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저는 국민학교 입학도 못한 흔한 동네 코찔찔이 꼬맹이였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는 작은 개천 좌우의 뚝방길 아래에 있었습니다.
대충 설명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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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ㅣ / 뚝방 ㅣ ㅣ 뚝방
ㅣ 집 ㅣ / ㅣ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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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개천 ㅣ
이런 식으로 강 하류쪽 저지대에 있는 집이였습니다.
여름 장마철이 되면 종종 물이 넘쳐서 자주 수해를 입던 집이였습니다.
뚝방으로 물이 넘칠때마다 방에서 온 가족이 함께 바가지로 물을 퍼내면서
신난다고 실실 웃다가 아버지께 얻어 터진 기억도 있는데요 ㅎㅎ
문제는 저 두 뚝방 사이에 작은 돌다리에서 생긴 일입니다.
그 돌다리는
이런 식으로 생긴 콘크리트 관을 여러개 묻어놓은 다리였었는데 물이 조금만 높아져도
물에 잠겨버려서 건널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비내리던 여름날 아버지 신부름으로 역전에 신문을 사러 갔었습니다.
당시 신문값이 50원, 오락실 한판에 50원, 신부름으로 받은 돈은 100원!
먼저 기차역앞에 가서 신문을 사고 오락실에 들렸는데
그날따라 게임이 너무 잘되서 50원으로 꽤 오래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게임 한판 끝내고 나오니 어느새 어두컴컴한 저녁시간!!
"아버지께 혼나겠다" 라고 생각이 들어 쿵쾅대는 심장소리와 함께
벌벌 떨면서 집으로 총알같이 튀어갔습니다.
뚝방 윗길로 뛰어가고 있었고 장마철 중간이라 수위가 좀 높았던 걸로 기억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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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ㅣ / 뚝방 ㅣ ㅣ 뚝방
ㅣ 집 ㅣ / ㅣ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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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개천 ㅣ
집으로 가다가 개천을 보니 물에 잠겨서 안보여야 될 돌다리가 보였습니다.
그때 이상하다 생각은 못하고 집에서 아버지께 얻어터질 공포에
바로 집으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아버지께선 화가 엄청나셨고
전 저녁밥도 못먹고 파리채 손잡이로 엉덩이가 불이나게 얻어 터지고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ㅠㅠ
집 문앞에서 엉엉 울면서 있다가 코 찔찔 흘리면서 집 옆의 뚝방길로 올라갔습니다.
(뚝방길에 앉아서 있다가 아버지가 주무시면 어머니가 데리러나와 주시곤 했거든요 ㅎ)
뚝방에 쪼그리고 앉아서 개천을 보고 있는데 돌다리 위에 무언가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해가 진 다음이라 어두컴컴해서 대충 형태만 보였는데
돌다리 위에 누군가 서서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서로 멀뚱이 마주보다가 그냥 사람이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사람형태 종아리부분?이 없어지더니 아래로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가라앉다가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점점 녹아 내리듯이....? 종아리가 없어지고 아래쪽으로 천천히 가라앉다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때 전 너무 놀랐다기 보다 호기심이 생겨 가까이 가서 보려고 일어났는데
마침 어머니께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으로 들어가서 어머니께 앞으로 오락실을 가지 않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이 들었습니다.
------------------- 첫 번째 사건 ----------------------
그 해, 장마가 끝나고 물이 줄기 시작하면서 어느순간 하천이 깨끗해 집니다.
바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물 높이가 허리정도 오면 그때가 동네 아이들의 수영 시즌인데요
저 역시 마찬가지로 빤스 한장만 입고 동네 아이들과 하천으로 물놀이를 하려고 들어갔습니다.
당시 수영 솜씨는 형편없었고 한번 도약?에 1~2미터 전진하고 다시 일어났다가
다시 도약하고를 반복하는식으로 놀고 있었는데, 그렇게 놀다보니 어느새 돌다리 근처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문제의 돌다리 근처에서 신나게 물장구를 치면서 놀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갑자기 누가 발목을 잡고 당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명 한번 지를새도 없이 물속으로 끌려들어갔고 수위가 낮은 물이라
빠져 죽을 일은 없었는데, 문제는 돌다리 아래로 빨려 들어가버렸습니다.
원래 발만 뻣으면 일어날수 있을정도의 수위였었고, 물좀 먹어도 항상 그렇게 일어났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발버둥 칠 생각도 안하고 그냥 얌전히 누워서 익사하고 있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발버둥을 칠만도 한데 그냥 "내가 물을 먹고 있구나"라는 생각밖에 안들고
당황했다기 보다 말 그대로 그냥 무기력하게 물속에 누워있었습니다.
다행이도 같이 수영을 하던 동네 형이 (원창이형 고마워!!!) 제 근처에 있었고
제가 사라지자 마자 절 찾기 시작해서 익사하기 전에 건져 주었습니다.
물 밖으로 끌려나와서 토악질을 하고 멍하니 누워 있는데, 절 구해줬던 형이
"닌 뭐하다가 물풀에 칭칭 감겨서 빠졌냐?" 라고 물었고 전 아무 대답도 못했습니다.
그 뒤로 집앞 개천에는 못들어갔습니다.......
------------------- 두번째 사건 -----------------------
고등학교 수련원때였습니다. 여전히 수영실력은 형편없었고
수련회를 빙자한 남자 고등학교의 극기훈련 캠프에 강제로 동원되었습니다. ㅠㅠ
말로만 수련회고 잠들기전에 기합받은거 밖에 생각이 안나지만,
수련회 프로그램중에 개천을 건너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수영이 아니라 개천 건너기 입니다.... 왜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깊이가 좀 되는 개천이라 구명조끼를 입히고 8명이 한조가 되서 수영만으로
건너야 하는데 누가 빨리 건널수 있나 친구들하고 떠들다가 제 차례가 되서
구명조끼를 입고 개천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조금씩 걷다가 개천 중간으로 나오니 물이 깊어지고 어색한 물장구를 치며 건너고 있었는데
또 갑자기 발목을 잡고 당기는 느낌이 들면서 물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리고 찾아오는 무력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으나 떠오르지는 않고 그냥 얌전히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같이 뛰어들었던 친구들은 먼저 다 건너가고
다행이 뒤따라오던 다른반 아이가 제가 가라앉는것을 보고 교관님께 말씀드려서 구조 되었는데요
물밖으로 나와서 토악질을 하다보니 불현듯 어릴때 돌다리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걱정만 끼쳐 드릴까봐
그냥 아무 말씀 안드리고 이제까지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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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는 절대 물가 근처에도 가지 않습니다.
물 공포증이 생겨 수영장도 못가고 바닷가에 가도 해변만 걷고, 발바닥만 적시는 수준이지
절대 무릅 이상되는 물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들어갈 생각도 없구요.
처음에는 욕조에 몸도 못담궜는데요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동네 목욕탕 정도는 갈수 있습니다.
물론 미신일수도 있고 잘못된 기억일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절대 물가에는 안갈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