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글을 쓰는지는 밑에 글 대충 몇번 흩어 보신 분들이라면 이해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하실 만한 글
1번 글은 제가 이 글을 쓰게된 발단이고, 2번은 제가 직접 쓴 시사관련 게시물인데 해당 글의 논리에서 몇가지 차용해서 글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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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따금씩 문제의 본질, 문제가 되는 대상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사회의 성 불평등한 부조리를 폭로한다, 페미니즘이 싫어요 라고 하면서 논점이 흐뜨러지고 대상을 똑바로 보지 못하여 페미니즘이 싫어요가 아닌 "한국 여성이 싫어요"라는 식의 논지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한국여성은 한국남성의 경제력에 붙어서 "남편 출근시키고 카페에 앉아서 커피나 마시는 존재"로 묘사하는 글이 대표적 예시다. 이런 관점으로 뭘 바꾸고 싶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말 싸우고 싶은 대상이 "페미니즘"이 맞는가? 그냥 "한국 여성"이 아니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남성에 대한 성차별 또한 없다고 확언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젠더 불평등은 어느한쪽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모두를 동등하게 옭아 매고 있는 사슬이다. 거기에 대해서 "우린 사슬에 묶여있는데 너넨 자유로워!"라고 말하는 억지스러운 "페미니짐"과 싸우고 싶던게 본질 아니였는가? 같이 사슬에 얽매여서는 "야 그래도 니 사슬이 헐거워, 난 꽤 단단히 조여져 있어 너가 더 이득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일인지를 묻고 싶다.
젠더 불평등이 언제부터 생겨났냐에 대해서는 사회학적 시각에서 굉장히 다양한 설이있다. 뿌리는 정확하게 규명할 수 없지만, 현대의 성별분업 형태의 뿌리는 비교적 가까운 역사속에서 그 뿌리를 볼 수 있다. 계몽사상, 자본주의 질서의 출현은 봉건질서를 해체하고 근대사회의 도래를 가져왔다. 자본주의적 질서는 빠르게 인간사회의 중심 질서로 자리잡았으며 자본주의적 질서는 직장 뿐 아니라 국가, 사회, 가정의 사적영역에 침투해 "일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냈다. (2번째 참고글 1번 단락 참조)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했던 자본주의 질서는 상대적으로 힘이 더 세고, 여성과 같이 출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남성 노동자 모델"을 내세웠으며 이는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로서 나타났다. 이 속에서 여성은 이 "남성 생계자"를 부양할 책임으로서 "가사노동자"로 재편되었고 이러한 공사분리이데올로기 속에서 성별분업은 고착화 되어갔다. "돈 버는 기계"로서의 남성과 "집안의 천사"로서의 여성관의 탄생이였다. 자본주의 질서는 무너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회와 국가와 함께 성장했으며 여타 다른 영역에도 똑같이 침투하여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심는데 성공했다. 모든 것이 자본주의 질서를 위해 돌아가는 "기업 사회"가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질서속에서 "가시적 경제활동"을 하는 남성은 집안의 "생계부양자"라는 이유에서 권력을 쥐고 있던 것이 가능했으며 실제로 그런 권력을 휘둘렀다. 한국사회는 일제시대때 더욱 강화된 가부장제적 질서와 함께 이러한 젠더 권력은 더욱더 강화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가부장제적 질서에 기반한 젠더 권력은 21세기에 빠르게 무너졌다. 호주제의 폐지는 가부장제 질서의 종말의 신호탄이였으며 여성들의 학력 수준, 사회 진출 속에 구시대적 성별관은 빠르게 허물어져 가고 있는 추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과연 남성들이 권력층인가?"하는 의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사회의 굳은 일을 도맡아 하며, 국가 유사시 목숨을 바쳐야 하고, 가정에서는 돈버는 기계로 전락해 있는 남성 과연 남성들은 정말 "차별"을 받지 않는 존재이며 그저 "사회 권력층"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또한 사회적 사슬에 묶인 존재라는 발상의 전환의 시작이다.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 서로 사슬에 묶여서 "네 사슬이 더 헐거워, 네 사슬이 더 얇아"라고 논쟁을 벌이고 싶은것인가 아니면 "우리 같이 이 사슬을 풀어보자"라고 하는 것인가? "누가 사슬을 묶은 거야?"는 전혀 궁금하지 않은것인가. "어떻게 사슬을 풀 것인가"를 논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싸워야 할 대상이 누군지도 모르고 "네 사슬이 더 헐거워" "넌 진짜 편한거야"라는 식의 발언속에서 어떠한 합리적인 진보를 기대할 수 있는가
분노 속에서 싸우고자 하는 대상이 누군지 명확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자신 또한 그들과 같은 괴물이 되는것은 시간문제다. 자신의 눈에는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남의 눈에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