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학교를 지방대학으로 갔다
그렇게 하면 아버지의 눈길에서 멀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해방감도 생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너를 처음 만났다
학교에서 자취방까지의 거리가 약간 멀고
버스가 40분에 한대씩 있었다
차라리 여분의 돈으로 중고 오토바이를 하나 장만했다
그리고 처음 입학식을 하는날
너는 맨 앞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이야기 하고있었고
난 맨 뒤에서 너의 존재를 모르는체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랬다
그날 오후 동기들과 첫 점심식사때 과대선배가 물었다
"학교 입구에 오토바이 아시는분? 입구에 저렇게 대면 안되요"
나는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부리나케 달려나가 자전거들이 빼곡한 한쪽 구석에 바이크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밥을 먹을때 반대쪽 자리에서 여자들끼리의 수다에서 바이크 이야기가 나왔다
"난 오토바이 타는 사람 싫은데.. 좀 그래 막 노는 애들 같잖아"
그게 너의 첫 마디였고 우린 어색하게 눈이 한번 마주친 후 서로 다른곳을 바라보았다
그뒤론 1학기가 끝나가도록 너와 난 인사외엔 특별히 관심도, 너라는 사람에 대한것도 잘 모른체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1학기 마지막 수업이 끝나던날 선배들은 1,2학년이 모여서 대청소 후 흩어지기로 했다
이제 제법 친해진 애들끼리 불만을 토로하며 앞으로 책상을 밀었다
남자애들은 창문을 다 때어내고 창틀을 닦고 있었다
악!!!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너는 넘어져 있었고 네 다리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순간 널 좋아하던 과대선배가 제일먼저 달려가 네 다리의 피를 연신 닦아내며 과방에서 구급셋트를 가져오라 시켰지만
이미 너무 오래전에 사용하다 안한구급셋트엔 번번한 연고조차 들어있지 않았다
야 안되겠다 119,119!!
여자선배 한명이 급하게 119에 신고했고 근처에서 아무리 빨리 차가와도 20분은 걸린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학교 내에 양호실 비스므리한게 있긴 했지만 우리과가 워낙 꼭대기쯤에 있고 양호실은 학교 입구에 있어서 거리가 있었다
멀뚱멀뚱 구석에서 보고만 있던 나는
그렇게 아플텐데도 눈물하나 안흘리고 도리어 괜찮다며 스스로 피를 닦고 수건으로 지혈하는 널 보면서 무언가 느꼈었나 보다
어느정도 지혈이 되자 내가 다다가 오른팔을 부축했다
"가자 양호실로 태워다줄께"
그녈 좋아하던 과대선배는 옆에서 난리난리를 치며 빨리 데려가야한다며 널 거의 들처 엎을 기세였다
"괜찮아요 제가 갈수 있어요"
넌 내가 부축한 오른팔을 빼고, 옆에서 엎어주겠노라 노래를 부르는 선배를 뒤로 하고 여자선배들과 손을 잡고 엘레베이터로 내려갔다
그뒤로 창가에 나가 절뚝이며 걸어가는 널 보고있었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닌거 같다
난 서둘러 내려갔다 그리고 바이크를 타고 바로 뒤로 다가갔다
"얼른타! 데려다줄께"
"아니야 갈수있어"
그녀는 안그래도 치마를 입고있어서 더더욱 바이크가 불편했으리라
"옆으로 앉으면 된다 우선 그럼 입구까지만 데려다줄께"
어거지로 끌다시피 널 내뒤에 앉히고 서둘러 학교입구로 내려갔다
가는동안 불과 2-3분이었지만 넌 그것도 무서워서 내 벨트를 꼭 잡고 있었다
그렇게 양호실로 널 보내고 잠시뒤 119도 도착해서 바로 큰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여름방학동안 애들에게서 약 10바늘 넘게 꼬맷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한번도 널 본적은 없었다
나 역시 별로 신경은 쓰지 않았다
2학기가 시작되고 이름순으로 조가 짜여지고 조별 과제가 나왔다
그녀와 난 서로 다른조가 되었다
그리고 몇일뒤 우리조는 와해됬다
남자2명 여자4명
여자3명은 모임에 나타나지도 않았으며 1명은 모임에 나와서 밥먹고 연락이 안됬다
남자는 와우에 미쳐서 PPT를 와우로 하자고 하고있었다
도저히 못하겠다.. 생각이 들어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우린 각자 한명씩 다른조로 편입됬다
그때 난 그녀와 한 조가 되었다
나름 각자 맡은바 제시간에 메일로 주고받으며 PPT를 완성했다
그녀는 생전처음 PPT를 만드는거라 간단한 애니메이션 효과 하나 쓰지 못했다
모두 모인자리에서 난 그걸 장난삼아 말했는데 그녀에게는 너무 상처가 됬던 모양이다
그뒤로 점점 틱틱대는 말투로 우린 서로 사이가 멀어졌다
한동안 인사도 안하고 다닐정도로 우린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처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어느날
너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난 걱정은 되지 않았다
도리어 니가 없어 편하게 학교에 있을수 있었다
근데 사실 조금 안나오는게 이상하긴 했다.. 혹 나때문에 안나오나? 하는 생각이 들긴 들었었다
그리고 일주일정도가 흐른 후 네가 학교에 나왔다
늘 앉아있는 그자리에 네가 앉아있었다
엎드려 있는 널 보면서 뭔가 안심도 했었다
네 패거리 여자애들도 네 주위에 앉아 무언가 이야기 하며 널 토닥여 주고있었다
어? 울었나?
네가 운건 그때 처음 봤다
뭐지? 나때문인가?
부과대를 살짝 뒤로 불러 왜 우는지 물어봤다
"나 때문이야?"
"뭐가?"
"내가 전에 놀린걸로 지금 우는건 아니지?"
"뭔소리야 지난주에 남친이랑 헤어졌대"
아.. 그래서 그렇구나..
왠지 나때문인건 아닌거 같아 맘은 놓였지만 우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안쓰럽긴 했다
소리내어 엉엉 울지도 않고 그저 고개를 숙이고 눈물만 뚝뚝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하이에나 같은 선배는 뭐가 좋다고 옆에 앉아 조잘조잘 그녀에게 무슨말을 하고있었다
슬쩍 어깨에 손도 올리고 머리도 쓰다듬어준다 싫어하는 기색이 없는걸 보니 그녀도 싫진 않은 모양이다
나때문이 아닌게 밝혀졌으니 난 시원한 맘으로 소운동장으로 애들이랑 음료수 내기 족구한판 하러 내려갔다
몇분이 지났을까
슬쩍 처다본 우리과 창문으로 그녀와 하이에나가 나란히 족구하는걸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졌다.. 그것도 내 실수로
억울한 맘에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다
그때 갑자기 악!! 하는 소리가 난다
다들 깜짝놀라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소리를 치고 하이에나가 놀란 눈으로 그녈 보고있었다
"이 나쁜새끼야!!!!!!!!!!"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녀는 사라졌다
"뭐냐 저거 놀래라"
애들이 한마디씩 했다
"존나 ㅈ같겠지.. 여자애들이 그러는데 남친이랑 엄청 오래사귀었다는데 서울로 대학가더니만 바로 쌩깟대
지난주에 그래서 서울도 다녀오고 했나봐 서울에 이쁜애들이 많으니 나같아도 버리지"
낄낄대며 한소리씩 하는 애들 사이로 난 한번 더 그녀가 서있던 창문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