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 이미지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음... 귀신 얘기를 젤 좋아하는게 귀신이라더니 무스 활동, 글작성을 해서 그런가...
다시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그냥 기분 탓이겠죠...?
글도 공포라고 하기엔 별로 무섭지도 않고 생각날때마다 틈틈히 올리려합니다.
부디 재밌게 읽어주시기를...
제가 어렸을 적 살던 집은 마당에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만드신 조그마한 연못이 있고
나무도 여러그루 심겨져 있어서 여름에도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집 구조에 독특한 부분이 있었는데 부엌 식탁 옆에 장판으로 가려놓은 지하실로
내려가는 문이 그것이었습니다.
제 고모님이 그 당시 미대를 다니고 있어서 소묘연습용 석고상들을 가지고 계셨는데
그걸 전부 지하실에 보관해 놓으셨습니다.
집의 시원한 기운과 지하의 습기, 곰팡내와 어둑어둑한 조명을 합쳐 지하실에 있던
석고상들은 얼핏 섬뜩하기도 했습니다.
하얀 석고상에 먼지가 내려앉아 누렇게 뜬것이 사람
피부색과 비슷해서 더 으스스했는지도 모릅니다.
마당서 놀다가 베란다 밑으로 나있는 조그만 창문으로 지하를 볼때면 더욱 오싹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오싹한것은 증조할머니 방에 걸려있던 고모님께서
그린 커다란 무당도였습니다.
칼과 방울을 들고 굿을 하는 무당의 그림을 보라색의 귀기 넘치는 배경으로 전신 사이즈로 그려놨었는데
마땅히 걸 곳이 없어서 증조할머니 방에 걸어 놓았었습니다.
증조할머니방에는 다락방이 있었는데 어린 누나와 저는 거기서 노는게 뭐가 재밌다고 종종 들어가서 전구하나를
켜놓고 종일 놀고는 했습니다. 나중엔 어른들이 못올라가게 했지만요.
증조할머니께서는 치매를 앓고 계셨습니다. 치매 환자들이 그렇듯 했던말을 또하고 하신말 또하시곤 했죠.
가족들 얼굴도 거의 기억못하셨고요. 특히 이상한 행동을 자주 하셨는데
저희가 다락에서 놀다가 나와서 문이 열려 있을때면 다락방 쪽을 보며
"슈! "슈! 저리가! 훠이!"
이러시곤 했습니다. 전 저희보고 하는 말인지 알고
"할머니 저희 나왔어요."
해도 할머니는 그 쪽만 쳐다보고 같은 행동을 계속 하셨습니다.
그래서 다락방 문을 닫아드리면 그제서야 그만 하시곤 했죠.
어른들께 그 얘기를 해드렸더니 그때부터 다락에 못올라가게 하셨습니다.
증조할머니 이야기는 제가 고등학교때 어머니께 듣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증조할머님께 식사를 챙겨 드리러 가실때마다 오싹 오싹 하시다고 하셨는데 귀기 넘치는
무당도 때문도 아니고 다락을 보고 하시는 행동 때문도 아니었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여보시오. 누구시오. 여긴 어쩐 일로 찾아왔수."
"할머님. 저 이 집 며느리에요."
"아니! 너말고 네 뒤에 검은 옷 입고 서있는 사람말이다!"
한번씩 이러셨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소름이 돋아 뒤를 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증조할머니의 시선은 어머니를 넘어서 어머니 뒤쪽에 고정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밤중에 증조할머니 방에서
"이것 놓으시오! 난 가지 않것소! 저리 가시오!"
하는 증조할머니 목소리도 자주 들렸다고 합니다.
기가차는 것은 이게 전부가 아닌데 증조할머니께서 치매를 앓고 계시긴 했지만 꽤 정정하셨습니다.
꽤 장수하신 편인데 어머님이 식사를 챙겨드리러 갈때 할머니께서 말하는 사람 수가 점점 늘어났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두명이 왔구나."
"니 뒤에 사람들 어서 가라고 해라!"
그때의 오싹한 기억을 떠올리시며 어머니는 몸서리를 치셨습니다.
과연 증조할머님이 보신것은 무엇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