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요일날 할 일도 없고, 심심하고 뭐 여러 가지 이유로 방바닥을 뒹굴다가 살면서 직접 겪었던 일들을 한 번 써볼까 싶어 책상머리에 앉은 여자입니다.
초등학교 때, 고등학교 때 일들이 있지만, 가장 피크였던 건 대학 때였다는거~
초등학교 때 이야기를 해 볼게요.
별로 무섭진 않지만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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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나머지 숙제 때 생긴 일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음.
난 그 때 첫딸 키우는 엄마의 엄청난 학구열로 하루에 학원을 세 군데나 다니는 안타까운 학생이었음.
그 때 당시에 속셈 학원(요즘은 뭐라고 함? 수학 학원?)을 같이 다니던 같은 반 단짝이 있었음.
그 친구의 실명을 거론할 수 없으므로, 굳이 별명을 짓자면 재석이라 하겠음.
초등학교 때는 연예인을 잘 몰라서 재석이의 별명이 다른 거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재석이는 정말 요즘의 다듬겨진 유느님과 똑같이 생겼었음.
가끔씩 그친구가 치마를 입고 올 때면 정말 ㅋㅋㅋㅋㅋ말로 할 수가 없음.
하지만 그 친구는 여자애인데도 호탕하고 남들을 잘 챙기고 해서 겉으로나 내면적으로나 모두 유느님을 닮은 아이였음.
여하튼, 4학년 때 여름으로 기억함.
나랑 재석이는 꼴에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미술 숙제를 똑같이 안 해왔음.
웬일인지 다들 숙제를 해왔고 나랑 재석이만 숙제를 안 해와 학교에 남아서 숙제를 해야 했음.
그래도 우리는 숙제를 늦게하면 늦게할수록 학원을 안 갈 수 있으니까 마냥 좋았음.
애들이 다 집에 가고, 우리 둘만 교실에 남아서 미술 숙제를 하기 시작했음.
그 때 미술 숙제는 '물고기 배채우기' 로, 두꺼운 종이로 물고기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색종이로 삼각, 사각형을 접어서 알록달록하게 채우는 거였음.
아..이거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걸 그 때 알았음.
오후 네 시가 다 될 때까지 물고기 배를 반밖에 못채운 그 심정을 앎? ㅠㅠ
단순노동에 차라리 학원 가는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 담임 선생님이 퇴근 전에 우리 교실에 들렸었음.
근데 담임은 우리가 농땡이를 피우느라 배를 반밖에 못채운 줄 아시나 봄.
그래서 불꽃승질을 내며 무조건 다 끝내고 벽에 붙여놓고 가라고 하심.
그러고 쿨하게 퇴근하셨음.
담임을 좀 까며 배채우기에 박차를 가했음.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담임이 했던 말이 떠올랐음.
우리 때문에 수위아저씨가 학교 문을 못 잠그고 계시다는 그 말이.
갑자기 그 말이 떠오르면서 조급해졌음.
재석이랑 빨리 안 끝내면 아저씨한테 혼나겠구나 싶어 손끝이 저릴 정도로 빡세게 숙제를 함.
그러고 시간이 좀 지났음.
갑자기 재석이가 이상한 말을 함.
밖에 누가 자꾸 돌아다닌다고.
당시 나는 교실 출입문을 등지고 앉아 있었고, 재석이는 출입문을 바라보는 쪽으로 앉아 있었는데 자꾸 문 쪽을 보며 누가 돌아다닌다고 하는 거임.
난 뒤를 돌아봤지만 창문 밖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음.
근데 재석이가,
"아니 그게 아니라 소리가 나잖아, 저 구두소리"
그랬음.
조용히 있으니 구두를 신은 누군가가 복도를 걷고 있는 소리가 들렸음.
여기서 잠시 우리 학교 구조를 설명하자면,
우리 학교는 전 학년이 3반까지, 총 18학급밖에 없는 작은 학교로 2층의 긴 건물이었음.
1층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2층은 4학년부터 6학년까지 쓰고 있고,
우리 교실에서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화장실이 보이고, 왼쪽 복도 끝에는 교무실이, 오른쪽 복도, 끝에는 과학실이 있었음.
계단은 양 끝에 하나씩 있었음.
그러니까 구두신은 누군가가 교무실과 과학실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있는 거임.
우리는 기다렸음.
어차피 과학실 쪽으로 오려면 우리반을 지나쳐야 하고 그 때 창문 밖으로 누군지 확인하면 되니까.
당시에 우리가 좀 무서웠던 건, 텅 빈 학교에 문이 잠겨있지 않으니 도둑이 들어왔다는 생각이었음.
앞문을 소리나지 않게 잠그고, 뒷문은 그 옛날의 미닫이 나무문이라 밖에서만 잠글 수 있어서 우리는 얼른 물고기 배들을 가지고와 복도쪽 창문 바로 아래 벽에 붙어서 숨어있었음.
왜냐면 우리는 고작 11년밖에 못살아보지 않았음? 목숨이 귀했음.
그리고 그 구두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음.
그 당시에는 휴대폰도 거의 없었을 때 아님? 우리는 뭐 연락할 길도 없고, 도둑이 떠나면 바로 1층으로 뛰어나가자는 생각 뿐이었음.
나무 복도가 구두발자국 때문에 삐그덕거렸음.
근데 한가지 문제가 생겼음. 우리가 벽에 붙어 있으면 창문을 볼 수 없으니 도둑을 확인할 수가 없지 않음?
난관에 봉착했을 때 역시 우리 재석이, 이 머리도 유느님 같은 우리 재석이가 뒷문 쪽에 붙어 있던 전신 거울을 반대쪽 벽 책상 위에 세웠음.
정말이지 그 때의 그 용감함과 멋있음은 말로 할 수가 없음.ㅠㅠ
막 너무 잘생겨보이고,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섹시한 모습이었음.
아 섹시는 좀 아닌가...
그리고 우리는 벽에 찰싹 붙어서 거울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음.
(아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바보 같은 게, 거울에 비치는 우리 모습 따위는 생각치도 않았었다.)
발소리가 우리 옆반을 지나는 듯 했음.
가까이서 들어보니 여자 구두 소리 같았음. 구두 소리가 두 개로 끊어져 났기 때문임.
