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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슬픔
비 갠 후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먼 산은 가까이 다가서고
흐렸던 산색은 더욱 푸르다
그렇지 않으랴
한 줄기 시원한 소낙비가
더렵혀진 대기, 그 몽롱한 시야를
저렇게 말끔히 닦아 놨으니
그러므로 알겠다
하늘은 신(神)의 슬픈 눈동자
왜 그는 이따금씩 울어서
그의 망막을
푸르게 닦아야 하는지를
오늘도
눈이 흐린 나는
확실한 사랑을 얻기 위하여
이제
하나의 슬픔을 가져야겠다
류외향, 그리운 안개
팔을 뻗으면 그믐의 어둠보다
더 캄캄하게 삼켜버리는
심장마저 지독히 막막하고 아득한 물방울로
채워버리는 안개 속에서
처음으로 소리내어 엄마를 불러보았던가
아파서 썩지 않는 몸의 기억
갈대들은 제 몸을 흔들어 바람을 말하고
벼포기들은 모로 누워 또 다른
뿌리를 내리며 폭풍을 말하고
그 모든 것을 안개가 먹이고 키웠던 것이다
소읍의 바람소리 비소리
다 거두어들이던 안개
더 깊숙이 나를 삼켜라
더 더 깊숙이 나를 품어라
안개의 감옥 속에서
아이를 낳고 싶었다
하늘도 모르게 눈물 흘렸던가
아파서 아프지 않았던가
잘못 든 꿈이었던가
더 이상 꿈꾸지 않는 몸은
시래기처럼 말라가는가
느리게 느리게 점멸하는 생이여
최원, 돌 하나 주워 강에 던지며
바람 부는 저녁
강 다리 위, 외로운 사람 하나 서자
가로등이 아침에 접은 제 생을 펼쳐들고
어둠을 털어내며
흐르는 물비늘의 배후로 선다
잠시 일렁이다 사라질 것들이
도마 위 쳐내린 물고기 비늘처럼 겹겹이 밀리며
배후 없는 어둠 저편으로 사라진다
밀려나지 않으려는 마음의 배후
몸 바닥에 켜로 누워있는 미련의 삶 하나 일으켜 세워
세월의 사진첩 속에 끼워 흐린 눈으로
가로등 불빛에 비추어 본들
불빛 속
하루살이들의 보잘것없으나
여한 없이 파닥이는 한 점들이 날개로
거침없이 헹궈 낸 시간들만
흐려진 눈 속을 빠져나와 맴돌다
속절없이 어둠으로 흘러 사라진다
해 오름에 져야하는 가로등 밑
돌 하나 주워 강에 던지며
가라앉음의 배후조차 묻지 못하는
가엾은 사람 하나
강바람에 머리카락만 쓸어올리며 서있다
윤동주, 이적(異蹟)
발에 터부한 것을 다 빼어 버리고
황혼이 호수 우로 걸어 오듯이
나도 사뿐 사뿐 걸어 보리이까
내사 이 호수가로
부르는 이 없이
불리워 온 것은
참말 이적이외다
오늘 따라
연정 (戀情), 자흘 (自惚) 시기(猜忌), 이것들이
자꼬 금메달처럼 만져지는구려
하나, 내 모든 것을 여념 없이
물결에 씻어보내려니
당신은 호면(湖面)으로 나를 불러내소서
이재현, 네 안에 잠들고 싶다
너를 보면 숨이 가쁘다
만지면 산산이 부서질 듯
네가 뽀얗게 웃으면
금방 숨이 멈춰질 것 같아
가질 수 없어 더 슬프고
가까이 갈 수 없어
더욱 안타까운 그 모습에서
아, 언제쯤이면 가슴 열어
볼 수 있을 텐가
산고(産苦)의 꽃대 하나
너의 눈동자 바라보며
흐르는 강물에 몸담아
영원히 흘러가
난향(蘭香) 그윽하게 번지는
네 안에서
내 영혼 잠들고 싶다
이렇게 바람 부는 날이면
너의 향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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