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6. 09. 화요일
무천
짤방 하나 투척한다.
삼숭병원 응급실에 급파되어 교전 중인 이지 중대(Easy Comapny)가 긴급 타전해 온 교신이다.
아나키는 무정부상태를 말한다. 흔히 아나키즘을 무정부주의(無政府主義)로 번역하지만 이는 오역에 가깝다. 아나키즘은 정권이나 체제만 바뀔 뿐 시민을 억압하는 구조자체는 변혁되지 않는 속칭 정체(정권)교대를 비판하며 나온 이즘이다. 거칠게 의역하면 그 년이 그 놈인 지배체제의 지배권위를 부정하는 무권위, 반권력주의라고나 할까. 무(無,ἀν-)와 지배자(ἀρχός)의 합성어인 고대 그리스어 아나르코스(ἄναρχος)가 어원인 이 사상은...
마. 집어치자. 온 나라가 메르스에 걸려 '콜록' 거리는 판국에 시방 공자왈 맹자왈 할 때냐.
온 시민이 메르스 공포에 빠져 허우적대건 말건 눈엣가시인 여당 원내대표를 자르는게 더 급했던 대통령은 천조국 여행준비로 분주하시다. 천조국 임금한테 눈도장도 찍고, 안전한 이국에서 바람이나 좀 쐬다오면, 늘 그렇듯 국내상황이야 뒤집어지건 엎어지건 알아서 정리 되는 것이다. '아몰랑- 난 외국 있었다규.' 하면 그 뿐이다. 그리고 뒷짐지고 서서 남 탓을 하면 된다. 난 본 것도 한 것도 없으니까. 고로 '다. 느그덜 탓이야.'
“우리 사회에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중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회와 영구히 격리시키는 무기징역형으로 정한다.”
며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을 처벌한 근거는 부작위(不作爲 : 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행위인데도 하지 않는 태도)에 의한 살인죄다. 선장으로서 아무런 역할없이 어린 학생들과 승객들을 방치한 그 행위없음을 처벌한 것이다.
초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메르스 환자 수를 잘못 파악하고, 쓸데없는 비밀주의를 통해 메르스를 확산시키고, 늦으나마 적절했던 서울시장의 대처에 트집이나 잡으면서, 일요일 오전 긴급발표라고 한 총리대행의 발표는 학부생 과제만도 못한 오류 투성이였다.
정확히 1년전 물에 떠 있는 세월호를 보며 온 시민이 발을 동동 구르던 그 때의 그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병원 방문을 두고 연출 논란이 있는 것도 그 때와 똑같다.
왜곡된 보도 틈으로 힘들게 새어나와 켜켜이 쌓이던 진실들을 유언비어라 호도하며 윽박지르고 억압하는 것 또한 소름끼칠만큼 그대로다. 게다가 가장 명징해야 할 대통령의 언어를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번역기’가 우스개 소리가 아닐 정도로 비문 투성이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두고 시민들을 유언비어의 온상인양 질타하는 것은 코미디다. 진중권의 지적처럼 정부가 위험평가(Risk Assessment), 위험관리(Risk Management), 위험소통(Risk Communication)을 못해 일어난 사회적 패닉에 왜 시민이 처벌받아야 하는가.
#$%@#$%…번역기 왈 : 꺄~ 외계인이시여! 드디어 지구를 구하러 와주셨군요?!
정신병의 증상 중 하나는 반복되어 일어나는 현상을 부정하는 것이다. 세월호 때 아이들을 방치하던 정부가, 다시 메르스 앞에 두 손 놓고 서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무정부상태다.
이에 이지 컴퍼니 중대본부는 이 시간부로 대한민국의 무정부상태를 선언한다.
이제 각자도생이다. 가만 있다가 또다시 빠져 죽으려는가. 제대로된 지도자와 정당이 들어서기까지 대한민국의 남은 2년은 전복 직전의 세월호 선실마냥 난장판이 될 판국이다. 다행히 이 정권의 숱한 삽질에도 천우신조로 중순 쯤 메르스가 잡힌다 한들, 이어질 파국은 공안검사 출신의 국무총리를 앞세운 메르스 '선동', 메르스 '광풍'을 죄목으로 한 시민 조지기 일 것이다.
에불바리 세이 '누구 책임?'
강철같은 지지율의 유일한 비결이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그 이하, 기대치를 낮춰서 기대치에 부응하는 것인 박근혜 대통령이 그저 방미를 미루기만 해도 그것만으로 감지덕지 감읍 해야하는 것이 우리네 현실. 대통령이 시민을 버리지 않고 청와대에 멀찌감치 앉아 이 도가니를 멀뚱멀뚱 바라만 봐 주는 것으로 감격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이 부조리를 어찌해야 하는가.
오. 자매여. 어디로 가는가?
온 국민이 합심하여 완치시켜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다.
무천
편집: 딴지일보 너클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