그리고 그 소리가 우리가 기대어 있는 벽 바로 뒤에서 들렸음.
거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음.
분명히 발자국 소리가 나고 있는데 도대체가 거울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거임.
뭐지? 뭐지? 할 때 이 유느님 기집애가 무서운 소리를 하고 앉았음.
"저 여자 허리를 숙여서 걷는 거 같애.. 그니까 거울에 안 보이지"
아...여자로서 이런말 하면 뭣하지만
정말 오줌쌀 뻔 했음.
그럼 우리가 이 반에 숨어 있다는 걸 저 워킹걸도 알고 있다는 거 아님?
(편의상 복도를 구두신고 워킹중인 여자니까 그냥 워킹걸로 하겠음.)
아 그럼 어떡하냐고 그럼 우리 어떻게 나가냐고 재석이한테 짜증을 부림.
그랬더니 이 재석이가 개시크한 말투로 '몰라' 랬음.
저 귀신 같은 재석이X 때문에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렀음.
점점 소리가 과학실 쪽으로 멀어지고 있었고 우리는 몸을 좀 일으켜 창문을 봤음.
아무것도 없었음. (여러분 죄송.. 누가 쳐다보고 있었다던가 그런 거 아니었음.)
아 어쩌지
재석이랑 다시 웅크려 앉아서 어떡해야할지 고민했음.
일단 가방을 챙겨서 등에 매고, 워킹걸이 과학실로 들어갔을 때 냅다 달리자는 정말 초딩다운 계획을 세우고, 과학실 문소리가 들리길 기다렸음.
근데 웬걸? 그 워킹걸 발자국 소리가 계속 들리는거 아님?
다시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음.
아 뭐됐다. 저 워킹걸은 도둑은 아니다 직감했음.
교무실과 과학실에 젤 비싼게 많은데 저길 안 들어가면 게임 끝임.
그냥 어쩔 수 없다, 저 워킹걸이 다시 과학실 앞으로 갔을 때 앞문을 통해서 무조건 뛸 수밖에 없다며 재석이랑 둘이 결심함.
아.. 운동회 때 손목에 도장 한 번 못찍어 본 주제에 가방까지 메고 달려보자 결심한 거임.
그 사이에 워킹걸은 왼쪽 끝 교무실 쪽에서 다시 되돌아서 걷고 있었고 우리는 워킹걸이 우리 반을 지나치자마자 앞문 쪽으로 기어가 스텐바이했음.
또 그와중에 둘이 운동화 끈을 고쳐 묶었음 ㅋㅋㅋㅋㅋ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음.
왠지 과학실 쪽으로 다 당도한 거 같았음.
우리는 저 워킹걸이 과학실에 거의 다 왔을 때, 복도랑 등지고 있을 때 얼른 나가야겠다며 앞문을 조용히 열었음.
그리고 정말 여태까지의 두려움은 아 그냥 커피였구나 하는 걸 깨달음.
복도엔 아무도 없었음.
분명히 과학실쪽에서 소리가 나고 있는데 아무도 없었음.
갑자기 재석이가 등을 떠밀며 뛰라고 했고, 나는 냅다 뛰면서 뒤에서 따라오는 재석이를 돌아보며 재촉했음. 주제에
아 근데 분명 뒤에는 아무도 없는데
갑자기 구두 소리가 엄청 빨라지는 거임.
우리 쪽으로 빠르게 걷는 소리가 들렸음.
우리는 가까스로 벽 모퉁이를 돌아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음.
역시 사람은 급하면 초인적인 힘이 나오나 봄.
난 내가 그렇게 빨리 뛰는 걸 난생 처음 봤음.
엄청난 속도로 1층 유리문을 열고 운동장으로 뛰었음.
아, 임펙트가 없지만 이걸로 별 일 없이 끝남.
하지만 그 뒤로 울 학교 괴담이 귀에 쏙쏙 박혔음.
참고로, 우리 학교 괴담 가짓수는 정말 남부럽지 않았음. 역사적인 사실도 바탕으로 하고 있음.
그 괴담에 얽힌 이야기는 다음에.
그리고 또 한가지 쓸데 없는 말을 하자면, 난 그 해 가을 운동회에서 달리기 3등했음.ㅎㅎㅎㅎ
타고난 몸뚱이야 어쩔 수 없어서 1등은 안되지만, 그 때 무서웠던 거 생각만 하면 절로 발에 모터가 달림.
그리고 생애 최초로, 달리기로 공책을 받아봄.
#. 담력훈련
일단, 전 글에 학교에 대해 다 말하지 못한 바, 이번엔 학교 주변에 대해서 말해보겠음.
일단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바로 옆에 학생들이 자주 올라가던 동산이 있었음.
동산이라고 해도 나무가 막 우거져 있어서 한낮에도 동산 중턱은 어둑어둑했음.
그 산을 부르는 이름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그 초등학교 애들은 그 산을 우리랑 똑같이 부른다길래 말할 수가 없음.ㅠㅠ
그냥 무당산이라고 이름짓겠음.
왜냐하면, 동산 중턱에는 슬라브 지붕의 작은 시멘트 집이 한 채 있었는데 온 벽이 하얗게 칠해져 있었음.
집이라고 해봤자 딸랑 방 하나밖에 없는, 아니 집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이상한 구조였음.
여튼 그 하얀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장판이 깔린 방이 있었음.
그냥 이건 집이 아니라 방에 지붕을 씌워 놓은 구조였음.
방 한가운데에는 작은 교자상이 있고, 그 교자상 위에는 항상 초와 향이 타고 있었음.
우리는 또 불굴의 초딩답게 그 집을 정신병원 (언덕위의 하얀집 - 이런....) 이라 불렀었지만
그 향과 초를 보고 나선 그 집을 뭔가 꺼리게 되었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신당 같은 느낌이 들어 그 산을 무당산이라 이름 지은 것임.
무당산은 여러모로 유용했는데,
첫째, 아카시아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아카시아 꽃을 따먹을 수 있었다는 거.
(도시 사람들 아카시아 꽃에서 꿀을 바로 빨 수 있는 거 알았음? 난 책에서 안 배워도 자연스레 알았음 ㅋㅋㅋㅋㅋ)
둘째, 벌칙 게임이나 담력훈련을 하는 데 쓰인 거
이게 그 산의 활용분야 중 90프로를 차지할 것임.
