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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848379
    작성자 : murakumo
    추천 : 11
    조회수 : 957
    IP : 112.151.***.39
    댓글 : 75개
    등록시간 : 2015/05/15 17:26:01
    http://todayhumor.com/?freeboard_848379 모바일
    여시는 다분히 反페미니즘적인 커뮤니티입니다.
    요 며칠간 여성시대가 핵전쟁급 인터넷대전을 일으키면서 여성혐오 프레임을 무차별 살포하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치태가 오히려 여성혐오를 가중시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만 여혐 논란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이 많은 덕인지 대부분의 유저들은 (여시들의 주장과 달리) 여성혐오와 여시혐오를 잘 구분하시더군요. 

    헌데 여시가 남발하는 또 하나의 개념인 '여성인권',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존재하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일반적인 관심 분야가 아니다보니 종종 오해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도 딱히 전문가나 전공자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각종 활동과 행사, 스터디 등을 통해 수박 껍질이라도 여러번 핥아본 입장에서 여시의 스탠스가 페미니즘과 완전히 무관하다는 점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현 상황에서 ㅇㅂ와 함께 反페미니즘의 극단에 서 있는 커뮤니티가 바로 여시라고 볼 수 있지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연약한 여성' 프레임의 남발

    가장 근원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여시는 레바툰이 '연약한 여성에 대한 폭력'을 표현한다고 맹공을 가했고, 현재 각지에서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서도 '연약한 여성에 대한 기존 세력의 인권탄압'이라 주장하며 정신승리를 시전하고 있습니다. 불의에 항거하는 민주투사 기분까지 내면서 말이죠.

    문제는 이 '연약한 여성'이라는 관점 자체가 페미니즘의 관점이 아닌, 오히려 그 대척점에 있는 가부장제의 관점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물리적 완력의 차이를 비롯한 이런저런 생물학적 차이가 존재합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강하고 의지적이고 자주적인 존재라는 것이 현대 페미니즘의 기본 스탠스입니다.

    양성의 평등(equality)이라 함은 단순한 권리나 입장의 평준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힘, 능력, 특성을 비롯한 모든 부분이 '동일'하지는 않을지언정 '동등'하다고 보기 때문에 평등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 역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과 의지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쟁취할 수 있는 존재이며 또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방해가 되는 제도나 인습, 관념 등을 타파하고자 하는 것이지 결코 여성을 보호하고 감싸기 위한 평등이 아닙니다.

    사실 '여자는 약하니 짓밟고 유린해야 한다'는 ㅇㅂ의 관점과 '여자는 약하니 보호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여시의 관점은 '적의'와 '호의'라는 의사의 차이가 있을 뿐 페미니즘적으로는 완전히 동일한 관점입니다. 애초에 '여자는 약하고 무능하고 불안정하니 남자의 보호와 통제를 받아야한다'는 생각이야말로 마초이즘의 근간이죠. 요즘 여시들 '여자마초'라는 말을 꽤나 애용하는 것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여자마초란 본래 지금 여시와 같은 反페미니즘적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2. 파시즘에 찌든 조직구조

    여성운동의 주적은 물론 가부장제입니다만, 역사적으로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강적이 있어왔습니다. 바로 파시즘이죠. 개인의 자유와 정당한 권리를 묵살하고 오직 집단의 힘과 이익을 부르짖는 파시즘은 삐뚤어진 마초이즘과 여성탄압으로 이어지는 페미니즘의 강대한 적입니다. 실제로 여성운동가들은 20세기에 득세했던 많은 파쇼 독재자들을 상대로 그야말로 피가 흐르는 투쟁을 전개했으며 항상 리버럴 진영의 한 축을 담당해 왔습니다.

    그런데 현재 여성인권을 부르짖는 여시는 오히려 그들이 적대하는 사이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쇼적인 면모를 보이며 회원들(여성이죠?)의 권리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계급에 따라 권한과 발언권이 나눠지고, 집단의 의지에 반하는 자는 회원들의 맹렬한 공격은 물론 운영진의 최종조치(부리털기라 하던가요?)의 대상이 됩니다. 조직에 대한 비판은 일체가 불가능하며 운영진 및 상위 계급의 주장에 다른 회원들은 단지 박수치며 따라가는 것만이 허용됩니다.

