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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4378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65
    IP : 221.155.***.18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8/01/02 17:41:07
    http://todayhumor.com/?lovestory_84378 모바일
    [BGM] 너를 보면 숨이 가쁘다


    1.jpg

    오세영슬픔

     

     

     

    비 갠 후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먼 산은 가까이 다가서고

    흐렸던 산색은 더욱 푸르다

    그렇지 않으랴

    한 줄기 시원한 소낙비가

    더렵혀진 대기그 몽롱한 시야를

    저렇게 말끔히 닦아 놨으니

    그러므로 알겠다

    하늘은 신()의 슬픈 눈동자

    왜 그는 이따금씩 울어서

    그의 망막을

    푸르게 닦아야 하는지를

    오늘도

    눈이 흐린 나는

    확실한 사랑을 얻기 위하여

    이제

    하나의 슬픔을 가져야겠다







    2.jpg

    류외향그리운 안개

     

     

     

    팔을 뻗으면 그믐의 어둠보다

    더 캄캄하게 삼켜버리는

    심장마저 지독히 막막하고 아득한 물방울로

    채워버리는 안개 속에서

    처음으로 소리내어 엄마를 불러보았던가

    아파서 썩지 않는 몸의 기억

    갈대들은 제 몸을 흔들어 바람을 말하고

    벼포기들은 모로 누워 또 다른

    뿌리를 내리며 폭풍을 말하고

    그 모든 것을 안개가 먹이고 키웠던 것이다

     

    소읍의 바람소리 비소리

    다 거두어들이던 안개

    더 깊숙이 나를 삼켜라

    더 더 깊숙이 나를 품어라

    안개의 감옥 속에서

    아이를 낳고 싶었다

    하늘도 모르게 눈물 흘렸던가

    아파서 아프지 않았던가

     

    잘못 든 꿈이었던가

    더 이상 꿈꾸지 않는 몸은

    시래기처럼 말라가는가

    느리게 느리게 점멸하는 생이여







    3.jpg

    최원돌 하나 주워 강에 던지며

     

     

     

    바람 부는 저녁

    강 다리 위외로운 사람 하나 서자

    가로등이 아침에 접은 제 생을 펼쳐들고

    어둠을 털어내며

    흐르는 물비늘의 배후로 선다

     

    잠시 일렁이다 사라질 것들이

    도마 위 쳐내린 물고기 비늘처럼 겹겹이 밀리며

    배후 없는 어둠 저편으로 사라진다

     

    밀려나지 않으려는 마음의 배후

    몸 바닥에 켜로 누워있는 미련의 삶 하나 일으켜 세워

    세월의 사진첩 속에 끼워 흐린 눈으로

    가로등 불빛에 비추어 본들

     

    불빛 속

    하루살이들의 보잘것없으나

    여한 없이 파닥이는 한 점들이 날개로

    거침없이 헹궈 낸 시간들만

    흐려진 눈 속을 빠져나와 맴돌다

    속절없이 어둠으로 흘러 사라진다

     

    해 오름에 져야하는 가로등 밑

    돌 하나 주워 강에 던지며

    가라앉음의 배후조차 묻지 못하는

    가엾은 사람 하나

    강바람에 머리카락만 쓸어올리며 서있다







    4.jpg

    윤동주이적(異蹟)

     

     

     

    발에 터부한 것을 다 빼어 버리고

    황혼이 호수 우로 걸어 오듯이

    나도 사뿐 사뿐 걸어 보리이까

     

    내사 이 호수가로

    부르는 이 없이

    불리워 온 것은

    참말 이적이외다

     

    오늘 따라

    연정 (戀情), 자흘 (自惚시기(猜忌), 이것들이

    자꼬 금메달처럼 만져지는구려

     

    하나내 모든 것을 여념 없이

    물결에 씻어보내려니

    당신은 호면(湖面)으로 나를 불러내소서







    5.jpg

    이재현네 안에 잠들고 싶다

     

     

     

     

    너를 보면 숨이 가쁘다

    만지면 산산이 부서질 듯

    네가 뽀얗게 웃으면

    금방 숨이 멈춰질 것 같아

     

    가질 수 없어 더 슬프고

    가까이 갈 수 없어

    더욱 안타까운 그 모습에서

     

    언제쯤이면 가슴 열어

    볼 수 있을 텐가

    산고(産苦)의 꽃대 하나

     

    너의 눈동자 바라보며

    흐르는 강물에 몸담아

    영원히 흘러가

    난향(蘭香그윽하게 번지는

    네 안에서

    내 영혼 잠들고 싶다

     

    이렇게 바람 부는 날이면

    너의 향기가 되고 싶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8/01/02 22:30:45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8/01/09 02:55:45  182.212.***.12  국구구구국  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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