자, 그 산의 설명은 이 정도고
그 날이 왔음.
아 아직까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왜 초등학생들을 학교에 모아놓고 담력훈련을 시키는 것임?
훈련이라는 단어가 너무 아까운 체험활동 아님?
여튼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에서 1박 2일 야영을 했음.
각 교실에 이불을 깔고 하룻밤 자면서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는 거임.
그 프로그램 중 밤 11시부터 시작하는 담력훈련이 끼어 있었음.
아니 학교에서 나름 고학년인데 ㅋㅋㅋㅋㅋㅋ담력훈련을 한다는 게 좀 웃겼지만
속으로는 약간 두려웠음.
담력훈련 조를 짜고, 각 조에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 조장, 부조장을 맡았음.
왜 고작 담력훈련에 조장이 둘이나 필요한 거냐고 수근거렸음.
그러나 그 초딩들의 허세 있지 않음?
난 그 허세 때문에 부조장을 맡았음.ㅜㅜ
뭔가 여장부처럼 보이고 싶었는가 관심있는 남자애가 조장이 되서 그런가.
그 허세는 아직도 가끔 잘 때 생각이 나서 미칠 것만 같음.
열한시가 다 되어 가고 학교에서는 기념으로 각 반에 '사탄의 인형'을 친히 틀어줬음.
아 저 배려심ㅜㅜ
그리고 또 담력훈련 장소가 무당산이라는 기가막힌 소리를 1조가 출발하기 직전에 알려주는 센스를 보였음.
다들 그 배려와 센스에 감동했는가 아무 말 없이 손들을 비비고 있었음.
나는 다시 한 번 아까 떨었던 그 허세 때문에 맨 앞에서 그 하얀 집을 지나갈 생각을 하니 내 주둥이를 확 꼬집어 버리고 싶었음.
그리고 한참 처키가 칼을 들고 설칠 때 우리조가 출발했음.
조장의 멋진 배려로(보고 있니 ㅁㅅ야?) 난 다행히 맨 뒤가 아닌 맨 앞을 맡게 되었음.
나는 선생님이 아니니까 뒤통수에 눈이 없지 않음?
차라리 못보는 뒤보단 내 눈으로 보는 앞이 더 좋았음.
형광주황색 깃발을 들고 일렬로 서서 운동장을 가로질렀음.
그리고 무당산 앞의 철문에 섰음.
우리 조는 총 7명으로 조장과 나 사이에 남녀 5명이 끼어 있었음.
뒤에선 빨리 문을 열라는 성화가 빗발쳤음.
또 허세를 부리면서 철문을 힘차게 열었음.
그리고 일렬로 무당산을 오르기 시작했음.
산을 한참 오르고 있는데
뭔가 희끄무레한게 보였음.
선생님들은 이래서 선생님인가 봄.
친히 분장까지 하시고 배려가 뭔지를 알려주셨음.
난 여성스럽기 짝이 없던 3학년 담임 선생님이 소복입고 나뭇가지에 올라앉아 있는 걸 보고 입에 거품 물었음.
진짜 저 선생님 왜 배우 안 하나 싶을 정도로 온 몸이 뒤틀린 자세로 고개를 대롱대롱 거렸음.
난 조용히 거품 물고 소리도 안 냈음.
왜냐면 나만 당할 수 없으니까. 뒤에 있는 애들도 좀 놀라야지.
그리고 그 하얀 집까지 도달했음.
근데 그 집에 불이 켜져 있었음.
우리는 당연히 선생님들이 준비했나 싶었는데 그 집 불빛이 일렁거리는게 보였음.
그 집에 전기가 아니라 촛불이 켜져 있었던 것임.
우리는 오히려 낮에 볼 때보다 덜 무서웠음.
왜냐면 여기저기 분장한 선생님들이 있고, 저 초도 분명 선생님들이 피웠을 것이니까.
그리고 하얀 집을 지나쳐서 산을 내려갈 준비를 했음.
그런데 그 때였음.
갑자기 우리 조 가운데에서 걷던 뚱지가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음.
아, 뚱지는 남자임 = 뚱뚱이돼지
근데 그렇게 남자애가 소리를 질러대니 산이 쩌렁쩌렁 울렸음.
우리는 급하게 뚱지를 둘러싸고 왜이러냐고 물었음.
뚱지는 자꾸 손가락질을 하며 눈을 질끈 감았음.
손가락질 하는 방향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왠지 뚱지가 가리키는 방향이 아까 그 여우주연상 선생님이 있던 방향인 것 같았음.
조장이 괜찮다고 그거 00선생님이라고 우리도 다 봤다고 했음.
근데 갑자기 뚱지가 튕겨져 일어나더니 산을 미친 듯이 내려가기 시작했음.
우리는 덩달아 놀라서 막 뛰어내려갔고, 선생님들은 비명소리를 듣고 급하게 가발을 벗고 달려오셨음.
다 내려갔더니 뚱지가 민가로 이어지는 시멘트 길에 쓰러져 있었음.
뚱지는 급하게 의료원으로 실려갔음.
선생님들은 우리가 너무 무섭게 한 거 아니냐면서 죄책감에 빠지셨음.
그대로 담력훈련은 중단되었고 뚱지는 며칠 학교에 나오지 않았음.
우리는 또 초딩 허세에 뚱지는 겁쟁이라며 그 때의 무용담을 늘어놓았음.
그리고 뚱지가 학교에 왔는데 어머,
그 뚱지가 홀쭉까진 아니지만 경도비만일 정도로 살이 빠져 있었음.
우리는 뚱지를 둘러싸고 '와 담력훈련 좋네 살도 빠지고' 라는, 그 집 부모님이 들으면 왕복 싸다구 맞을 소리만 골라서 했음.
하지만 뚱지는 그 말에는 대답도 안 하고 자꾸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음.
그리고 또 한 가지 뚱지가 이상해진 게 있었는데,
뚱지가 쉬는 시간에 갑자기 사라졌다 점심 때 쯤 돌아오고 하는 것임.
