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차례를 지내야 한다며 훌쩍 가버린 선배를 대신해
정초 아침부터 출근을 한 참이었다.
점심 때가 되어 식당을 찾아 한바탕 순례를 한 끝에
콩나물국밥집을 발견하곤 이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콩나물국밥 한그릇을 주문하고 TV로 시선을 돌렸다.
채널A에선 몇몇 패널들이 박근혜 탄핵 시점과
차기 대선 전망에 대해, 늘 그렇듯이 누구나 아는 얘기를
짐짓 날카로운 분석인 것처럼 주둥이를 놀려대고 있었다.
"문재인이가 빨갱이라카든데..."
맞은편에 앉아 식사 중이던 3대 가족 중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내 친구가 그카드라. 문재인이가 빨갱이라고..."
"에이~~~ 엄마는 무신 빨갱이 타령이고..."
"아니... 내가 그렇다는기 아이고... 내 친구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마소"
아들의 호통에 어머니는 이내 입을 다물었지만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눈치다.
주억거리며 눈치를 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 친구가 어디서 들었다카든데..."
"문재인이 빨갱이면 국정원이나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가라고 해야죠^^"
생글생글 웃으면서 부드럽게 얘기하는 내 말투가 마음에 드셨는지
어머니도 함박 웃으며 응수한다.
"맞네. 신고하는기 맞제. 그래도 내 친구가 하도 빨갱이가 많다캐서..."
"그 친구분은 우리나라에 빨갱이가 많다는 건 어떻게 아셨대요?
빨갱이가 그렇게 많으면 얼른 국정원이든 경찰이든 신고를 해야지 친구들한테 떠들고 다니기만 하면 어떡합니까?"
"하기야, 글타. 문재인이가 빨갱이면 신고를 하는기 맞는기지, 내한테 떠들고 다니믄 되나?"
"엄마! 이제 고만하소!"
아들의 호통에 어머니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콩나물국밥이 맛있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