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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5336
    작성자 : 멜로디데이
    추천 : 32
    조회수 : 7369
    IP : 211.36.***.184
    댓글 : 43개
    등록시간 : 2015/12/28 23:44:09
    http://todayhumor.com/?panic_85336 모바일
    남편 만나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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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적당히 발달된 자그마한 도시, 큰 불편함이나 어마어마한 장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사람 사는 냄새' 가 나는 도시의 외곽 동네엔 언제나 여인네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번에 205호 아들 서울대 간대"
     "옴마! 그거 대박이다잉"
     "205호면 신길댁인가?"
     "신길댁 고거 남편은 쌍놈인데 자식 농사는 잘 했네"
     "에? 신길댁 남편이 와?"
     "너는 눈 뒀다 어디에 써? 신길댁 면상 시퍼렇게 멍든거 남편이 아니라 누구겠어?"
     
     여인네들은 목소리를 줄여가며 '신길댁'의 가정사를 이리저리 논했다. 신길댁이 두들겨 맞다가 길가에 나체로 쓰러진 일이라던지 엄마가 코뼈부러지도록 맞는 와중에도 아들 은 수학의 정석을 외우던 독한 놈이였다던지 보고 들은 것에 허구를 더해 이리저리 입방아를 찧어댔다.

     여인네들이 품평회를 하던 그 시각 행복맨션의 205호는 의외로 평화로웠다. 항상 두들겨 맞는다던 '신길댁'은 여인네의 말들과는 달리 인상이 온화하다. 온화한 표정위로 남겨진 얼굴의 상처는 그와 대비되어 꽤나 인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길댁은 주방에서 아들의 성공적인 대학 입학을 축하하기 위한 상을 차리고 있었다.

     "엄마"
     "아들 왔어? 닭 백숙 만들었는데 간 좀 봐봐 어때?"
     "괜찮은데?"

     신길댁의 아들은 아비를 닮아 체격이 컸다. 아마 지금은 아비보다 클터이다. 식탁엔 상차림이 올라가고 신길댁과 아들은 여유로운 저녁식사를 먹고있다.

     "엄마, 아빠한테 갈 때 안되었나?"
     "음?"
     "닭 맛있네."
     "너는 신경 쓰지마. 엄마가...."
     "오늘 저녁에 다녀올께, 엄만 그냥 집에 있어"
     "기훈아, 그냥 엄마가 다녀올께"
     "됐어"

     기훈은 남은 밥을 입에 우걱우걱 쑤셔넣고 대충 삼켰다. 엄마가 나체로 길가에서 맞아 쓰러진 날 이후 세달이 지났다.
     기훈은 그때 여인네들의 말과 다르게 수학의 정석을 보고 있지 않았다. 대신 경찰서에 달려가 신고했지만 돌아온 말은 '단순 부부싸움은 관여하기가 어렵다.'였다. 그때의 기훈은 이 세상이 얼마나 불합리 한지 깨달았다.

     그는 분홍색 열쇠를 챙기고 길을 걸었다. 중소도시의 외곽인지라 길 멀리엔 논과 밭 그리고 비닐 하우스가 보인다.
     기훈은 대략 사십분을 걸었다. 어스름한 어둠이 깔리고, 어느 기점부터는 쥐새끼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가로등도 없는 길을 십분이나 더 걸어서야 도착한 곳은 기훈의 친할머니의 생가였다.

     기훈의 친할머니는 이년전에 죽었다. 빌어먹을 아비의 어미답게 신길댁에게 지독한 시집살이를 시킨년이였다.

     "후..."

     그가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섰다. 그는 집안으로 들어서는 것 이 아닌 창고로 사용했던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 곳엔, 신길댁의 남편이 사지가 묶인채로 누워있었다.

     "안녕, 아빠 밥 주러왔어"
     "읍...웁"

     기훈의 아비가 되는 지석의 입엔 테이프가 칭칭 감겨져 있다. 기훈은 지석의 입에 달라붙어 있는 테이프를 거칠게 떼어냈다.
     테이프의 한쪽엔 지석의 입술 살점이 붙어있고 지석의 입몸과 입술은 누렇게 딱지로 눌러붙어있다. 이짓거리를 수십번을 하자 입술과 입몸은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터 였다.

     "내가...내가 잘 못했다...용서해다오."
     "아빠, 내가 용서 해봐야 달라지는게 있겠어?"

     기훈은 닭백숙의 살점만 발라내어 지석의 입에 우겨넣었다. 지석은 씹는 것 조차 괴로운지 얼굴이 시뻘개 진 채로 밥을 삼켰다.
     괴로운 와중에도 삼일을 굶었으니, 고통보단 배고픈이 우선이였으리라 생각된다.
     기훈은 지석을 이리저리 살폈다. 다리 한쪽이 괴사하고 있었다. 기훈은 머리가 아파왔다.
     그가 바란 것은 이게 아니였다. 그는 그저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고 싶었던 착한 아들이였다.