점심 때 쯤 운동장을 보면 뚱지가 맨발로 운동장을 가로질러 돌아오고 있었는데 항상 넋이 나간 얼굴이었음.
우리는 약간 뚱지가 무서워졌음.
급기야 선생님이 뚱지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고 뚱지는 또 학교에 나오지 않았음.
그리고 뚱지는 전학을 감.
나중에 반창회를 했었을 때 뚱지에게 들었던 이야기임.
뚱지는 자꾸 사라지던 그 며칠간, 무당산을 올랐다고 했음.
자기는 기억이 안나는데 부모님께서 알려주신 거라고 함.
학교에 연락을 받고 오신 부모님이 뚱지를 찾아 헤맸고, 뚱지가 맨발로 무당산을 오르는 걸 발견하신 거임.
뚱지가 이상해진 건 사실 훨씬 전, 담력훈련이 있었던 그 다음 날부터라고 했음.
뚱지는 담력훈련 때 무서운 나머지 자꾸 뒤를 돌아봤다고 함.
그런데 우리 조는 조장이 맨 뒤에 걷고 있으니까 당연히 맨 뒤에는 조장 얼굴이 보여야 되는데
조장 뒤에 자꾸 머리 하나가 더 보였다고 함.
뚱지는 선생님인가 싶어서 자꾸 조장 어깨너머를 바라봄.
하지만 조장 뒤에 서 있는 남자는 다 찢겨진 군복을 입고 있었다고 함.
뚱지가 분명히 기억하는 건, 찢겨진 군복 사이로 화상을 심하게 입은 살갗이 보였고,
팔 한쪽이 없는 그 군복 입은 남자는 나머지 한 팔을 조장의 어깨에 의지하며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음.
뚱지를 우리가 둥글게 에워쌌을 때 그 남자도 함께 끼어 있었다고 함.
그 뒤로 뚱지는 자꾸 정신을 잃었고
그 동안은 아무 기억도 안 난다고 햇음.
뚱지는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에서 자꾸 무당산에 이끌렸던 것임.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학교 터는 6.25전쟁 때 한참 격전이 활발한 곳이었다 함.
그렇다고 우리 학교 터가 공동묘지 터는 아니었음.
하지만 우리가 배웠지 않음?
한참 우리가 북한군에 밀려서 38선이 남하하다가 인천상륙작전으로 인해 다시 위로 밀고 올라갔다는 거 .
그 때 한참 밀리던 우리 육군이 무당산에 있었는데,
북한군이 폭격을 퍼부어서 무당산에 있던 육군들이 몰살당했다고 함.
후에 그 유해를 수습하면서 위령의 목적으로 그 하얀 집을 세우고 초를 피운 것이라 함.
뚱지는 그 육군을 본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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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전편보다 더 재미가 없네요.
그냥 뛰어 넘고 핫한 대학생활 때 경험으로 넘어가야겠어요.
님들이 관심이 없으셔도 계속 쓸 거예요.
전 한가하니까요.
#. 우리 대학교
오늘은 길게 쓸 수가 없으니 짧게 학교 소개만 해야겠음.
나는 국내 유학파임.
같은 나라에서 편도 여섯시간 반이 걸리는 통학로 봤음?
그래서 난 유학파임.
각설하고, 우리 학교는 의학계열이 좀 유명함.
의대 역사도 깊음.
그래서인진 몰라도 학교 기숙사 건물도 병원처럼 생겼음.
기숙사 복도랑 로비 모두 병원 같이 생김.
가끔씩 모르는 외부인들이 학교 방문을 하면 창문 밖을 내다보는 우리를 환자로 착각할 정도임.
아 ㅋㅋㅋㅋ이 얘기 하니까 학교 축제때 사회자가 우리 기숙사를 보고 실수한 게 생각나서 빵터짐 ㅋㅋㅋㅋ
여튼, 우리 학교 기숙사 모습은 이럼.
아, 기숙사는 구관과 신관이 있었는데 구관은 5층짜리 건물로 남자들이 썼고, 신관은 12층까지 (몇층까지였는지 기억도 안 남.) 로 3층까지는 남자가, 그 이후층부터는 여자 기숙사임.
새내기로 첫 기숙사 입주를 했을 때 난 4인 1실을 썼음.
그리고 기숙사 점호라는 걸 받아 봄.
여러분 진짜사나이에서 손진영이 똥싸다가도 경보 울리면 뛰어나오는 거 봤음?
우리 학교 점호가 그랬음.
점호 10분 전부터 점호할 꺼니까 방에 있으라고 방송을 함.
그리고 층장이 일일히 돌아다니며 인원수를 확인하는데 그들에겐 자비란 없음.
독사조교가 따로 없음.
자고 있는 것 따윈 용납될 수 없음.
이불을 들춰서 확인하니까~
화장실? 싸던 것도 끊고 들어와야 함.
나중엔 내 장기들도 그녀들의 자비리스를 알았는지 점호 10분 전엔 지들이 알아서 참하게 있음.
점호는 20분간 진행되는데 그동안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급한 용무도 해결할 수 없음.
난 대학은 다그런 줄 알았음.
하지만 나중에 아니라는 걸 알았지 흙흙
근데 또 기숙사의 빡신 점호 때문에 엄마들에게는 워너비 숙소였다는 거.
왜냐면 벌점이 쌓이거나 잦은 외박시에는 부모님한테 연락이 가니까~
사람은 적응의 동물임.
학교에 적응을 하니까 또 반발작용으로 왜 이렇게 우리 기숙사 점호가 빡셀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옴.
한참 모여 놀다가 점호 10분 전 언덕을 뛰어올라가는 그 운동량은 상상을 초월함.
다들 놀때 나만 양갓집 규수처럼
"점호때메 가야돼"
이럼 다들 비웃음의 표정을 지음.
술마시고 뛰어올라갈 땐 정말 토할 것만 같음.
그리하여 점점 점호가 숨막히기 시작함.
그러던 어느날, 불만이 터질때 쯤 묘안을 짜냄.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내가 층장을 하자, 이러나 저러나 점호 받아야 하니 돈이나 벌면서 받자. 이 생각으로 기숙사 자치위원회에 들어감.
그리고 드디어 자비리스한 그녀들을 대면하게 되었음
첫 모임 때 난 쫄아서 땀구멍에서나 나올 법한 목소리로 자치위원회 지원 동기를 말함. 솔직히.
