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라 흑산도 레이더 기지에서 근무할 때 입니다.
아시겠지만 당시 흑산도는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 40분을 달려야
도착하는 상당히 거리가 먼 섬입니다.
관광지이고, 폭풍주의보가 내리면 어선들의 피항처이다 보니
항 근처엔 유흥업소도 제법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일하는 여종업원들도 제법 있었는데
듣기로는 육지에서 전국을 돌고 돌다 상품성(?)이 떨어지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 이 곳 흑산도라 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이 섬에서 나가려면 죽어서
나가는 방법 밖에 없다 할 정도였죠.
업소를 출입할 수 있었던 영외하사관들로 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자살하는 여종업원들이 왕왕 있었나 봅니다.
당시 갑판장님이 이 섬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밖에서 거나하게 한 잔 하고 스쿠터를 타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스쿠터의 헤드램프 빛에만 의존해서 달리는데 부대를 거의 다 왔을 때
멀리서 뭔가가 나무에 걸려 펄럭거리기에
비닐이나 천 같은 것이 나무에 걸렸나보다 하고
점점 가까워 오자 그 물체가 선명하게 보이더랍니다.
어...어....어~~~~~~~ 뭐야?!!! 저거!!!!!!!
너무 놀란 나머지 스쿠터와 함께 넘어지고 말았답니다.
나무에 매달려 펄럭거리던 것은 바로 주검이었던 거죠.
맞습니다. 이 곳 생활을 비관한 한 여종업원이 나무에 목을 맨 것이었죠.
겨우 겨우 정신을 차리고 여기저기 연락을 취해서 수습을 했다 합니다.
저는 레이더를 보는 당직이어서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대민지원을 나갔던 후임이 그러더군요.
연고없는 자살한 여종업원 관 들어주고 왔다고...
그 외에도 선원들끼리 싸우다 한 놈이 죽었네...
노름을 하다 너무 많이 잃자 화가 나서 할복을 했네...
트럭 짐칸에 사람을 여럿 싣고 가다 절벽에서 굴렀네...(요 때 비상걸려서 새벽까지 시끄러웠던..)
아무튼 흉흉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던 그런 섬이었습니다.
그러다 전역을 서너달 정도 남긴 어느 날 점호를 마치고 좀 늦은 시간까지
TV를 시청중이었습니다.
이제 그만 취침하라는 당직사관의 말에 자리에 누웠을 때
부대 내 국기게양대(내무실에서 약30미터 거리) 쪽에서
여자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그것도 크고 앙칼진....
참고로 부대 위치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산 중턱 쯤 됩니다.
뭘 잘못 들었겠지? 혼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맞은편 한 기수 선임이 제게 묻더군요.
혹시 앙칼진 여자 웃음소리 들리지 않았냐? 하고 말입니다.
그러자 아래쪽 침상에 있던 후임이
저도 들었는데 말입니다.... 그 때 소름이 쫙~~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인데 그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그 때 그 비관해서 목을 맸던 그 여종업원이 아니었을까?!
대략 20년 전그닥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흑산도의 그 아름다운 풍경은 기억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