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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게시판 오가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아는 사람이 많겠지만...
행여 대기업과 협력사의 질서를 잘못 이해하거나 막연한 상식같은걸 들이미는
중생들이 가끔 보여서 짧게 몇줄 씀.
일단 개인의 이력과 관련된 문제이나 간만에 썰을 풀고 싶어져서 조금 공개 하기로 함.
본인은 삼성전자의 협력업체에서 영업맨으로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음.
3년정도 일하면서 많은걸 겪고 배웠지만 회사에서 더이상의 비젼을 못느끼고
다른 분야로 이직했음. 지금도 이 결정에 후회는 전혀 없다.
자... 그럼 삼성과 협력업체의 구조를 간단히 설명해 볼까?
일단 현실적인 문제. 돈.
지금보니 내가 다녔던 회사가 좀 짠편이긴 했는데 삼성전자에 (천안/온양쪽에 있지..) 반도체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여느 협력사 중에서 보면 그나마 중간 이상급이었다.
3년 다니면서 주임달고 퇴사할때 월 수령액이 수당없이 110만원 정도. 식대랑 야근수당 다해서 130정도 받았다.
첫달 월급은 지금도 기억나는게 너무 어이없도록 적어서...... 87만원 ^^
그때 알바만 잘 잡아서 해도 일주일에 70만원도 받고 시급 6천원도 받고 그랬다... 2000년대 초반이다.
근데 뭐라 불만을 표출할수가 없어. 왜?
같은팀 차장님은 플스2 아들한테 하나 사주고 싶어도 여유가 없어서 중고를 사주고
차사고가 나서 폐차하게된 옆팀 대리는 5년차 사회생활중이지만 차한대 할부로 살 돈이 없어서 버스맨으로 거듭났다.
나도 저축이라곤 월10만원짜리 정기적금 딱 한개였어. 아! 6만원짜리 보험하고...
그렇다고 회사가 악덕저질이라 연봉이 적은게 아냐.
사장님은 매우 근검한 분이었어. 유일한 사치가 에쿠스한대...
진심 지존 남는게 없어.
나는 영업부니까 물건을 팔려면 원가계산을 철저하게 해서 가격책정을 해야해.
보통 원료비 + 관리비를 넣어서 판가를 결정하는데
이건 교과서에나 나오는 얘기고...
판가는 삼성이 결정한다.
AASS모델 1500원.
AABB모델 1980원.
이렇게 공문이 와. 너네 할래 말래? 안해? 그럼 다른거 다 빼
근데 저 가격이 협력사의 마진을 고려한거면 내가 글도 안쓰겠지...
1500원짜리를 만들어 1500원에 팔면 그당시 기억나는게 대략 5~15원 남았어.
제조업인데 마진율이 1%미만이란 소리야.
그래서 요청을 해. 너무 단가가 낮다. 조금 고려해달라.
그럼 원가표를 들이밀어.
원재료 얼마. 기계감가상가 얼마. 로스율 얼마. 포장재 얼마.
그럼 또 그게 맞아. 절대 손해보는 구조는 아니지. 1%정도 남아. 오 관대하셔라.
이게 왜 가능하냐고?
잘 봐...
삼성은 협력사 사장을 모두(99%?) 삼성출신으로 채워.
즉 삼성에서 한가닥 하던 분들이 하나씩 받아서 나오는 거야.
끝발이 좋았을수록 더 고급한 협력사를 받는다.
예를들면 부장출신이면 노동집약형 포장재 원재료. 이사 출신이면 부품조립. 상무 출신이면 부품제조/개발 머 이런식으로
그러니까 원재료 공급하는 회사도 삼성협력사고 부품제조도 삼성협력사고 부품조립도 삼성협력사고
심지어는 박스. 폐재료 재활용. 금형제작하는 작은 업체 하나하나까지 다 삼성협력사야.
또 그 업체 출신 부품/재료/포장이 아니면 삼성에 납품을 못해. 품의를 안해주거든.
결국 제품 공급에 참여한 플레이어 모두가 삼성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거지.
원가 훤히 다 알지. 거의 유일한 판로지.
삼성이 허락한 기계로 삼성이 허락한 조건으로 삼성이 허락한 원재료로 삼성이 허락한 가격으로 팔어.
이러니 중소협력사가 살수가 없는거야.
아! 물론 망하진 않아. 다른 끝발좋은 협력사 사장이 나타나지 않는이상 입에 풀칠은 해줘.
근데 문제가 먼지 알아?
바로 R&D야.
기업이란게 돈을 벌면 어느정도 인재에도 투자하고 기술개발해야 하거든?
그래야 마진율도 올라가고 뭐 대국적으로 보면 국가적으로 이득이지.
삼성뿐 아니라 애플에도 IBM에도 수출할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
근데 이게 불가능해.
내가 다닌 회사는 10년이 넘도록 장비 고장났을때 고칠수 있는 인력하나 없었어.
사람불러야 해. 어디사람? 당연히 장비수리 전문업체인 삼성협력사 사람이지.
매우 간단한 신제품 하나 만드는것도 못해서 수차례 시도끝에 결국 포기.
사람이 무능해서? 절대 아냐.
아무것도 못하게 해. 기계를 뜯어봐도 안돼. 허락받아야 해.
원재료를 분석해서 좀더 개선하는 것도 안돼. 허락받아야 해.
아니 일단 이것들을 위해 들어갈 돈이 없어.
사실... 어느정도 사람이 무능한것도 맞아.
고급인력 경력자 쓸수가 없는 구조지. 연봉을 못맞춰줘.
경력자는 다 나가는거지... 참고로 우리 현장에들 평균연령이 23세였어.
19살짜리들이 수두룩하고 나머지는 아저씨급들. 외국인 노동자 몇명. 이랬지...
대졸이건 고졸이건 학벌좋고 기술좋고 자격증좋은 애들은 못뽑아.
말했지? 마진율이 1%라니까? 그 1%안에서 직원들 월급주고 이래저래 회사를 꾸려 나가야 하는거야...
그러다가 일이 터지지
이건희가 잡혀갔어. 과징금인가? 사회환원인가 로 1000억을 기부했나 뺏겼나 하는 사건이 있었지.
그날 술마시고 있었는데 술이 확 깨더라...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오전 10시에 삼성 구매팀에 불려들어갔어.
어제 뉴스봤죠? ^^ 단가좀 네고해야겠네요 ㅎㅎ
그룹차원에서 비용절감 하라는데 딱 보니까 여기가 그나마 좀 룸이 있네 ^^
찍소리도 못하고 전제품 연말까지 5% 판가인하...
그렇게 단기적으로 역마진 혹은 제로마진으로도 물건을 공급하라면 공급해야한다...........
근데 얘기 들어보니 우린 그나마 좀 나은 편이라더군. 좀 저급한 부품업체여서 말이지...
조립하고 머 이런 기술들어가는 협력사는 관여가 더 심해서
제조실 청소한번 할래도 품의받고 하고 청소한 다음 다시 품의받고...
행여 다른 업체 이를테면 엘지나 하이닉스 관련제품 준비하는거 걸리기라도 하는 날엔
그 다음날 곧바로 납품정지였다더라...
내가 겪은바로만 얘기해서 좀 일방적일수도 있는데
여튼 경험한바로는 그래.
흔히들 마른수건을 짠다고 하지...
삼성분들은 바위를 쥐어 모레를 만들고 그 모레에서 물을 짜내. (신과함께에 나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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