그랬더니 자비리스한 그녀들이 생각과는 달리 내 불만을 이해하는 거 아니겠음?
그리고 나한테 지금의 점호체계를 이해하라고 함.
원래 우리 학교는 점호가 없었는데 점호가 생긴거라 함.
그리고 그 이유는 실로 끔찍했음.
우리학교 기숙사의 공포 중 7할을 차지하는 것의 시작임.
#. 폐쇄된 방
이전 판에서 우리 학교 기숙사 점호가 원래 없었다고 하지 않았음?
그랬음. 우리 학교는 원래 기숙사 점호가 없었음.
그리고 구관 남자 기숙사에는 나 1학년 때까지 폐쇄되었던 유명한 방이 있었음.
때는 거슬러 80년대 후반.
어김없이 2월은 지나가고 있었고 각 학과는 신입생 맞을 준비에 열중하고 있었음.
기숙사도 청소를 끝내고 입주생들을 맞을 준비를 함.
학교 개강은 보통 3월 2일, 우리학교 기숙사 입주 기간은 개강일로부터 2주 전부터 시작됨.
그 근처에 사는 학생들끼리는 입주 경쟁이 치열함.
왜냐면 기숙사는 4인 1실, 2층 침대가 2개 마주보고 있는 구조임.
딱 감이 오지 않음? 무슨 일이 있어도 1층 침대를 사수해야 하는 것임.
그래서 학교 근처 애들은 2주 전부터 와서 1층 침대를 맡아놓고 집에 감.
그리하여 난 항상 2층이었음ㅠㅠ
여러분 조기축구가 끝나고 기숙사 침대를 오를 때의 그 심정을 암?ㅠㅠ
여하튼, 80년대 후반에도 개강 2주 전부터 학생들이 한 두 명 씩 나타나 입주를 함.
하지만 알다시피 침대만 맡아놓고 돌아가는 애들이라 기숙사의 거의 모든 방은 비어 있었음.
그리고 시간이 흘러 개강 열흘 전.
청소를 하시던 관리 아저씨가 기숙사 구관 (현재 남자기숙사로 쓰고 있다는 그 건물.) 4층에서 한 남학생이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함.
그리고 그 다음 날 낮근무를 서고 계시던 관리아저씨 역시 4층에서 남학생이 졸고 있는 것을 보았음.
전에도 말했다시피 우리 학교는 의대가 유명하고, 또 그걸 알고 학교는 의과대학을 전적으로 밈.
의사라 당연하겠지만 그들은 취업도 잘됨.
그리하여 울 학교 의대생들끼리는 꽤 경쟁이 치열함.
물론 1학년 의예과는 본과에 비하면 빡세지 않지만 그래도 의대라는 아우라가 있지 않음?
학교에 따라 개강 전 전공 진도를 빼놓기도 해서 미리 와서 수업을 받기도 함.
그래서 신입생 몇몇은 오티가 끝나자마자 기숙사에 입주해서 공부를 시작하는 애들이 있음.
그 4층의 남학생은 그런 애들 중 하나였음.
관리아저씨들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음.
왜냐면 그 남학생이 얼마 버티지 못했는지 결국 3일째 부터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임.
집에 돌아갔나 봄.
그리고 본격적으로 학생들의 입주러시가 시작되던 개강 4일 전,
구관 남자기숙사에서 시신이 발견됨.
시신은 4층 오른쪽 끝에서 두번째 방에서 발견되었으며, 벽에 기대 앉아 있는 상태였음.
우리학교 기숙사 방 구조는 출입문과 창문이 마주보고 있음.
그 창문 앞에는 빨랫줄이 걸려 있었는데
시신은 그 빨래줄에 목이 졸린 상태였음.
대충 예상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신은 관리아저씨들이 보았던 그 남학생이었음.
남학생의 사망 추정 시간은 발견되는 날로부터 5-6일 전.
여러분, 감이 오지 않음?
그니까 아저씨들이 그 남학생을 목격했던 두번째 날에 이미 남학생은 사망한 상태였음.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 남학생은 의대 신입생이었음.
그 남학생은 의대 오티를 참석했다가 처음 먹는 술에 큰 실수를 함.
확실하진 않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으로는 술을 먹고 선배들에게 욕을 했다고 함.
그 남학생은 선배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받았음. 학교 생활 하기 힘들 거라고.
그런 모습을 동기들이 봤는데 신입생들에게 선배들의 존재란 엄청나지 않음?
그래서 동기들도 그 남학생을 외면함.
오티 둘쨋날부터 그 남학생은 철저히 혼자였음.
남학생은 그게 심적으로 너무 부담이 컸었나 봄.
나 같으면 에라 때려치자 했겠지만, 의대생들이 설 수 있는 바닥이 좁아서 그런 일이 있었던 학생은 다른 학교 의대를 가도 금방 소문이 퍼진다 함.
그게 너무 부담스러웠던 그 남학생은 결국 아무도 없는 학교 기숙사에 혼자 입주해 방 빨래줄에 목을 매달았던 것임.
하지만 그 남학생은 계속 방치되었고
관리 아저씨들이 보았던 그 남학생의 졸고 있었던 모습은 목이 매달려 있었던 남학생의 시신이었음.
시간이 지나고 체중을 이기지 못한 빨래줄이 끊어지면서 그대로 시신이 주저앉은 것임.
이 사건을 계기로 일주일 동안이나 남학생의 주검을 발견하지 못한 책임으로 기숙사에 점호가 생김.
점호는 기숙사에 딱 한명이라도 입주한 학생이 있으면 실시됨.
또한 주말에는 더 철저한 점호가 이루어짐.
왜냐면 주말에는 많은 학생들이 집에 가니까 방에 혼자 남는 학생들이 생기기 때문임.
님들, 이 얘기 뭔가 비슷하지 않음?
그러함. 춤추는 여자 괴담과 비슷함.
나도 대학 졸업할 때 쯤 춤추는 여자 괴담을 듣고 나서 어 비슷한데? 했었음.
그 괴담도 실은 진짜 있었던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봄.
물론 남학생 이야기는 일백프로 진짜임.
