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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야기 시작 합니다.
중학교때의 일이었습니다.
저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경상북도 영주시로 이사를 가게되었습니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회사를 영주로 옮기면서 이사를 가게되었는데,
처음엔 말투가 이상하다고 놀림도 많이 받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그래도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고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영주에서는 자전거로 등하교를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자전거로 등하교를 해서
학교 운동장 한쪽엔 자전거가 잔뜩 놓여져 있었죠.
해가 쨍쨍 내려쬐나 눈이 오나 자전거를 타고 등교한것이 병약한 제가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튼튼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시 강가에 있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자전거 거치대가
아파트 뒤편 주차장에 같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등교를 할때는 아파트를 빙돌아 나와서 가고는 했죠.
하루는 등교를 하러 나와 자전거 타고 아파트를 빙돌고 있었습니다.
저희집은 8층 끝 비상계단 옆이었는데 복도와 비상계단은
창이 없이 트여있는 구조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비상계단 쪽까지 오셔서 배웅을 하시고
저는 어머님께 손을 흔들고 페달을 밟았습니다.
당시에 친구와 같이 등교를 하고있었는데 친구가 나오지 않아
어머님이 집으로 들어가실 수 있도록
어머님이 안보이시는 곳까지 갔다 다시 돌아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탈때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으실겁니다.
잔돌을 일부로 밟고 간다던가 흰선을 밟고 일직선으로 선을 벗어나지 않게 운전한다던가.
저도 자전거를 타고 나오는데 비상계단 옆에
작은 동그란 쟁반만한 갈색얼룩
이 있길래 친구가 나올때까지 8자 모양으로 몇번이고
밟으며 친구를 기다렸습니다.
누가 이렇게 동그랗게 그렸을까 하면서 말이죠.
이윽고 친구가 부르는 소리에 둘이 신나게 페달을 밟고 학교로 갔죠.
근데 그 다음 날부터 이상하게 자전거가 잔고장이 많이 났습니다.
걸핏하면 체인이 빠지고 바퀴에 구멍이 나고 바람이 이유없이 빠지고요.
그러다 하루는 등교를 하는데 아파트 입구에 초등학생 5명정도가 가로로 쭉 서서
나가고 있길래 속도를 줄이려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브레이크가 양쪽이 다 안되어서 순간적으로 애들을 피해 아파트 담벼락에 박아버렸습니다.
그때 지각을 할수도 있어서 속력도 꽤 내고 있어서 그대로 자전거에서 튕겨나와
벽에 부딪혔고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초딩들은 놀래서 와서 저를 쿡쿡 찔러보았습니다.
그래서 손을 휘저어 애들을 보내고 10분을 엎어져 있다가 쩔뚝거리며
자전거에 다가가 상태를 봤습니다.
앞바퀴가 꽤 세게 부딪혔는지 휘어있었고 브레이크는
앞, 뒤가 모두 끊어져있었습니다.
누가 일부로 끊은것 같지는 않고 오래되서 끊어진 것 같아보였습니다.
그도 그럴게 2년가량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구장창
타고 다녔으니 그럴법하구나 하고
결국, 집에 올라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택시비를 받아 등교를 했습니다.
나중에 자전거를 고치러가니 손볼 곳이 많아 차라리
새로 사는것이 낫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부모님께선 자전거를 새로 사주셨죠. 일주일이나
시달리다 새 자전거를 얻으니 기뻤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 해프닝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꿈을 거의 매일 꿨습니다. 그리고 기억도 생생하게 했고요.
항상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았죠.
그래서인지 밤중에 자다 깨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루는 꿈에 시달리다 깨어나 좀 전에 꾼 꿈이 현실인지 아니면 잠에서
깨어난 이 상황이 꿈인건지 황망해하고 있었습니다.
목이 타서 부엌으로 가 물을 마시고 있는데 아파트 뒤편 산쪽에서
"탕!"
하는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가을철이기도 했고 산쪽에서 난 소리이니 누가 밤늦게
사냥을 하는건가 하고 대수롭잖게 여기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날로부터 보름정도 후쯤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데 누나가 얘기를 꺼냈습니다.
"엄마, 나 얼마전 새벽에 경찰차 소리때문에 엄청 씨끄러워서 깼잖아.
아파트 근처에 뭔 일 있었나봐."
누나도 성격이 예민한 편이라 잠귀가 밝아 사이렌 소리에 깼었나봅니다. 그래서 저도
"어! 맞다 혹시 한 2주전쯤 아니야? 새벽2시쯤."
"음.. 맞는것 같은데 2시가 아니고 4시쯤 됐었어. 왜?"
"아 나 그날 아파트 뒷산 쪽에서 총소리 들었거든. 살인사건인가보다!"
그날 들었던 소리의 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님께서
"음... 나도 그 날 앰뷸런스 소리 들었는것 같은데. 구급차 소리에 깼었는데."
"엄마도 4시쯤에요?"
"아니 그때 3시경이었어."
재미있게도 가족들이 한시간 간격으로 깼었고 공교롭게도 보름이 다 되어가는데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는걸 보니 평화로운 도시에 총소리,
구급차, 경찰 사이렌 소리는 흔치 않은 일이긴 했나봅니다.
그 다음날 등교를 하며 친구에게 그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야, 우리 아파트 뒷산에서 누가 사람 총으로 쏴죽였나봐."
"뭐?"
"내가 한 얼마전쯤 새벽에 산쪽에서 총소리 들었거든.
근데 엄마랑 누나는 구급차랑 경찰차오는 소리 들었대."
"언제?"
"한 15일 전쯤?"
"아... 그거... 그거 산에서 죽은거 아니야."
"어? 너 알아?"
"응... 그거 니네 아파트에서 사람 죽은거야."
"뭐?! 집에서 총을 쐈다고? 누가? 강도?"
"아니, 총이 아니고 니네 아파트 14층에서
누가 자살했대 비상계단 쪽에서 뛰어내려서..."
그러니까 그날 새벽 제가 물마시면서 들었던
'탕!'
하는 소리는 총소리가 아니고 사람이 떨어진 소리였고
제가 자전거로 몇번이고 밟았던 갈색얼룩은 핏자국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과연 자전거는 원한이 있는 영때문에 고장이 났던걸까요?
만약 아파트 입구에 초등학생들이 길을 막고 있지 않아서 차도까지 갔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니 지금도 아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