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데리고 친가에 놀러갔을 때 일어난 일이다.
평소 온화한 어머니, 밝은 성격의 아버지, 아직 두 분과 같이 살고 있는 여동생까지 온 가족이 모여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머니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래! 그러고보니 아이들 보기 좋은 책을 찾아냈단다.]
그러더니 웃는 얼굴로 서랍을 열고, 아랫쪽을 찾기 위해 앉았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움직이질 않는 것이었다.
뭔가를 찾고 있는 느낌도 아니었다.
아들이 [할머니, 왜 그래?] 라고 가볍게 어깨를 건드리자, 어머니의 몸은 그대로 조용히 바닥에 넘어졌다.
이야기하고 있을 때 지은 미소 그대로,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
손에는 일찌기 내가 어머니에게 선물 받아 소중히 여겼던 그림책을 들고서.
너무나 갑작스러운 죽음에, 어안이벙벙한채 해부가 이뤄지고, 그대로 장례식까지 치뤘다.
사인도 잘 알 수 없지만 일단 심부전 때문이라는 듯 했다.
둘째 아이한테는 그 일 자체가 상당히 두려운 일이었는지, 그 후 내게서 떨어지려 하질 않는다.
말 그대로, 씻을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잘 때도 함께다.
더욱 두려운 건, 내가 이런 광경을 본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적, 이모할머니가 외출하려 현관에 앉아 구두를 신던 도중 죽은 일이 있던 것이다.
[칼피스, 무슨 맛이 먹고 싶니?] 라는 게 이모할머니의 마지막 말이었다.
여동생은 아직 태어나기 전이었으니, 이 사건을 알고 있는 건 나 뿐이다.
할머니는 어머니가 어릴 적에 죽었기에, 어머니는 이모할머니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혹시 할머니도 이 원인불명의 돌연사로 세상을 떠난 건 아니었을까.
최근 들어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 탓에, 아이를 위로하는 와중에 나 역시도 공포로 떨고 있다.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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