왜냐하면 우리 학교는 그 학생을 위해서 위령제도 지냈었음. 나 대학 2학년 때.
하지만, 우리 학교의 그 남학생 이야기가 춤추는 여자 괴담과 완전히 다른 부분이 있음.
그 학생이 발견된 4층 12호방은 그 학생이 죽고 난 후 잠시 비어 있었다가 몇 달 후 추가 입주생들을 받으면서 정원이 채워짐.
그리고 그 방의 침대 매트리스 사이
침대 서랍장
라디에이터 사이
책상 서랍장 윗부분에서 포스트 잇이 발견됨.
그 남학생이 죽기 전 그 괴로웠던 심경을 포스트 잇에 써서 여기 저기 숨겨놨던 것임.
그리고 그 방은 나 졸업할 때까지도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음.
아, 그 방은 폐쇄되었다가 나 대학 2학년 때 개방되었음.
그리고 또 일이 시작됨.
#. 잠꼬대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기숙사가 있었음.
하지만 우리 엄마는 맹자정신이 투철함.
내가 학교를 어디로 가든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심.
아... 사실 내가 학창 시절을 지냈던 곳은 이사를 안가도 다 가까운 거리긴 한데 우리 엄마는 학교와 집 도보 10분 이내를 좋아하심.
그 덕분에 울 아빠와 내 남동생이 고생을 했지.ㅜㅜ
이런 내가, 밖에선 잠도 자 본적 없는 내가
대학 입학 후 처음 낯선 곳에서 자니 얼마나 당황스러웠겠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낯선 천장이 보인다는 것은 정말 말로 할 수 없는 서러움이었음.
하지만 난 복이 있는가 같은 방 언니들이 뭐 어디 집 떠난 여동생 돌아온 마냥 환영해 준 덕분에 며칠 만에 금방 적응을 했음.
자, 여자들이 모여있고 적응기 며칠도 지났으니 당연히 야식타임이 시작되는 거 아님?
우리는 보쌈을 시작으로 그 장대한 야식 타임의 첫 발을 내딛음.
우리 기숙사 방에는 하나씩 작은 테이블이 있음.
소소한 모임을 가지라는 의미였겠지만 여자들만 있는 방에 테이블이 있다는 것은 야식을 맘껏 먹으라는 것 아니겠음?
그래서 매일 같이 야식을 먹음.
나중에는 근처의 족발 보쌈 치킨집 아저씨들이 우리 이름을 다 외우고
전화만 하면 바로
"네 ~ 갑니다" 함.
우리가 뭘 시킬지 어디 사는지 아는 것임.
뭔가 야식을 먹을 타임이 됐는데 우리가 안 시킨다 싶으면
"00씨들 야식 안 먹나요~" 전화하심.
우리는 백화점에서 한 번 해보지 못했던 야식집 VVIP가 됐음.
날씨가 슬슬 무더워지는 5월 말 밤. (여러분들 타임워프가 너무 심함?)
밖에 부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좀 꼈음.
우리는 요런 날 막걸리를 먹어야 된다며 맏언니에게 이것저것 사갈게요~ 함.
그 때 다이어트 중이던 우리의 맏언니는
"너무 많이 사오진 말고 녹두전이랑 감자전 2장씩만 사와, 술은 빼고"
라며 우리에게 지령을 내림.
기숙사의 최고 막둥이인 나와 2인자 막둥이가 부슬비를 맞으며 전을 사옴.
2인자 막둥이가 자꾸 마트에 가서 이슬이를 사오려고 해서 말리느라 혼났음.
2인자 막둥이는 전에는 막걸리라는 진리를 모르는가 봄.
방에 돌아왔는데 방이 너무 추웠음.
불은 다 켜져 있는데 맏언니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죽은 듯 누워 있었음.
우리는 또 쫄았음. 맏언니가 주무시니까~
살금살금 들어가는데 갑자기 맏언니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더니
"아 씨 추워서 죽을뻔 했네" 함.
방에 에어컨이 틀어져 있고 에어컨 그 통풍구라고 함? 여튼 에어컨 바람 나오는 부분에 물이 담긴 대야가 있었음.
와 이언니 역시 맏언니다.
그 대야 안에 막걸리가 들어 있었음.
미식가인 우리 맏언니 막걸리 좀 차게 먹어 보겠다며 그 추위를 감내하신 것임.
심지어 이 언니는 막걸리를 보유하고 있었나 봄. 소믈리에임.
점호가 끝나고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함.
와 그 감자전과 막걸리의 조합은 뭐 어쩌라는 건지
정말 우리 조상님께 감사드리고 싶음.
근데 막걸리가 앉은뱅이 술이라는 말도 있지 않음?
우리는 취했음.
2인자 막둥이는 뭐 거의 정신을 놨음.
힘을 합쳐서 침대에 눕히고 우리도 잠을 청함.
한밤 중이었음.
갑자기 누가 내 몸을 막 더듬음.
나는 소름이 오싹 끼쳐서 아 어떡하지 자는 척 해야되나 오만 고민을 했음.
이건 분명히 그거다, 그 관심법 갖고 있는 저승사자 이야기
"쟤 안 자고 있어"
그거다 싶었음.
근데 내 귀에 누가 속삭임.
"자는 척 하지 마"
맏언니 목소리였음.
맏언니는 싱글 침대에 굳이 몸을 우겨넣으며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옴.
와 이언니 왜이래 와 주사 쩌네
그 생각 하고 있을 때 쯤 맏언니가
"조용히 하고 잘 들어봐" 랬음.
어머 지금 쓰다보니 난 졸업하고 몇년 사이에 음란마귀가 씌였는가
뭔가 글이 민망함.
하지만 순수했던 그 때 난 진짜 쫄았음.
언니가 내 팔을 잡고 있었는데 손이 너무 차가웠음.
그리고 숨죽이고 있었는데 뭔가 소리가 들림.
" 빨간~ 우산"
아 이건 동영상을 첨부해야 하는데
글로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함.
저 말은 톤과 목소리가 중요함.
어떤 여자가 속삭이듯이 음을 타며
"빨간~ 우산"
이 말을 반복하고 있었음.
맏언니가
"몇 시간 전부터 계속 저 소리를 내. 무서워 죽겠어" 라며 호소함.
