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결혼해서 지낸지 벌써 6년이 넘었네...
처음에 널 봤을때 난 너의 밝은 모습이 너무 좋았다..
어릴때부터 늘 힘들게 살았다는 말을 하면서도 밝게 웃는 모습에서 연민과 그럼에도 밝은 모습이 날 더 너한테 빠지게 만들었다..
연인사이에서 결혼생활로 넘어가려고 할때 우리 부모님은 반대를 하셨어..니 밝은 모습 뒤에 어두운 부분이 보인다고..난 그래도 강행했고..결국 부모님은 승낙하셨지..
그리고 곧 우리 사이에 너무도 소중한 아이가 생기고 우린 다툴때도 있지만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비록 가진게 없이 시작했고 난 월급 150도 못벌던 나날이었지만 우리가 쓸거 안쓰더라도 애기는 유기농으로 사주고 살림살이를 싼거라도 하나씩 맞춰가면서 웃으면서 지냈지..
내 친구들이 애기 태어난거 축하겸 집들이한다고 찾아온거 기억하니..그때 넌 내 친구들을 잘 대해주고 나에게 말했지..친구들이 자주 오면 대접하기도 힘들고 나도 친구들과 어울리기에 니가 소외되는거 같다고..서로 연고지를 떠나서 친구들을 보기 힘든 시기였기에 그 말 듣고 니 말이 그렇다 생각해서 그후로 친구들과의 만남을 멀리 하게 됬지..그래도 난 좋았다..집에 가면 너와 애기가 있으니까..
한동안 내가 너무 바쁘게 일을 하게 됬어..난 내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면 빨리 인정받고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될거라고 생각해서 아침에 출근하고 새벽에 퇴근하는일을 밥먹듯이 했지..그렇게 일년 일하니까..원하던대로 인정받아서 계약직에서 팀장까지 2년 반만에 올라가게 됬네..대신 내몸은 좀 망가졌지만 그래도 좋았다..이젠 어느정도 금전적인 여유도 생기고 집에도 일찍 갈 수 있었으니까..
내가 일찍오기 시작하면서 너는 나에게 내가 집에 일을 하는 만큼 너의 시간을 달라고 했지..난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했다. 니가 그만큼 고생한걸 아니까..그래서 한달에 한번이라도 친구랑 놀러가라고 말하고 넌 그걸 고마워 했었지..난 그렇게 니가 나에게 고마워하는걸 보고 행복했다..니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한번씩 나가서 쉬다 오는 널 보면서 부러워하는걸 보고선 내가 옳은 판단을 했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넌 한번이 부족하다고 더 요구를 하기 시작했지..난 너랑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게 싫어서 거부를 하고 우린 싸우게 되었다..결국은 니가 원하는 대로 두번씩 나가게 되었지..그때부터였을까...늘 나가면 집에 전화해서 집에 있는 우리의 안부를 물어보던 연락이 끊기고..돌아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애한테 놀다온게 미안하다며 장난감을 사오던게 없어지고..내가 물어보는걸 간섭하는거 같다며 거리를 둔 모습에 난 슬펐다..내가 원한건 니가 재충전해와서 예전과 같은 밝은 모습을 보여달라는거였지 이런게 아니였거든..
이런 생활이 지속되면서 넌 점점 나에게서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난 그런 모습이 너무 싫었다. 그리곤 결국 그만하자는 이야기를 나에게 했을때는..내 그동안의 삶이 모두 무너지는 기분이었다..난 서로 조금씩 다시 노력해보자 했지만..넌 이미 마음이 떠낫다는 이유로 날 밀어냈지..
넌 기억하니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애한테는 상처가 되지 않게 애가 성인이 될때까지는 잘 지내보게 서로 노력하자고 한거....그 약속이 니가 헤어지자는 말을 할때마다 기간이 줄어서 고등학교때까지..초등학교때까지만이었던게 이제는 지금 당장으로 바뀌었지...
결국 난 싸우더라도 니 말을 들어주는게 익숙해진걸까..결국 그만하는것에도 승낙했다..니가 내 옆에 있는 것보다 니가 싫어하는 얼굴로 날 보는게 더 힘들어서 그런거일수도...
가족들은 이미..이렇게 될걸 모두 짐작하고 있었다더구나..니가 약올리면서 나만 빼고 우리 엄마 아빠랑 만든 단톡방에 주기적으로 애기 사진을 올려놓던걸 올려놓지 않게 되고..명절날 밤에 집에 간다는 사람이 화장을 열심히하고..전화할때마다 니가 친구 만나러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을때 이미 짐작하고 계셨다고.....미안하면서 다행이란 생각이 같이 들더라..이렇게 된 미안함과 그래도 갑작스러운일에 충격받진 않으신거 같아서..
갈라서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문제들....넌 너무도 자신있게 혼자서도 별 문제 없는 것처럼 얘길해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서운했다..그만큼 내가 필요 없었다는 느낌이라서..그리고 애기는 아직 어려서 니가 키우고 좀 크면 학업이 중요하니까 내가 키워야 댄다는 말에 난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아직 니가 애를 생각하는거에 다행이라도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는 중에 니가 나보고 슬쩍 애 키우기 솔직히 어렵다고 그냥 나보고 키우라는 말에 좀 화가 났다..애는 아직도 엄마옆애서 자는걸 제일 좋아하고 내옆에 있다가도 엄마 보고 싶다고 쪼르륵 가고..아빠는 늘 놀아주니까 좋고 엄마는 그냥 좋다고 해맑게 웃으면서 말하는 애를 두고 너 혼자 간다는 말에 솔직히 실망도 했다..일시적으로 그런건가 넌 다시 그 이야기를 철회해서 별 내색은 안했지만....
양육비...내가 애 데리고 올때까지 내가 주고 내가 애 데리고 오면 니가 나한테 주라는 말에 처음엔 당당하더니..정작 서로 떨어질 날이 가까워지니까..나중에 니가 나한테 줄 양육비를 좀 줄여주면 안되냐고 하던 모습..너는 변변한 직장도 없어서 양육비 내가 주던만큼 못줄고 같다고 덜 주면 안되냐는 말에...그동안 안하무인 위풍당당이던 니가 매우 초라해보였다..그리고 너무 슬펐다..내가 왜 당당하던 사람이 비굴하게 부탁하는 모습을 보이면서까지도 갈라설라고 하는거냐고 한건 니가 너무 안되보여서...결국 넌 그 물음에 답하지 않았지..
적다보니..처음 만났을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니가 처음 날 만난 날..반지를 받던 날..같이 살게 된 날..애기가 태어난 날..모든게 기억나고..그런 날들의 사진도...어쩌면 아직 내 맘도...다 그대로인데....
....집에 오니...불 꺼진 집에는 아무도 없구나...이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