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고 다닌지 15년. 1년에 약 3만정도 운행하고 합산 마일리지 40만km 정도 되는 아재 입니다.
요즘 차게에서 핫한 양발운전.
평소엔 해 볼 생각조차 안했지만
대체 이게 왜 편한가. 해보면 뭔가 다른 구석이 있나? 싶어서 어제 퇴근길에 한번 해봤습니다.
1. 수줍은 사춘기 소녀마냥 베베 꼬이는 몸.
생각보다 브레이크 페달이 오른쪽으로 많이 가있네요. 생각한거 이상입니다.
평소 포지션에서 브레이크만 왼발로 밟으려니 브레이킹 때마다
스피드 스케이팅이나 쇼트트랙에서 선수들이 하는 칼날 밀어넣기를 하는 기분입니다.
왼발의 이동거리 때문인지 하지 않아도 될 급정지가 많이 일어나네요. 이거 아닌거 같습니다.
해서 자세를 고칩니다.
시트도 바짝 세우고, 앞으로 당깁니다.
왼발은 브레이크 페달 위에 올려두니 양쪽 허벅지가 딱 붙습니다.
허벅지를 띄우고 안짱다리를 하니 어느정도 여유가 생깁니다.
대체 왜 이런 자세로 운전을 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제 입장 일거구요.
뭐... 익숙해지면 편하다고 말 할 수도 있겠네... 싶었습니다.
2. 수시로 들어오는 브레이크 등
왼발을 브레이크 페달에 올려두니 브레이크 타이밍이 0.1초 정도는 빠른듯 합니다.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그리고 운전이 무서운 초심자 분들은
이게 좀 덜 무섭겠다. 그래서 첨에 양발 운전을 시작했겠구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약 5km 정도를 그 상태로 주행 후 신호대기에 걸렸는데, 옆차에서 창문을 내리라는 신호를 줍니다.
창문을 여니 어떤 아저씨께서 뭐라고 하십니다.
회사 건물 나설 때 부터 계속 니 뒤에 따라왔다. 근데 니 차 이상하다.
첨엔 안그랬는데 갑자기 어느순간부터
가속하는데도 데루등(브레이크등)에 자꾸 불 들어온다. 고장난듯 하다.
그냥 가려다가 같은 건물에 있고, 다른 사업부 사람 인거 같아서 말하는거다.
라고 설명 해주십니다.
브레이크 페달 위에 걸쳐만 놓고, 압력은 전혀 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브레이크등이 켜지나 봅니다.
아마 양발 운전 하시는 분들 중 이거 자각하시는 분은 많지 않을거라 봅니다. 저도 전혀 몰랐으니까요.
안되겠다 싶어 왼발을 브레이크 페달 옆으로 내려 놓습니다.
그리고 브레이킹 때 마다 발을 옮겨서 페달을 밟습니다. 하다보니 뭔가 의문점이 드네요.
'이럴거면 한발 운전이랑 뭐가 달라?'
하지만 그게 편하다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어쩌겠습니까 본인들이 편하다는데.
왼발을 브레이크 페달 옆에 두던, 발을 띄워 페달 위에 들고 있던
다른 사람들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뭔상관이겠냐 싶습니다.
3. 코너링 시 불안감
위의 1,2번은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 뭐 남한테 피해만 주지 않고 본인이 편하다는데 뭐랄거야.' 의 입장이었는데
이건 좀 다릅니다.
와인딩 시 포지션 자체가 불안하니 주행도 역시 불안해 집니다.
풋 레스트에 발을 올려두고, 무게중심이 쏠리지 않게끔 힘을 줘야 안정이 되는데
그게 없으니 코너링에서 스티어링이 팔랑팔랑 날아다닙니다.
코너 탈출 후 스티어링을 중립으로 풀어줘야 하는 타이밍임에도 이미 쏠려버린 무게 중심탓에
제대로 조향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코너링 시 급정지를 하거나, 혹은 급가속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거 사고나겠다. 싶습니다.
물론 코너를 시속 5 ~ 10Km/h 수준으로 진행 한다면 전혀 문제 되지 않겠지요.
그리고 지인 이야기.
양발운전을 맹신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2종 오토로 면허 취득 후 쭉 양발로 운행을 했고, 3년 넘게 지속 했습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위험하다고 말려도 귓등으로도 안들었습니다. '내가 편하고 위험하지 않은데 니들이 왜 그래.' 의 입장이었죠.
어느날 경사가 심한 언덕길을 올라가다가 ( 2호 터널 옆 이태원에서 남산 도서관 올라가는 길)
신호대기로 멈춘 후, 다시 올라가려고 풀악셀을 치는데 갑자기 옆 인도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네요.
급정지를 해야 하는 상황인것도 알고, 바로 브레이킹을 했는데 문제는
풀악셀 치느라 이미 꾸욱 누르고 있는 오른발이 갑자기 안떨어지더랍니다.
그친구 말로는 오른발을 떼야 하는것도 알고, 떼라고 명령을 내리는데도 몸이 말을 안들었다고 하네요.
다행이 오르막이라 속도가 붙지 않고, 금방 정신차리고 악셀에서 발을 뗐기에 사고는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무섭다며 양발에서 한발로 바꿨습니다.
결론.
주변에 민폐 끼치지 않으신다면 뭐라 할 사람 없습니다. 본인이 안전하다는데 뭐랄거예요.
하지만 자랑하거나 초보분들께 권장 하지는 말아주세요.
분명히 사고의 위험이 일반 운전보다는 높습니다.
사고난적 없다구요? 님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사고를 잘 비켜간거라고 생각하세요.
양발운행 중 사고 났을 때 과실 더 드실것도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