나는
"어디서 나는 소리에요?" 속삭임.
언니는
"우리 뒤"
라고 말함.
난 어떡하냐고 또 발광을 함.
뭐 이래 저래 생각을 해 볼수도 있었겠지만 난 그냥 생각 회로가 엉켰음.
그냥 오로지 육감에만 의지하게 됨.
언니가
"어떡하지? 방에 불을 켜야 될 거 같은데 못 켜겠어" 라고 함.
뭐 이런 귀신도 때려잡는 언니가 다있나 싶어서 의지가 됨.
난 그냥 "언니 우리 자는 척 해요" 라고 함.
언니는 한사코 불을 켜야 된다고 함.
"지금 우리 바로 뒤에 00이가 있어"
00이 = 2인자 막둥이임.
이게 무슨 상황임?
2인자 막둥이라니 어리둥절했음.
난 무의식 중에 뒤를 돌아봤음.
2인자 막둥이가
내 침대 앞에 바짝 붙어서
우리를 보며 " 빨간 ~우산"
이 말을 반복하고 있었음.
난 너무 놀라서 소리를 기어가듯이 냈고 (너무 놀라니 목소리가 안 나옴.)
그때 갑자기 언니가 침대에서 튀어나가 불을 켬.
그리고 2인자 막둥이 등짝을 막 후려침.
2인자 막둥이는 갑자기 고개를 쳐들더니 막 울기 시작함.
난 이게 뭐가 어떻게 된 건가 당장이라도 맏언니랑 얘기하고 싶었지만
맏언니는 나보다 몇년 더 산 포스로 "날 샐 때까지 기다려" 함.
그럼 날 샐때까지 기다려야지.
날 새고 맏언니가 2인자 막둥이에게
"너 이 xxx 다신 술 xxx마라" 면서
욕쟁이 할머니도 울고 갈 욕을 하사하심.
나는 처음 본 모습이었는데
맏언니는 이런 일을 두 번째 겪었던 것이라 함.
우리가 방에서 처음 술을 먹었던 적이 있었음.
난 잘 때 누가 업어가도 모름.
머리만 붙이면 이건 뭐 바로 딥슬립임.
하지만 잠귀가 밝은 우리 맏언니는 그 날 잠을 뒤척이고 있었음.
그 때 갑자기 방 통로 쪽에서 누가 돌아다니는 소리가 났음.
언니는 무심결에 눈을 떴는데
2인자 막둥이가 내 침대에 매달려 나를 계속 보고 있었다 함.
언니는 "00아 안자고 뭐해" 랬는데
갑자기 2인자 막둥이가 몸을 돌리더니 방 안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함.
언니는 무서워졌고 그냥 자는 척을 했음.
그러다 날이 샜는데 2인자 막둥이가 다시 조용히 자기 침대로 돌아가서 잠을 청하는 걸 봄.
다음 날 언니는 2인자 막둥이에게 어제 기억 안 나냐고 물었지만
2인자 막둥이는 "언니 혹시 제가 언니에게 쌍욕했나요" 라며 갑자기 지 못된 주사를 불었음.
그리고 또 이번 일이 일어난 것임.
한밤중이 되자 또 2인자 막둥이가 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음.
근데 2인자 막둥이가 이번엔 돌아다니다 말고 한 사람씩 침대 맡에 매달려서
" 빨간~우산"
언니는 그 때는 정말 극도로 무서웠다 함.
그래서 2인자 막둥이가 몸을 일으켜서 내 침대 쪽으로 오기 시작할 때 부리나케 달려와 내 침대 속으로 들어왔던 것임.
그니까 우리가 둘이서 계속 들었던 소리는 2인자 막둥이가 내 침대 난간에 매달려서
"빨간~ 우산"을 반복했던 것임.
2인자 막둥이는 그 이야기를 듣고 엉엉 울었음.
"나 또 하나의 주사를 가지게 된 건가요" 랬음.
몽유병이가 싶었는데 또 평상시에는 엄청 잘잠.
그래서 우리끼리 주사로 확정지음.
맏언니는 티는 안 내지만 뭔가 그 일로 맺혔나 봄.
2인자 막둥이가 술만 먹고 들어오면 잠을 안 재움.
그리고 2인자 막둥이 생일날
맏언니는 2인자 막둥이한테 초록 우산을 선물함.
와 우리보다 몇 년 더 산 세월만큼 이 언니는 뒤끝 내공도 엄청났던 것임.
#. 신발끈 묶는 꿈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시원한 날이었음.
전날 일기예보를 보고 비가 온다는 걸 안 울방 언니는
"내일은 치킨에 족발 어때"라며 운을 띄웠음.
당연히 우린 야식 앞에선 항상 콜임.
하필 디데이에 기숙사 저녁밥이 소가 먹어야 할 밥상이라서 우리는 가볍게 저녁을 패스하고 기숙사 방에 모임.
치킨에 족발이라니 참 환상의 조합 아니겠음?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우린 족발을 뜯고 정말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었음.
언니가 "야 날씨 딱인데 우리 오늘 무서운 얘기 한 판 어때?" 라 했고, 난 콜을 외쳤음.
돌아가면서 한 가지씩 무서운 일을 말하는 거였는데, 내가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 나머지 사람들이 콧방귀를 뀌었음.
울방 언니가 얘기하자 우즈가 버릇없이 콧방귀를 뀌었음.
저 기지배는 도대체 무당도 아니고 뭔 사연을 갖고 있길래 코로 방귀를 뀌나 궁금하던 차
우즈가 "자 그럼 제 얘기를 좀 할까요~" 라며 허세를 떰.
우즈의 콧방귀에 울방 언니는 "안 무서우면 넌 야식 없어" 라고 했고
우즈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음.
지 말에 따르면 지는 예지몽을 잘 꾸고, 평범한 꿈을 꿀 때는 그 꿈이 연속된다던데
지가 지 꿈에 이름도 붙였음.
첫번째 연속되는 꿈이 '신발끈 묶는 꿈' 임.
난 이때까지 우즈의 능력을 몰랐던지라 "흥"이라며 콧방귀를 꼈음.
우즈는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꿈을 꿨음.
