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은 아주 고전적인..... 우리 어머니가 어렸을 적 겪었던 이야기임..
특별히 무섭진 않음....
어머니는 전형적인 산골 소녀였음....
어렸을 때 외할머니댁에 가면... 아궁이도 있고 직접 땔감 구해다가 온돌을 지피고..
아궁이에 고구마도 구워먹고 그랬음...
하지만 시골 산골이 무서운 거는..... 밤이 되면 정말 어둡다는 거임....
달이라도 안 뜨는 밤이면 정말 한 치 앞도 안 보임.....
어릴 적에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시골길을 외삼촌 손 꼭잡고 걸었던 기억이 남...
(손 잡은 사람이 외삼촌으로 보이니? 라는 댓글은 사양)
그럼...본론으로 들어가겠음....
우리 어머니는 어릴 적 그 어두운 밤길을 혼자 잘 걸어다녔다고 함...
그 날은 친구집에서 놀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가는 길이였다고 함....
조용하니... 풀벌레 소리와 어머니의 발소리밖에 안 들렸다고 함...
친구집에서 집까지 반정도 왔을 때 쯤....
갑자기 이웃집 개들이 하나 둘씩 짖기 시작하더니....
온 동네 개들이 미친 듯이 짖기 시작했다고 함....
어머니는 동네 개때끼들이 발정이 났나.. 엄청 시끄럽네라고 생각하면서...
집에 거의 도착할 때 쯤....
옆집 지붕 위에서 퍼런불꽃이 빠져나오는 것을 보았음.....
사방이 완전 어둡기 때문에 그 불꽃을 못 볼 수가 없었다고 함...
그냥 신기한 광경에 그 퍼런불꽃을 잠깐 쫓아갔다고 함...
퍼런불꽃은 잡힐 듯 안 잡히면서 마치 어머니를 유혹하듯이 도망갔다고 함...
한참 불꽃을 잡으려고 따라가다가....
여자비명소리 같은 고라니 울음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돌아보니...
마을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산속이었다고 함....
마을에서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산을 내려가려고 하는데...
누가 뒤에서 어머니의 어깨를 잡았음.....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옆집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고 함... 창백한 얼굴로...
어두운 밤 산속에 옆집 할아버지가 있다는 게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평소 어머니를 많이 귀여워 해주시던 할아버지라 안심이 되었다고 함...
그 할아버지는 아무말 없이 어머니 앞에 서서..
따라오라는 듯이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고 함....
어머니는 할아버지가 집에 데려다주는 줄 알고 무작정 뒤쫓아갔다고 함..
그렇게 한참을 그 할아버지를 따라 산속을 걷고 있는데....
갑지가 누군가가 어머니의 팔을 잡았음...
그래서 돌아보니... 마을 아저씨가 한 손에 횃불을 들고 서 있었다고 함...
그 아저씨는 여기서 뭐하는 거냐고 한참을 찾았다고 하면서 막 혼을 내는 거임...
어머니는 억울한 마음에 앞서 가던 옆집 할아버지를 돌아봤는데....
어머니 앞에 있어야 할 그 할아버지가 없는 거임.....
어머니가 더 놀란 건 분명 산을 많이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옆집 할아버지를 만났던 그 장소 그대로인 거임...
어머니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서....
그냥 무작정 마을 아저씨 따라 마을로 갔다고 함....
마을로 내려오니 마을 사람들이 전부 어머니를 찾고 있었음...
어머니는 친구집에서 출발하고 한 시간 정도밖에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고....
팔 다리에는 나뭇가지에 베여서 여기저리 상처가 나 있었음....
어머니는 옆집 할아버지를 산에서 봤다는 말도 못하고 외할머니한테 혼나서
울다가 그냥 잤는데...
다음 날 아침에 옆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음...
그 소식을 듣고서야 외할머니한테 어제 옆집 할아버지를 봤다고 말했으나..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음....
왜냐면 옆집 할아버지는 그 날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드셨다고 함...
그리고 그대로 돌아가셨다고...
장례식이 치뤄지고 상여꾼들이 옆집 할아버지 상여를 메고...
무덤에 묻기 위해 산을 올라가는데, 마을 사람들을 따라 어머니도 같이 갔다고 함...
그런데 상여꾼들이 상여를 묻기 위해 도착한 곳은...
그 날 어머니가 퍼런불꽃을 쫓다가 옆집 할아버지를 만난 그 자리였던 거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