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제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저는 어린시절을 거의 할머니댁에서 보냈습니다.
할머니댁은 포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송우리라는 곳에서도 차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정말 말그대로 시골이었죠.
TV에 나오는 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그런 시골.. 딱 그런 모습을 상상하시면 될 겁니다.
그런 시골에서 6~7살 짜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냥 돌아다니거나 마을입구 정자에 앉아 혼자 노는 것 뿐이였고,
그런 제가 안쓰럽고 심심해보였는지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가끔 옛날 이야기를 해주곤 하셨죠.
설탕 뿌려진 누릉지, 호박씨 등 간식도 주시고 ㅎㅎ
마을에 계신 모든 분들이 저를 참 많이 예뻐해주셨답니다. 해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죠..
그런데,
딱 한 분.
저희 할머니가 제 주위로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신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자식들이 마을에 작은집 하나 얻어주고는 할머니를 그리로 내쫓았다고 하더라구요.
할머니가 대신 키워주시던 손녀까지 데리고 멀리 이사를 가버리곤 그 이후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고요..
그 뒤로 이 할머니는 집에서 나오지도 않으시고, 식사도 하지 않으셨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어린아기 인형... 흠... 그러니깐... 똘똘이 같은 아기 인형? 그런 인형을 업고 다니시면서 항상 같은 노래를 불렀다더군요.
저희 할머니도 처음엔 그 할머니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면 저럴까 싶어 안쓰럽게 생각하셨나 봅니다.
근데 일이 터진 그 날 이후로 생각을 달리하셨죠..
그 날, 제가 놀러나가서 저녁이 되도 돌아오지를 않더랍니다.
평소 같으면 배고프다고 집에 왔어야 했는데, 그 날은 제가 늦도록 돌아오지 않아 난리가 났었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리 마을을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는지 계속해서 마을을 돌아다니시던 저희 할머니는 도중 그 할머니를 만나셨답니다.
"우리 A(저) 못 봤어요??"
"네...."
"정말 오늘 하루종일 한 번도 못 봤어요?"
"....네...."
당시 저희 할머니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더랍니다.
그 할머니는 물음에 시무룩하게 대답하고는 자꾸만 뭘 생각하는지 곧바로 싱글벙글 웃으시고,
또 우리 할머니가 물어보면 시무룩하게 대답하고..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할아버지께 그 할머니집에 가보자고 무작정 조르셨답니다.
거기에 손녀인 제가 있을 거 같다고..
할아버지는 걱정도 되고 할머니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하니.. 알았다고 하고 그 할머니 댁에 찾아가셨대요.
그리고 저희 할머니 말씀대로 그 곳에 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똘똘히 인형처럼 머리카락이 들쭉날쭉하게 잘려서, 입에 똘똘이 인형 팔을 문 채로 울고 있었다더군요.
할아버지가 쳐들어가서 날 데리고 나가려고 하니
그 할머니가 울면서 소리쳤답니다.
"그거 다 먹으면 데리고 나가!!! "
그거??
뭔 줄 아시겠나요??
네. 그 똘똘이 인형을, 그 인형을 저한테 먹이려고 했었답니다.
그럼 제가 할머니 손녀가 될 거라고......
이건 저도 어디서 들은 이야긴데, 다른 사람의 신체 일부나 정을 품었던 물건을 먹으면 빙의가 된다고 하더군요.
근데 문제는, 이 방법은 그 물건의 주인이 살아있다면 물건의 주인은 가죽만 남은 채 살게 되는 거래요. 혼이 없이.
그래서 손톱 발톱을 깎고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이 때문인지 저희 할머니는 바로 인형을 빼앗아 태워버리셨다고 합니다.
암튼, 덕분인지 소식을 듣게 된 어머니께서 일을 그만두시는 바람에 전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는 부모님이 절 데리러 올 때까지 항상 그 할머니를 감시하셨다고 해요.
충격을 받아서인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했던 전 한참 후에야 이야기를 전해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할머니가 마냥 무섭다기보다 한편으론 가엽단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