우즈는 아파트에 살고 있고, 13층에 살고 있는데
꿈 속에서 우즈는 야자가 끝나고 자기 집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음.
우즈는 바닥을 내려다보다 자기 운동화끈이 풀려 있는 것을 봄.
끈을 묶는데 엘리베이터에서 '팅' 소리가 나 위를 올려다보니
엘리베이터가 15층에서 내려오고 있는 게 보였음.
우즈는 거기서 잠이 깸.
다음날 이 꿈은 이어짐.
상황은 똑같았음. 엘리베이터 앞에서 또다시 신발끈이 풀어진 걸 본 우즈는 허리를 숙여 신발끈을 맸고, 엘리베이터에서 소리가 남.
위를 쳐다봤는데 엘리베이터는 14층에서 내려오고 있었음.
이 꿈은 열흘간 이어졌고,
엘리베이터는 처음엔 15층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가 14층, 13층 그리고 마지막 열흘 째는 6층에서 내려오고 있었음.
그 다음날 우즈는 같은 꿈을 꿨는데, 깨고 나서 우즈는 묘한 느낌을 받음.
꿈에서 뭔가 바뀌었음.
그 날 꿈에서, 우즈가 신발끈을 묶고 있는 건 똑같았음.
근데 원래는 엘리베이터가 5층에서 내려오고 있는 걸 보면서 끝나야 되는데,
우즈는 그 날 엘리베이터가 5층에서 내려오는 걸 확인할 수 없었음.
정확히 말하면 엘리베이터가 5층에 멈춰서 내려오지 않았음.
우즈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 5층 표시에 불이 들어왔다가 다시 꺼졌음.
우즈는 멍하게 엘리베이터를 쳐다보다가 잠에서 깼다 함.
그리고 며칠은 이 꿈을 꾸지 않아서 우즈는 개꿈이었구나 안도함.
이 말을 하면서 우즈가
"그 땐 제가 너무 겸손했어요. 제 자신을 과소평가한 거죠" 라 해서 뜯던 닭다리를 언니한테 뺏겼던 기억이 남.
그 후 우즈는 다시 꿈을 꿨음.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고, 운동화 끈이 풀려서 끈을 묶었음.
엘리베이터는 여전히 5층에 멈춰서 내려오질 않았음.
아파트 로비 (엘리베이터가 있는 넓은 공간) 에 우즈 혼자 서 있었는데
갑자기 계단에서 살과 바닥이 부딛치는 소리가 남.
우즈는 계단쪽으로 가 올려다봤고
계단 등이 3층에 켜지는 걸 확인함.
여기서 또 잠이 깸.
잠에서 깨고 나서 우즈는 무서운 사실을 알았는데,
자기 꿈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과
꿈 속에서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15층에서 하루에 한 층씩 내려오다가
5층부터는 계단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것임.
우즈가 며칠 꿈을 안 꿀 때
꿈속의 그 사람은 5층과 4층을 내려오고 있었던 것임.
우즈는 이 꿈을 부모님께 말씀드렸지만
우즈 부모님은 교사였고, 고등학생이라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라며 가볍게 넘김.
우즈는 부모님도 고등학교 교사라 너무 바빠서 사실 신경쓸 틈도 없었을 거라 말했음.
우즈가 이 이어지는 꿈의 마지막을 꾼 날 밤이었음.
우즈는 꿈 속에서 여전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고 여전히 신발끈을 묶고 있었음.
계단의 발소리는 더 커졌고 등 뒤에서 계단 비상등이 켜지는 게 느껴졌다 함.
우즈는 꿈 속에서도 너무 무서워서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고 함.
그런데 그 때였음.
갑자기 엘리베이터에 불이 들어오더니 무서운 속도로 1층으로 내려왔음.
우즈는 안도하며 엘리베이터에 뛰어들었는데
엘리베이터 안에는 우즈의 할아버지가 계셨음.
우즈가 할아버지한테 "할아버지 계단에서 누가 내려와" 라고 했고
할아버지는 괜찮다는 미소를 지으며 우즈의 머리를 쓰다듬었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계단에서 어떤 남자가
기어내려왔음.
우즈가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고 한 것이
그 남자가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으며 기어서 그랬던 것임.
물론 그 남자는 우즈가 처음 보는 남자였고
우즈는 할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음.
우즈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들어가려 했는데, 할아버지는 한사코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셨음.
우즈는 "할아버지 왜 안 들어와" 라 했는데
할아버지는 갑자기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우즈 등을 떠밀고 현관문을 닫아 버렸음.
현관문에 달린 렌즈를 통해 밖을 보니 할아버지가 현관문을 바라보고 서 계셨음.
거기서 우즈는 잠이 깼고 밤새 울었음.
우즈의 할아버지는 우즈가 초등학생 때 돌아가셨음.
다음날 우즈는 아빠한테 이 이야기를 했고
아빠는 "할아버지 한 번 뵈러 가야겠구나" 라 말했음.
그리고 그 날 밤 아빠는 할아버지 사진을 안고 계속 우셨다 함.
할아버지는 우즈와 같이 살다 돌아가셨고 꿈 속에서 우즈를 지키려 노력하셨던 것임.
하지만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기에 집으로는 들어오지 못하시고 현관문 밖에 서 계셨던 것임.
아빠는 우즈한테 "할아버지가 우리00이 무섭지 말라고 현관문 밖에 계시나 보다" 라고 했고
우즈네 가족은 주말에 할아버지 묘를 찾았음.
우즈는 "날이 추우니까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와요" 라 했다 함.
비록 꿈속에서 그 기어다니는 남자는 뭐 하는 놈인지 알 순 없었음.
하지만 우즈는 그 남자는 분명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고 했던 거고,
그 남자로부터 할아버지가 자기를 지켰다고 생각한다 함.
우즈는 그 후로도 연속되는 꿈을 여러 번 꿨고 그 연속되는 꿈이 예지몽으로 이어지기도 했음.
내가 무섭지 않냐고 물어봤는데 우즈는 가끔 꿈이 무섭다고 했음.
근데도 우즈는 그 신발끈 묶는 꿈에서는 할아버지를 봤기 때문에 좋았다고 했음.
우즈는 사실 그런 꿈 몇번이고 꿔도 좋으니 할아버지가 한 번이라도 더 꿈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