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래 전에 모 방송사의 하청에서 영상 편집일을 했었다.
당시에 나는 Youtube나 니코니코에서 친구가 만든 보컬로이드 곡과
그림을 편집한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있었는데,
TV 업계에서 일하던 친척 아저씨께 작품을 보였더니, 센스가 있다며 칭찬받고
영상 편집 알바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하청의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내 이름을 알릴 수 있는것도 아니고 월급도 아쉬웠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좋아하는 일을하고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 불평하면 벌받는다고
생각하며 무작정 일하고 있었다.
갓 일을 시작했을 때는 로컬 프로그램의 BGM이나 자막을 넣고 컷을 늘이는 등의 일을 하고
있었지만 일년 정도 다니면서 골든 프로그램의 편집을 맡게되었다.
누구나 아는 유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편집을 자신이 하고 있다는 것은 더없는
우월감에 젖을수 있는 명예였다.
TV업계는 화려함만 갖고는 성립되지 않는다. 일반인에게 알려져서는 안되는 그림자
같은 부분이 있다.
어느 날 사장이 나를 호출했고, 나에게 새로운 일을 해달라고 했다.
일한지 이년정도 지나 맡고있는 업무의 대부분을 파악하고 혼자할 수 있게 됐다고 자
부했던 나는 아직 해본적 없는 일을 맡아 기뻐했다.
미지의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쁨이 가득한 나와는 대조적으로 부끄러운 듯한 표정으
로 고개를 숙이고 사장은 말했다.
"심령 영상을 만들어주지 않겠나?"
시청자로부터 올라왔다는 명목으로 짜잡기한 짧은 심령 영상을 랭킹 형식으로 보여주는
심령 프로그램이 있다.
뭐 어느 정도 나이가 찬 사람이라면 알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심령 영상의 약 10할, 즉
모두 모조, 페이크 영상이야
아마추어가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린것을 차용한 영상, 비디오 대여점에 놓여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심령영상집에서 차용한 그림, 과거에 방송된 것들 중 인기있는것을 포
착해 온 영상 등을 사용하는데, 이런 영상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면 신선미가 없어.
그래서 완전 신작심령 영상을 몇개 정도 준비하는데, 이 일을 하게 된 것이 나라는 거지.
심령 영상을 만드는건 사자에 대한 모독이고, 진짜 영상이라고 믿고 있는 시청자를
속이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엔 죄책감이 날 무겁게 짓눌렀다.
하지만 영상을 몇개정도 만들고 난 뒤에는 이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걸 깨달았다.
자기가 만든 심령영상을 보고 마음속으로 겁먹은 아이들과 절규하는 어른들의 반응을
보고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도 움직일 수 있다니! 지금껏 이런일은 없었지" 라고 느꼈다.
편집은 대부분 뒷면의 일이다.
항상 영상의 중심은 연예인들, 그들을 더 화려하고 알기 쉽고 즐겁게 시청자에게 전하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우리 편집자들이다.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평가되는것은 연예인뿐이다~ 라는걸 당연하게생각했고, 우린 그걸 납득하고 일했다.
그래도 마음의 어딘가에서 자신의 일을 인정 받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던 걸까?
그 욕심이 심령 영상을 만드는 것으로 채워진 것이다.
심령 영상은 자신의 편집 기술로 만들어진 귀신이 주역, 즉, 내가 주역라는 것이다.
나는 매년 여름마다 소름 끼치는 공포 영상을 만들어 갔다.
심령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지 3년쯤 지나자 나름대로 이름이 난 고스트 장인이 되어 있었다.
그런 어느 날 갑자기, 있을수 없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언제나처럼 일을 하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걸어 온 것은 고교 시절부터 친구로 지금도 자주 마시러가는 호리노였다.
"어쩐일이야? 요전에 애들이랑 밥 먹으러 갔는데~, 건강은 어때?"
"너 때문에..너 때문에..아야가...아야가 아 아아 아아아아....으으으...읏..."
호리노의 평소 즐거운 분위기는 간데없고 몹시 허둥대고 있었다.
"아야기... 차에..부..혔다.. 어제.."
나는 말을 잃었다.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호리노의 오열만 휴대폰으로 들리고 있었다.
"다리를... 자르지 않으면 안돼서... 아야는 이제.. 평생 제대로 걷지 못하는거야.."
나는 깜작 놀랐다.
호리노도 분명 같은 생각이었을거야. 그래서 나에게 전화를 한거겠지.
"네가 말했지? 가짜라고.. 정말 그런거야?
"아야짱의 일은 안타깝지만 말야.. 진짜 그럴리가 없잖아? 어떤 영상을 만들지 함게 마시면서 생각 했었지?
