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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진보세력에게는 몇가지 아킬레스건이 있다. 여기에 한 번 잘 못 걸려 들면, 모든 정치현안들이 이 블랙홀에 빠져버리고, 정책대결은 사라져 버리게 된다.
김대중은 30년이 넘는 세월간, 지역과 안보라는 두 가지 족쇄에 묶여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김대중의 뜻을 이어간 정치인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 함정에 걸려 항상 유권자의 50%를 포기하고 시작하는 불리한 게임을 해야 했다.
이 중에서 지역적인 족쇄가 풀려질 것 같았던 때에,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프레임에 걸려든다. 노인들은 선거에 나오지 말라고 한 실언이 화근이 되어 한나라당이 역사속에서 사라질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날려 버린다. 이 이후로 노인들은 절대로 민주진영으로 넘어오지 않는다. 젊은 세력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상황 속에서도 1내지 2% 를 다투어야 하는 힘든 싸움을 해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문재인은 위의 아킬레스건들에만 걸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 아니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인 설날, 우리집에서는 잘 하지 않는 정치이야기가 나왔다. 아주 짧았지만 우린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찍었는지 서로 알게 되었다. 우리 외숙모는 자수성가형 여성이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무시하지도 않고, 합리적이며, 비록 힘든 사회생활을 했음에 틀림이 없겠지만, 난 단 한번도 외숙모가 여성불평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일을 들은 적이 없다.
외숙모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었다.
이제 프레임의 전쟁은 지난 세대의 지역주의나 안보문제 처럼 50%를 놓고 벌이는 영토다툼이 아니다. 이것이 오랜 시간 고착되면서 이미 한국은 50대 50으로 나위어져 있다. 여기서 10%내외의 영토를 놓고 다투는 것이 세대대결이고, 3%정도의 영토를 놓고 다투는 것이 젠더 대결이다. 대선의 승리는 1%내지 2% 범위에서 결정된다.
양향자가 여성위원장 선거에서 이 부분을 이야기했다. 정권교체를 위한 마지막 토핑이 바로 이 젠더 대결에서의 승리라는 것이다.
문재인은 지난 대선에서 여성들의 표를 가져오지 못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박근혜를 지지한 여성들의 표 속에는 그들이 이 불평등한 사회속에서 겪어 온 아픔이 녹아 들어 있었다. 문재인 캠프의 그 어떤 책사도 이것을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박근혜는 물러나지만, 그를 지지했던 사회 약자들의 아픔은 우리가 고스란이 가져와야 한다. 여성들을 위한 정책도 필요하지만, 그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할 사람들의 공감능력도 꼭 필요하다. 지금 문재인 캠프에서는 이러한 주제를 흡수할 수 있는 아이콘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외숙모도 이 여자만 나오면 찡해진다는 양향자 같은 사람이 전면에 나올 필요가 있다. 그런데 밖에서 보기에 민주당 내에서 오히려 왕따를 받는다는 등의 이미지가 나오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오게 된다.
표창원은 아주 짧은 시간동안 세대갈등과 젠더갈등에 걸려들 수 있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첫 번 째 문제는 무사히 넘어갔고, 두 번 째 문제도 쓰나미처럼 쏟아지는 최순실 뉴스에 묻혀 무사히 넘어가고 있다.
윤리위원회에서 어떤 처분을 내릴 지는 알 수 없으나. 자신의 실수가 있었던 것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받아들여야 하고, 이것이 민주당 내의 여성위원회의 분열이라는 이미지로 확산되어서는 안된다. 양향자 최고위원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잘 알지만, 내가 보기에는 본인이 현명하게 잘 대처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더이상 이 이슈가 확산되지 않도록 모두가 자중할 필요가 있다. 남아 있는 유일한 고비가 윤리위원회의 결론 발표이다. 이 때, 우리는 침묵하고, 이슈를 묻어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난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고, 아무리 그 작품을 들여다 보아도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는 우린 2012년에 이미 젠더 이슈라는 함정에 빠져들었고, 우리 외숙모처럼 박근혜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에게 분명 파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캠프는 여성정책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이슈를 끌고갈 여성 리더를 내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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