    어제 베오베에 올라갔던 게시물(오유와 여시의 비교)이 현재 여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오유에서 운영자를 비난하는 리플이 범람하지 여시는 그야말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어떻게 따르던 운영자를 욕할 수 있지?'라는 발언이 아주 백미였죠. 이미 그들에게 있어 운영자란 같은 커뮤니티를 사용하는 동료가 아닌 모셔야 할 주군에 가까운 위치인 겁니다. 한때 독일인들이 Ein Reich! Ein Fuhrer!를 외쳤던 것처럼 지도자의 영도 하에 이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고 믿는 거겠죠.

    표현의 자유도, 사상의 자유도 보장되지 않으며 지도자가 말하면 박수치고 따른다. 어디서 많이 보던 풍경이죠? 네, 대한민국 언론이 하루 건너 떠들어대는 북쪽 동네 풍경과 매우 유사합니다. 현재 여시는 딱 북한이 사회주의적인만큼 페미니즘적입니다. 그냥 완벽한 안티테제라고 볼 수 있는거죠.

    3. 여성인권? 여성이권!

    앞서 말했다시피 여시는 인권의 기본에 속하는 표현의 자유나 사상의 자유조차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여시는 그리도 부르짖는 여성인권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타인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장동민이나 레바같은 사람들을 공격하면서 과거 십자군이 신의 이름을 외쳤듯이 여성인권을 외치고 있지요.

    물론 장동민이 잘했다는게 아닙니다. 왜곡된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만 그는 분명 여성의 처녀성을 일종의 '가치'로 평가하는 언행을 보였으며 더 나아가 처녀가 아니라면 위증을 해야한다는 주장까지 했습니다. 이는 소위 말하는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에 기초한 가부장적 사고의 잔재이며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맞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사고를 지닌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하고 밥줄을 끊는게 페미니즘은 아닙니다. 오히려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고 설득해 가부장적 프레임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성이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상대로 각종 사회적/언어적 폭력을 휘두르며 그걸 또 잘했다며 자신들의 힘에 취하는 단체는 절대 인권단체가 아닙니다. 인권단체라면 상대의 인권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법입니다. 현재 여시의 행위는 인권단체라기보단 이권단체, 그것도 서북청년단이나 동구권의 스킨헤드와 같은 아주 저질적인 이권단체에 가깝습니다.


    이처럼 여시는 여성인권을 논하면서도 지극히 反여성주의, 反페미니즘적인 발언과 행동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이름에 여성 달고있는 정부부처가 온갖 삽질과 이권다툼으로 여성운동의 이름에 아주 그냥 대걸레로 먹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커뮤니티, 그것도 나름 깨어있다고 자칭하는 20대 커뮤니티가 이런 추태를 보이니 이미지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솔직히 짐작이 잘 안 갑니다. 이 글이 오해를 푸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가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여시분들께 한 말씀 올리자면, 일단 여성운동에 별 관심 없는 분들은 아예 이를 논하지 않아주시는 쪽이 도움이 됩니다. 여성인권이니, 가부장이니 하는 주워들은 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남발하면 혼란과 오해의 소지가 아주 많이 생깁니다.

    그리고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공부하세요. 진짜로. 선배들의 업적을 흙발로 즈려밟을 의도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지금 장동민이 여성계에 미친 악영향보다 여러분이 미친 악영향이 수십수백배 큽니다.

    '가정의 주인'의 개념이 법적으로 존재하고, 아이가 어머니나 새아버지의 성씨를 따르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시절이 불과 10여 년 전입니다. 관념적 잔재들이 청산되고 진정한 성평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고, 앞으로의 길은 과거의 법정 공방이나 투쟁이 아닌 관념과 이미지의 대결이 될 것입니다. 스스로 이미지를 진흙탕에 쳐박는 짓은 부디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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