진짜 영혼 따위가 있을리 없잖아"
작년 크리스마스에 호리노를 포함한 고등학교 친구들과 마시다가 내 일의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에는 심령 영상을 만들거나 하고 있다고 경솔하게 이야기했고 몇몇이 출연시켜 달라고 농담으로 부탁했다.
친구니까 출연료도 내지 않아도 되고, TV 관계 일을 하고 있는 나도 어필하고 일석이조라고 생각해서 우선
호리노에게 제안했다.
호리노는 뛸듯이 기뻐했고 어떤 심령 영상을 만들지 협의 했다.
영상의 내용은 이랬다.
딸의 생일을 홈 비디오로 촬영하고 있고, 아야짱의 허벅지에 휘감겨 있는 수수께기의 손이 비친다.
이 손은 근처의 교차로에서 사고로 숨진 마라토너의 것이고, 아직 뛰고싶다는 강한 염원이 남의 다리를 부러워하고
원망하고 있다. 라는 것.
프로인 내 입장에서 보면 흔한 설정이지만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는 탓인지 호리노는 아주 맘에 들어했고 촬영시에는
지나칠 정도로 협력해줬다.
보통 TV업계의 일을 대단한것이라고 느끼고 고마워하는 호리노를 보고 옛날의 나를 떠올렸고 그 때를 그리워하며
촬영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호리노에 자세한 이야기를 묻자 아야짱이 잃은 것은 오른쪽 넓적다리 아래였다.
내가 만든 심령 영상에는 아야의 넓적다리 부근을 검고 가느다란 손이 휘감겨서 만지고 있었다.
설마 우연일까? 우연이다. 영혼이 있을리가 없어.
몇번씩 자신을 타일러 보지만 불안은 전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나는 호리노와 통화를 끝내고 이사자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시자카는 호리노와 같은 고교 시절의 오랜 친구로,
호리노와 만든 것과는 다른 심령 영상을 이시자카와 만들었었다.
만약 아야짱에게 발생한 사고가 심령 영상 때문이라면, 마찬가지로 심령 영상을 만들었던 이시자카에게도 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귀에 댄 폰에서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이시자카와 찍은 영상의 내용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좀처럼 생각나지 않는다.
왜 전화를 안받아? 뭐 하고 있어 이시자카! 하고 짜증이 날때 쯤 이시자카가 왜 전화를 받지 않는지 알것 같았다.
휴대전화가 아니라 이시자카의 집에 전화를 걸자 이시자카의 어머니가 받았고 이시자카가 어제 죽었다는 사실을 귀띔해주셨다
그랬다. 이시자카와 찍은건 익사한 여고생의 영혼이 이시자카에 매달리고 있는 영상이었다..
생령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이 증오와 질투를 더함으로써 영적인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나는 열심히 심령 영상을 계속 만들고 영혼을
계속 생각한 결과, 생령과 비슷한 성격의 것을 낳을 수있게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만든 심령 영상의 영혼은 시간이 지나면 정말 존재하게된다.
만들어진 영은 설정이 완벽하게 반영되어 사람을 저주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죽게만든다.
지금까지 내가 만든 심령 영상에 출연 해 준 출연자들에게 닥치는대로 연락 해보면, 영상과같이 죽은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죽진 않았지만 영상에서의 설정대로 불행에 휩쓸린 사람도 산더미처럼 있다.
나는 무서워져서 이 일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이제 누구도 불행하게 해서는 안된다.
영혼을 장사에 이용하다니..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
더 빨리 알아챘어야 했다.
나는 심령 영상에 가족과 친척, 친구나 그녀까지 출연시킨 거야...
그들은 시간이 지날때마다 한명씩 죽어간다. 영상에서 시사된 대로의 죽음으로 ..
모두에게 사과하고싶어서 견딜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일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용서해주지도 않을 것이다
이름있는 영능력자에게 부탁해도 속수무책이었다.
만든 영상을 모두 파기해도 허사였다.
그래서 난 심령 영상 하나를 만들기로 했다.
그 심령 영상의 등장 인물은 나 한 사람이다.
필사적으로 컴퓨터를 향해서 타이핑 하는 모습이 보인다.
타이핑의 내용은 지금까지 저지른 죄를 고백하는 것이다.
글을 끝마친 내 등 뒤로 나 때문에 죽은 수백명의 영혼이 천천히 살금살금 다가오는 영상을..
모두... 정말 죄송합니다.
-오역, 의역이 있고, 문장을 매끄럽게 하기위해 임의로 삽입한 단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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