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벌써 좋은 글 써주셔서 다 공감하며 읽으면서 계속 흐뭇하게 웃고 있어요. 참 사랑할만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구나 기쁩니다.
저는 이재명, 심상정, 노회찬 등의 정치인들이 참 고맙고 대단하시고 우리 사회에 일정 부분 필요한, 감사한 존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분들의 개인적 삶을 감히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노무현을 깊이 사랑했고 문재인까지 사랑하게 된 것은 어른에게 느낄 수 있는 그 성숙함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는 유토피아 만들고 싶지 않겠습니까? 백퍼센트 무결하고 정의로운 세상 원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완벽한 세상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노무현에게 빠졌던 이유는 솔직히 그 대단한 인간적인 면모보다 현실적인 똑똑함 때문이었습니다. 5천만 국민들은 모두 다릅니다. 남녀, 이념, 혹은 블루칼라, 화이트칼라의 사람들은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 힘겹고 복잡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한발짝씩 나아가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며 반했습니다. 예, 명문대 나온 날고 긴다는 사람들과도 비교되지 않는 진정한 똑똑함에 반했습니다. 도올의 관념적인 철학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 현실로 받아치며 압도해내는 논리에 반했습니다. 현실을 말하는 것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해준 사람이었습니다.
20대에는 혁명같은 단어에 매료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완전무결하게 반대파를 다 척결하고 청산하는, 혹은 노동자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얘기에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겠죠.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단순하게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회에 나와보니 어떤 일이든 인간의 찌질하고 비루한 일상 속에서 안간힘을 쓰며 조금씩 조금씩 바꾸어나가는 것이 진짜 진보구나 더더욱 느낍니다. 그것이 어른이 가져야할 성숙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고보니 나의 이상을 위해 그 이상을 덮을 줄 알아야 함을 느낍니다. 이상은 가슴 속에 깊이 품고 현실의 비루함 속에서 한발자국씩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진정 훌륭해 보입니다. 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만나는 학생들 한명 한명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려고 노력하면서 사회를 매우 더디게 바꾸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인생에도 수많은 불완전함이 있지만 조금씩 나아가면서 살면 되겠구나 느끼게 해준 지금의 어른은 문재인입니다. 너무도 훌륭한 분을 왜 열렬히 지지하면 안되는지, 눈치를 봐야하는지 한국 사회의 현실이 슬플 뿐입니다. 맹목적 지지, 신격화 이런 말들은 참 우습습니다. 충분히 치켜세울만한, 제 인생 전체를 통해 발끝이라도 따라가고 싶은 훌륭한 분입니다. 이런 어른을 알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짧은 감상을 쓰고 싶었는데 흥분해서 길어졌네요; 올해는 정말 좋은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하시는 일에 복 있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