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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8543
    작성자 : Hamstern
    추천 : 31
    조회수 : 4377
    IP : 125.176.***.156
    댓글 : 69개
    등록시간 : 2017/06/07 21:54:05
    http://todayhumor.com/?wedlock_8543 모바일
    집안일을 전혀하지 않는 남편과 살아가는 법 2 - 부제: 프로그래밍




    ...

    전글에서 집안일 이야기 안하고 바퀴 이야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전글에서 이어집니다.




    ...

    집안일에 대한 남편의 가치관을 듣고난 후 나는 이 남자가 집안일을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남편이 일부러 안하는것이 아니라 몰라서 못했다는 것을 안후에는 남편이 집안일을 하지 않는 사실에 전혀 화가나지 않았다.

    프로그래밍이 안되어있는데 어떻게 일처리가 되겠는가.


    이후 남편이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그저 나에겐 프로그래밍이 안된 상태를 보여줄 뿐, 분노나 원망이 일지 않게 되었다.



    1. 집안일에 대한 마인드


    이때부터 나는 집안일은 함께 하는 것이라는 마인드를 심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혼자 청소를 하고있고 남편이 게임을 하거나 티비를 보고있을 때면 나는 남편을 불러 함께 일을 할수 있게 해주었다.

    남편에게 청소기를 집어들게 해주고 청소기 사용법에 대해 설명해준다음 남편이 청소하는 길목에 미리가서 물건을 치워주고 의자를 빼주는 등 함께 청소기를 돌렸다.
    이렇게 1년정도 청소기를 돌리니 청소기를 돌려라, 하는 말을 하는것 만으로 남편 혼자 청소기를 돌릴수 있게 되었다.

    배고프다 하여 요리를 시작했더니 밥을 다 차려놓을때까지 게임을 하다가 밥먹어라 라고 말을 하면 그제야 어기적 걸어오는 남편에게는  ' 난 식당아줌마가 아냐.' 라며 밥먹고 싶으면 최소한 세팅은 해놓으라 말 해두었다.

    물론 이것을 제대로 하게되기까지는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수저를 놓기전엔 식탁을 닦아야한다는 사실부터 알려줬어야 했었으니까.
    요즘엔 말도 안했는데 5%확률로 반찬까지 완벽하게 식탁 세팅을 해놓는 남편을 보며 감동하고있다.


    항상 모든 집안일을 함께 했더니 2년이 지난후에는 내가 설거지를 시작하니 자동으로 청소기를 돌리는 경지에 이르렀다.
    (청소기 돌리는것이 가장 쉬워 자동 프로그래밍은 청소기밖에 되어있지 않다.)

    하지만 아직 프로그래밍이 완벽치 않아 자동으로 설거지나 다른 집안일을 하지는 않는다.

    아직은 if 나-집안일 then 남편-청소기 일뿐.


    남편에게 집안일은 그 집안에 사는 사람들이 같이 사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일인 것이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4년째 프로그래밍 중이지만,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의 집안일에 대한 대화를 통해서
    남편은 집이 저절로 유지보수되지 않음에 대해서는 알게되었고
    내가 집안일의 많은 부분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감사하며 최대한 노력하려한다.

    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지금은 퇴근하고 집안이 깨끗하면 조용히 다가와 꼭 안아주며 이야기해준다.

    " 오늘도 많이 고생했습니다~"


    >ㅂ<   꺅.

    남편이 너무 좋다.





    2.  프로그래밍

    집안일을 전혀 모른다는 남편은 의외로 기기의 사용은 금방 터득했다. (예: 청소기, 세탁기, 수세미)
    문제는 집안일을 할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처리 인식을 시키는 것이 꽤 오래 걸렸다는 것이다.


    아직도 입력이 안되어 있는 것이지만,
    기름기가 많은 설거지를 할때에는 뜨거운 물로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나,
    베이킹파우더의 사용법이라던가는 둘째치더라도,

    정말 기초중의 기초인,

    청소기를 돌릴때 앞에 의자가 있으면 그것을 이동하고 의자 밑까지 돌려야 한다는 사실이나,
    다 돌린 후에는 제자리에 넣어야한다는 것이나,
    설거지를 할때에는 식탁위의 그릇을 모두 설거지 통에 이동시킨 후 한다거나 하는 것은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문에 청소기를 돌릴때는 지속적으로 함께 이동하며 다양한 상황들 (바닥위의 의자/바닥위의 가방/바닥위의 남편이 시킨 타블렛 택배박스)에 대한 커멘드 입력을 해줘야하는 것이었다.
    안그러면 방바닥 중앙만 청소기를 돌린 후 청소를 다 했다고 자랑하는 것이었다.


    남편이 집안일을 충분한 퀄리티로 하지 못한데에서는 전혀 불만을 가져서는 안되었다.
    프로그래밍이 충분치 못한 탓이지 절대로 남편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1년이 지나자 의자, 가방, 택배박스에 대한 커멘드 입력은 어느정도 되어, 오류메시지가 뜨지 않는다면 충분히 이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예시로,

    지금의 남편의 청소기 돌리기 커멘드는 꽤 복잡한 연산도 이행할 수 있게 되어


    1. 청소를 위해 청소기를 꺼낸다.
    2. 청소기를 돌린다.
    3. 바닥에 물건이 있다면 이동시킨 후 바닥의 청소를 한다.
    ( - 이동시킨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의 커멘드는 아직 입력중 - )
    4. 청소 후 청소기를 제자리에 놓아둔다.

