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다음주 주말부터 대학 면접이 있는 서울에 살고 있는 고3 문과생입니다.
제가 지원한 대학들 때문에 고민이 생겨 이렇게 글을 쓰게 됬습니다.
저는 반년 전 까지만해도 장래희망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학생이었습니다. 핑계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장래희망이 없으니 저는 자연스럽게 공부하고는 멀어지고 초등학교 때부터 심한 게임중독을 겪어왔죠. 오죽하면 초딩이 집에 틀어박혀서 학원도 안다니고 20시간 넘게 먹고 싸고 게임만 하겠습니까. 다행히도 학교수업은 졸지않고 들어온 터라 고3인 지금은 겨우 5~6등급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6월 모의고사를 치른 후에야 겨우 제대로 된 꿈이 생겼습니다. 평소 도서관에 가만히 앉아서 고요한 분위기를 즐기는 걸 좋아하고, 책 역시 좋아라 하니 도서관 사서가 되면 좋겠다 해서 문헌정보학과(혹은 도서관학과)로 진학하자는 꿈이 겨우 생겼습니다.(우습게도, 공무원을 그렇게도 철밥통이라 욕하고 다녔는데, 결국 제 최종목표도 사서 공무원이라니.)
저는 제 꿈을 선생님과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선생님은 문과에 얼마 안되게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학과다 해서 저를 격려해 주셨고, 제 수준에서 갈 수 있는 대학들을 소개시켜 주었지요. 저는 기뻤습니다. 비록 흔히말하는 서울이나 경기같은 수도권은 아니지만, 제 꿈에 한단계 다가가는 것 같아 정말 기뻤습니다.
선생님 다음으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 부모님은 수도권 아니면 대학을 가질 말고 곧바로 군대를 가라, 내가 네 등록금을 마련해놨어도 기숙사비용은 계산 안해놨다, 지잡대는 평이 안좋다, 차라리 서울, 경기에 있는 전문대를 가라. 같은 말씀을 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ㅁㅁㅁ야 동국대는 어떻겠냐? 너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을텐데, 아니면 건국대. 나는 서울, 연고대 까지는 안바란다. 그저 서울이나 경기에도 이름 있는 대학들이 있으니 지잡대 갈바에 그런 곳을 가라. 같은 터무니 없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어이가 없었죠. 아실만한 분은 아시겠지만, 5~6등급 가지고는 수도권에 이름있는 대학에 학생부조차 내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물론 부모님도 제 등급을 알고 있으셨죠, 하지만 대학에 관해서는 까막눈이셨던 것입니다.
저는 며칠을 걸려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이 학과는 졸업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지잡대인 것은 상관 없다. 그리고 내 등급으로는 이런 대학은 택도 없다. 19년 동안 꿈없이 정말 폐인처럼, 남들의 꿈을 보면서 좌절하고 절망하면서 자라왔는데 겨우 생긴 이 꿈을 포기할 수 없다. 난 할거다. 하면서 바락바락 우겨 결국 부모님이 제 꿈을 인정하셨고, 원하는 대학에 원서를 집어 넣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다음 주 부터 전국 면접 투어를 가야합니다. 대구 찍고, 대전 찍고, 부산 찍고.(농담이 아니라 진짜 찍음)
그런데 제 주위 친구들은 죄다 건국대 면접 떨린다, 동국대가 경쟁률 그리 높다는데 어휴, 중국으로 유학간다, 일본으로 간다. 하면서 한숨을 내뱉읍니다. 제 친구들은 그래도 개념이 제대로 박혀 있어서 제가 지원한 대학들을 보고 곧대로 놀리지 않고, 잘한 일이다 하며 격려해줍니다. 그렇게 격려를 받으면서도 왠지모르게 생기는 질투심과 불안감이 저를 미치게 만듭니다.
저는 이 전국 투어에 있는 대학들도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는데, 주위에는 제 수준보다 훨씬 높은 곳에 대고 고민을 해대니 뭔가 내 자신이 별볼일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분명 내가 잘한거다. 주위에서도 잘해봐라 하는데, 그들의 한숨을 보면 제 자신을 보고 결코 좋은 기분은 생기지 않더군요. 이런게 이름있는 대학인가, 이런게 수도권인가, 이런게 지잡대 가는 마음인가 합니다.
정작 바로 다음주 주말이 면접인데 이런저런 잡념에 둘러 싸여 도저히 면접 준비가 되질 않습니다. 자신감도 떨어졌고요. 이제는 내가 정말 잘한 짓인가 생각이 듭니다. 그냥 군대갈껄 그랬나 하고요. 제 자신을 못믿겠습니다.
막막한 저에게 격려와 조언을 해주셨스면 좋겠습니다. 시원하게 욕을 하셔도 좋습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