     삼 개월 전, 신길댁이 나체로 길가에서 폭행당하던 그날 기훈은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주먹을 날렸다. 지석은 미친개처럼 화를 내며 달려들었지만 이미 장성한 아들에게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 날 자기를 낳아준 아비에게 주먹을 꽂고 천륜에 어긋한 행동을 한 날 새벽녘 그는 아무도 모르게 아비를 버려진 집에 버렸다.
     그건 패륜이라기 보단 후일이 두려워, 아이가 두려움에 도망친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일주일 뒤, 신길댁이 퇴원하자 기훈의 가족은 조금 더 이상한 가족이 되어버렸다.

     아비가 죽을 것이 두려워 기훈은 신길댁에게 모든 것을 말했다. 아비의 얼굴에 주먹을 꽂고 배를 걷어찼다고 그리고 할머니집에 버려두고 왔는데 도저히 무서워서 혼자 갈 수가 없다고. 그 길로 신길댁은 시모의 집으로 달렸다.

     걸음이 멈춘 그 곳엔, 난생 처음 보는 무기력한 남편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신길댁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의 묘한 쾌감이 자신을 휘젓는 것을 느꼈다.

     "엄마 미안해"

     기훈이 아비에게 다가가 사죄하며 밧줄을 풀고 있었다.

     "기훈아, 다시 묶어"
     "어...?"
     "묶어."

     신길댁은 지석이 손가락조차 움직이지 못하자. 이제까지의 분노가 심장을 삼키는 것이 느껴졌다. 심장을 차지한 분노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피를 만들어 냈다.

     신길댁은 그 날 처음 누군가를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얼굴에 침을 뱉고 싸대기를 후려갈겼다. 새로운 피가 뇌를 감싼 그날, 신길댁은 '해방' 되었다. 그날 이후 신길댁의 얼굴에 문신처럼 남은 칼자국은 더이상 신길댁을 속박하지 못했다.  

     그렇게 혁명이 시작되고, 삼 개월이 지나자 신길댁의 가족의 생태계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신길댁이 이집의 최상위 포식자이다.

     그녀는 지석을 만날 때 마다 집요하게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 이십년을 보상을 하겠다는 의지로, 그리고 아들과는 달리 어떠한 식량도 주지 않았다. 그녀가 지석을 만나는 용건은 새로워진 생태계의 "위치 확인"일 뿐이였다.

     그리고 오늘 기훈은 괴사가 진행되는 아비의 다리를 보며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지만,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모든것의 시작 점은 자신이고, 이후에 일어날 일을 감당 할 자신이 없었다. 겨우 웃게된 어머니가 다시 우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기훈은 또 다시 '어쩔수 없는 일'이 라며 자신을 속였다.

     상 위에 닭 백숙이 올라온지 삼 일, 길가의 여인네들이 다과를 먹으며 옹기종기 모여있다. 오늘은 여인네들이 즐겨보는 드라마가 절정을 맞이해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어?"
     "신길댁!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
     "어머 지민이네 어머니 제가 요새 아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요."
     "이번에 서울대 들어간다며? 너무너무 축하해"
     "옴마, 아들 서울대 간다고 얼굴도 환해진거 봐, 보톡스 값 벌었네!"

     여인네들과 어울려 웃는 신길댁의 모습은 꽤 행복해 보인다. 적당한 과시와 겸손을 오가며 자신의 자랑을 부각 시킨다.

     "요새 남편이랑도 좋나봐?"
     "네?"
     "요샌 조용하길래"
     "아 언니는 이런데다 초를치요 꼭"

     시기어린 날카로운 질문에 신길댁은 웃었다.

     "궁금해 할 수 있죠. 남편이랑은 잠깐 별거중이에요."
     "그래?"

     여인네들은 새로운 소식에 귀가 쫑긋해졌다. 신길댁은 표정하나 변화없이 거짓을 늘어놓았다. 그이가 새로운 직장을 얻게되서 다른지역에 갔으며, 별거 이후 둘 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져 오히려 사이가 좋아졌다는 이야기, 그녀는 단 한줄의 진실이 없는 문장을 진실처럼 이야기했다.
     이건 그녀의 심장에서 새로운 피가 돌고 난 이후 생겨난 능력 중의 하나이다.   

     "어머 너무 잘됬다."
     "고마워요."

     신길댁은 수줍다는 듯이 웃었다.

     "근데 오늘 화장이 곱네, 신길댁 어디가?"
     "오랜만에 남편보러가요."
     "어머머 아주 신혼으로 돌아갔네!"

     꺄르르- 하고 여인네들은 여고생처럼 웃었다. 신길댁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여인네들은 신길댁의 가방속에 15cm짜리 식칼이 들려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신길댁이 진심으로 웃고 있는 이유는 모든 것을 끝장내기 앞서 느껴지는 통쾌함이라는 것도 여인네들은 정말 몰랐을 것이다.

     "저 그럼 이제 진짜 남편 만나러 갈께요."   

     신길댁은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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