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재주가 정말 형편없지만 모쪼록 어여삐 봐주세요
저는 군생활을 바닷가에서 했는데, 막사가 바닷가랑 엄청 가까이 있었습니다
그 바닷가가 갯벌이 넓게 펼쳐진 곳이라 밤이면 해루질 하는 사람도 많고 관광객도 상당히 많았는데,
그 갯벌까지 작전책임구역이라 항상 막사로 접근하는 관광객들을 자주 쫓아내야 했었죠.
뭐 그날도 평소랑 같았습니다. 야간 막사 주변 동초를 서면서 부사수랑 떠들고 있었는데,
갯벌쪽에서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소리가 계속 들리는겁니다.
정말 진심으로 외치는거라 거리가 엄청 멀었는데도 불구하고 '아, 이건 진짜구나' 싶었습니다.
여느 괴담처럼 '귀신인가?' 이런 생각이 들 수 조차 없었죠.
저는 부사수를 보고 '너도 들었냐'고 했고 부사수는 벌써 무전보고를 하려고 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상황실 주변 울타리를 점검할 때도 되고 해서 상황실로 들어가 간부에게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상황간부는 알았으니까 가봐라 라는 식으로 저를 내보냈고 저는 근무가 끝날 때 까지 계속 그 소리를 들어야 했죠
정말 미칠 노릇이었습니다.
그 소리는 다음 날 근무자들한테 얘기해보니 제 후번근무자까지만 그 소리를 들었고, 근무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서는
더 이상 들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저희는 잘 구출되었길 바라며 그 일을 점점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주 쯤 뒤, 그 때의 부사수와 함께 또 근무를 같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불침번은 그 날 저희 후번초였던 후임이었는데, 그 후임이 불침번 자리에서 신문을 읽고 있다가
저에게 신문을 보여줬습니다.
2주 전 그 날, 저희 막사 앞 갯벌 익사자 1명.
저와 부사수는 그 날 아무 잡담도 하지 않았고, 근무가 끝나자 마자 생활관 한 가운데 테이블 의자에 앉아
서로 한참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이후로 야간 근무 들어가길 싫어했고 저는 그 때 상황간부와 대판 싸우고 다른 부대로 전출되었습니다
벌써 몇 년 된 일이네요. 저는 요즘도 밤바다 가길 싫어하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