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으로 보이는 산모가 남편에게 부축 받으며 접수대 앞으로 다가온다.
배를 감싸안고 식은땀을 흘리는 그녀는 척 보기에도 불편해 보였다.
며칠 전 부터 배가 조금씩 아파서 진료를 볼거란다.
산모수첩을 보니 아기는 아직 6개월인데..
하지만 불러온 배는 적어도 6개월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대기 인원이 많지 않은 오후인지라 환자는 금새 진료를 볼 수 있었다.
태동을 못 느낀지 좀 되었는데 배는 자꾸 불러온다고,
2주일쯤 전에 남편과 함께 해외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그녀는 담당의에게 털어 놓았다.
비행기를 탔지만 그리 먼 곳은 아니였다. 동남아랬던 것 같다.
여자는 자신의 아기에게 무슨 일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산모가 임신 중에 배가 아파오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니까.
아이가 여행 중에 놀라 태동이 줄었는 것 같다고 재차 의사에게 말했다.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어서 그랬는 지도
담당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봅시다. 들어가세요."
여자는 초음파로 아기의 상태를 보기 위해 진료대에 누웠다.
보통 초음파를 볼때면 산모, 의사 모두 아기가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주거나 받거니 하지만, 어째서인지 긴장감만 돌았다.
다시 책상을 두고 담당의와, 여자, 남편이 앉아 마주보았다.
태아는 이미 죽은지 오래였다.
탯줄이 아이의 목을 감은 것이 원인이라고 의사는 말했다.
"배가 불러온 것은 애가 잘 큰게 아니라 이미 썩어서 가스가 생겼으니 불러온거지"
의사의 그 말에 여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소리질렀다.
"마지막으로 느낀 태동은 아주 컸다구요! 발길질을 몇 번이나 하는지 배가 아플 정도로 세게 찼어요! 그럼 그건 뭐야! 그럴리가 없어.."
자신의 환자를 쳐다보며 의사는 차갑게 말했다.
"발버둥 친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