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어무니 친구분 이야기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어무니 친구분을 A아줌마라고 하겠습니다.
A아줌마는 세자매 중 둘째입니다.
집안에 무당 피가 있었는지, A아줌마 대에 누군가가 꼭 신내림을 받아야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첫째인 언니에게 신이 내리려는 걸, 언니가 이 절 저 절 돌아다니며 피했고,
결국 셋째인 동생분이 신내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신내림을 받은 이 동생 분을 무당아줌마라고 하겠습니다.
무당아줌마는 원래 전업주부였고, 남편 직장도 탄탄하고, 아이들도 있어서 신을 받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아줌마가 신내림을 계속 거부하면 자식들에게 좋지 않다고 해서 울며겨자먹기로 받았다고 합니다.
무당아줌마가 신을 받자, 가장 먼저 한 건 부적쓰기 연습이었습니다.
아줌마에게 내린 신은 장군같은 남자신이었는데, 그 신의 명령으로 방에 틀어박혀 종일 부적쓰기 연습만 해야했다고 합니다.
당시 A아줌마(무당아줌마의 둘째언니이자 울엄마 친구)는 거듭되는 남편의 외도로 고민이 많을 때였습니다.
옛날 분이시라 이혼은 미루고 또 미루셨는데, 동생이 신을 받아 부적쓰기만 하고 있으니,
남편이 바람 안피게 하는 부적을 한 장 써달라고 하셨습니다.
무당아줌마는 부적을 써주시면서 “남편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공간에 붙여두라”고 했습니다.
A아줌마 부부는 시장에서 작은 콩나물공장을 하고 있었고,
남편은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고 공장에서나 얼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A아줌마는 공장 안쪽 벽에 부적을 붙였습니다.
며칠 뒤부터 부적은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외박을 일삼던 남편이 어쩐 일인지 바깥 나들이를 멈추었던 것입니다.
이대로 돌아온 남편과 잘 살겠거니 싶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아줌마는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바람기를 잡는 부적”은 “물을 말리는 부적”이었다고 합니다.
남자의 “물”을 말려서 밖에 나가 놀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물을 말리는 효력이 너무 강해서 콩나물 공장의 콩나물들이 모두 시들시들 해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남편 없이는 살아도 콩나물 없이는 못산다고 생각하신 A아줌마는 “애들 결혼할 때까지"로 미루셨던 이혼을 결심하시게 되었고,
씩씩하게 혼자 콩나물 공장을 운영하면서 아들딸 잘 키워 결혼 시키시고, 지금도 신나게 살고 계신다고 합니다.
근데, 무당아줌마 부적이 그렇게 효력이 좋다면 운명도 다 맞추고 부적으로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잖아요?
울엄마 말로는 "엄청 잘 맞을 때가 있긴 한데 이랬다 저랬다 하나봐" 하시더라구요.
그냥 재미로 보는 정도지 100% 믿을 건 아니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