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 티비가 공개한 약 3분가량의 CCTV 영상을 살펴보면 13일 김정남은 청바지에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편안한 차림으로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공항 키오스크로 걸어간다. 경호원도 없는 무방비 상태였다. 순간 김정남 앞에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 시티 아이샤(25, 16일 체포)가 나타나 시선을 끈다. 그 뒤로 김정남과 엇비슷한 키의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 티 흐엉(29, 15일 체포)이 천으로 추정되는 물질로 김정남의 얼굴을 약 2.3초간 감싼다. 두 여성은 범행을 저지른 후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재빨리 자취를 감춘다. 경찰에 "장난인 줄 알았다", "리얼리티TV 쇼인줄 알았다"고 증언한 이들의 주장과 다른 암살 장면이었다.
영상에서 습격을 받은 김정남은 주변 공항 직원과 경찰에게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한다. 19일(현지시각) 말레이 경찰 당국은 피살 당일 김정남이 공항 직원에게 "두 명의 여성이 자신의 얼굴에 액체로 된 물질을 묻혔고 어지러움을 호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설명과 영상 속 김정남의 행동이 정확히 일치한다. 이후 김정남은 공항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피습 2분 30초 후 사망 선고를 받는다. 2.3초 만에 이뤄진 완벽한 범행의 북한 김정일의 장남이자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