 그동안 어떤 비리를 저지르고
어떻게 이 나라를 지배해 왔는지 아실테니 설명 생략하겠습니다.
그럼 생각해 보세요.
안희정을 지지하고 밀어주는 저들이
적폐 청산 바라겠습니까?
박근혜 정권 심판 바라겠습니까?
재벌 부정 부패 심판 바라겠습니까?
당연히 아니겠죠.
저들의 지지를 받는 안희정은 결국
저들의 의도를 충실하게 반영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바로 '대연정' 발언,
'적폐 이미 청산되었다는 식의 발언',
'과거 용서하자는 식의 발언' 이런 겁니다.
사람은 받은 게 있으면
그만큼 토해내야 하는 겁니다.
그게 인생의 원칙인 겁니다.
근데 저들의 지지를 받은 안희정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재벌 비리 파헤칠 수 있겠습니까?
박근혜 정권 비리 심판할 수 있겠습니까?
과거 청산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