    까지의 4단계의 명령어를 복합이행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자랑스러움)


    설거지나 빨래개기는 아직 2단계 명령어밖에 이행하지 못하고 에러메시지도 수시로 뜨지만
    아직 프로그래밍은 진행중이고
    제일 먼저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청소기 돌리기에서 4단계까지 이행했음을 볼때
    앞으로의 몇년간의 프로그래밍 이후에는 좀더 고 퀄리티의 이행도 기대중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상태이상일때마다 (아프거나, 일이 너무 많거나)
    남편에서 설거지를 시켰더니 (빨래나 청소는 일주일 넘게 안해도 사는게 큰 지장은 없지만 설거지는 일주일 넘게 안하기엔 그릇이 부족함..)

    그것이 프로그래밍이 되었는지

    요즘엔 남편이 내가 상태이상이면 설거지를 하고있다는 것이다.
    (내가 의도했던 프로그래밍은 아니다)


    내가 뭔가 화가 나있으면 갑자기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를 시작하고;;;
    열이나거나 아프다고 하면 갑자기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를 시작한다.


    요즘엔 남편이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있으면 내 상태를 점검할 지경이다.
    (남편에게 이유없이 화를 내지는 않았는지, 내가 아프지는 않은지)


    물론 남편은 내가 화를 낼 예정일때도 설거지를 한다.

    .. 뭔가 잘못했을때;;;;;
    부셨거나 질렀거나.. 지르고싶거나 등등



    .. 남편이 어제 갑자기 설거지를 하려고 하길래 못하게 했다. (기름기 설거지 = 어짜피 내가 다시 해야함)

    그런데 아직 왜 설거지를 하려했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찾고있는 중이다.    ... 설마..   또  타블렛을 질렀나...?





    3. 시스템 에러

    집안일을 가르치기 시작한후 가장 큰 문제는 남편이 집안일을 하다말고 게임을 한다거나 바닥에서 뒹굴거린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은 남편이 집안일을 하기 싫어 딴짓을 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오랜 관찰 결과 알아낸 사실은 단순히 오류메세지 후 시스템 초기화 였다는 것이었다.




    사례1: 빨래를 개다가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고 나서 잠시 멍때리다가 핸드폰 게임을 한다.

    전화를 받는다 =  시스템 초기화
    본능의 알림 메시지 = 심심하다 -> 폰게임을 한다.




    사례 2: 설거지를 하다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설거지는 하다말고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본다.

    화장실에 다녀온다 = 시스템 초기화
    (설거지를 해서) 피곤하다 = 쇼파에 눕는다
    심심하다 = 티비를 켠다


    이때 남편에게 화내봤자 소용이 없다. 프로그래밍이 아직 충분치 않을 뿐.
    시스템이 초기화 되었으니 그저 명령어 입력을 다시 해주면 된다. 그러면 바로 이어서 진행한다.



    사례3: 빨래를 개다 갑자기 핸드폰 게임을 한다 or 빨래를 개다 누워있다.

    그동안의 케이스스터디를 통해 오류가 시스템의 초기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았다.
    빨래를 갤때 오류가 뜨는 경우는 아직 프로그래밍이 되지 않은 사물이 나타날 때였다. (예: 내 속옷)

    남편은 익숙치 않은 물건을 보고 동공지진을 한번 한 후 초기화가 된다.
    그리고는 본능의 알림 메시지에 따라 행동한다.

    심심하다-> 폰게임  배고프다-> 누워있다

    이때는 오류를 일으킨 사물을 치워주고 다시 커멘드를 입력하면 된다.

    요즘에는 나도 꽤 익숙해져 오류를 일으킬만한 사물을 다른곳에 치워두고 명령어를 입력한다.
    이 경우 명령을 잘 수행한다.



    남편이 빨래를 개거나, 청소기를 돌리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기타 다른 집안일 중 갑자기 놀고있다면 화를 낼 필요가 없다.

    사례수집을 철저히 한 후, 오류를 일으키는 물건을 치워주고 시키거나, 함께 가서 오류를 바로잡아주면 된다.
    (예: 냄비가 잘 안닦일때면, 물에 불려두고 나중에 닦으면 된다 O
         냄비가 잘 안닦일때면, 설거지를 그만둔다 X  )



    ...



    요즘엔 청결에 대한 기준이 꽤 올라왔는지, 집이 조금 더러워지면 더럽다는 것을 안다.
    (그전엔 컴퓨터 옆의 물컵이 2달이 있어도 치우지 않았다. 어쩌나 계속 보다가 2달째에 좀 심한것 같아서 내가 치웠다.)
    이번 겨울 일이 바뻐서 일주일간 청소를 안했을때 남편이 "집이 조금 더러운가? 청소기 돌려야해?" 라고 물었을땐 기뻤을 정도였다. (언젠간 알아서 돌리겠지)



    모든일을 혼자 해야하는 내가 화가나고 -> 내가 화를 낸다는 사실에 대해 남편이 화를 내던 그 신혼초에 거대 바퀴벌레같은 외부의 적이 나타난 이후에야 부부가 처음으로 제대로된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조금 유감이지만 (이게 다 헬조선 야근문화때문..)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되는 계기였다.

    그 이후로는 서로 계속 대화하며 힘든일이 있다면 먼저 나서서 말했기때문에 그 첫 두달이후에는 한번도 안싸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각자 결혼전의 자기 삶을 조금씩 버리고 같이 사는 삶에 대하여 터득하는 과정은 우리 부부 뿐아니라 아마 누구나 겪는 시행착오이며, 서로 이해와 사랑을 통해 부부가 함께하는 삶에도 익숙해질수 있던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그 신혼 초 첫 두달 빼고 한번도 안싸운건....
    ...사실 남편이 잘생겨서다.

    남편 얼굴 보면 화나다가도 화가 안남..


    KakaoTalk_20160617_202350360.jpg



    .... 기승전 콩깍지...


    .. 뻘소리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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