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생각해왔던 주제인데, 오유에서만이라도 이야기를 꺼내보고 싶어서 적어봅니다.
과학이라는 이름의 종교..
말만 꺼내도 과학하는 사람들은 등골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을만한 기분나쁜 말일거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과학적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사실 연역적 방법에 의해서 나온 결과물이 아닙니다.
연역적 과정이 포함되어 있지만 과학이라는 것은 결국 귀납적 추론에 의해 나온 결과물입니다.
과학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보편화된 연구방법은 '가설연역법'입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만약 어떤 행성에 대기가 없다면, 그 행성에서는 모든 물체가 질량에 관계없이 같은 속도로 낙하할 것이다."
이런 가설처럼 '만약 ~하다면, ~할 것이다.'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추론이 가설연역법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이됩니다.
저 가설이 성립되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역이나 이가 아닌 대우를 취해서 성립을 시켜야만 한다는 겁니다.
대우를 취해보면
"어떤 행성에서는 질량에 따라 물체가 다른 속도로 낙하한다. 그러므로 그 행성에는 대기가 있을 것이다."
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제 이게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기가 있는 수많은 행성들을 찾아가서 낙하운동을 실험해보는 것이 답입니다. 물론 우리는 근사한 실험을 통해서 이 가설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추론할 수는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용되는 것이 귀납추론입니다.
귀납적인 결과는 언젠가 반증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증될 수 밖에 없는 과학을 수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왜 과학이 이렇게 반증될 수 있는 바닥에 뿌리는 두고 있는 것일까요.
이렇게 생각을 해 봅시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로켓을 발사하는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리한 로켓발사다, 라고 사람들은 판단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 세웠고,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발사에 실패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원인을 찾기 시작합니다.
수학자들이 모여서 연산을 하고, 과학자들은 여러가지 환경적 요소들을 고려해보고, 기술자들은 기계적인 결함이나 한계가 없었는지 체크를 합니다. 그 노력들은 모두 '나로우주센터에서 로켓을 발사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하지만 우리중 누구도 나로우주센터가 최적의 장소라는것을 확인한 적은 없습니다. 그럴것이다, 라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수준이었죠.
이와 같은 일이 과학에서도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과학사적 관점에서 보면 이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원자의 표준모형도, 그리고 끈이론이나 M이론도 확신할 수 있는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검증된 사실들이 우리에게 '이건 진실이야'라고 외치고 있지만 우리가 한 일은 '원자의 특성이라고 가정된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그 원자를 검출해내는 기계를 제작'했을 뿐입니다.
좋은 바탕에 잘 뿌리를 내려서 지금까지 잘 발전시켜온 것이라면 우리가 볼 수 있는 줄기만 끈질기게 연구해도 언젠가는 그 뿌리도 찾을 수 있는 것이지만, 어쩌면 잘못된 바탕에 뿌리를 내리는 바람에 헛고생을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LHC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면 접할수록 이런 생각은 깊어져만갑니다..)
중간정리를 한번 하겠습니다.
1. 적어도 현재의 과학은 객관화시킬 수 없는 바탕 위에 이론을 세웠다.
2. 그로부터 도출된 사실을 현재 과학으로 통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종교는 어떻습니까.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만약 우리가 믿는 그 신이 전지전능하다면~"
"만약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이 진실이라면~"
이라는 가설로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객관성은 낮지만 그걸 바탕으로 추론해낸 결과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네들의 이야기들대로라면 그 결과물이 현실로 나타난다고 하더군요.(저는 경험하지 못했고, 그들은 경험했다고 하니 종교적 사실에 대한 자료는 그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들의 말이 신빙성이 없기는 하나 그들에 의해 경험된 사실을 근거없이 부정할순 없다고 봅니다. 저는 아무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으니, 그들의 의견에 반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종교와 과학의 공통점 하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3. 종교도 객관화시킬 수 없는 바탕 위에 이론을 세우고,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고 있다.
이쯤되면 말장난을 해도 된다고 봅니다.
"너는 신이 있다고 어떻게 확신하냐?"
"너는 과학이라는 종교를 믿고 있지? 근데 쿼크라는게 실존한다는 증거에 객관성이 얼마나 되냐?"
티격태격 싸울 수 있습니다.(물론 종교측에서 수준있는 과학을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서요. 저는 지금까지 종교에 대해 이해가 깊은 과학자는 봤습니다만, 과학에 대한 이해가 깊은 종교인은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둘을 동시에 하더라도 가설에 대한 추론과정에서 사고의 바탕이 어디에 근본을 두고 있느냐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론을 향해 달려봅시다.
대체 무엇이 과학을 과학이라고 부르게 만들었느냐, 라는 겁니다.
과학은 종교가 아닙니다.
과학은 세상에서 누구보다 겸손합니다.
제 아무리 권위있는 과학이론이 수백년, 수천년을 이어왔다고 해도 갓 태어난 꼬맹이 과학에게 왕좌를 넘겨줄 수 있는 것이 과학입니다.
모두가 '아니오'를 외칠때 오직 단 한명만이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과학입니다.(그래왔고, 그러하며, 그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힘은 바로 '자연'에게서 나옵니다.
과학은 우주를 탐구합니다.
이 우주를 이루고 있는 구성물질, 그리고 우주를 지배하는 힘과 에너지, 그들이 만들어낸 생명..
종교는 그 종교를 믿는 집단을 포괄합니다. 정치는 영토와 국민과 주권을 포괄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다수에 의한 의사결정이 가능합니다. 다수가 곧 그들의 정체성입니다.
하지만 과학은 우주를 포괄합니다.
인간이 제 아무리 다수가 뭉쳐이야기를 한들, 이 우주를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과학이 가진 검의 이름은 '논리'입니다.
신도 아니고, 대통령도 아닙니다.
이것은 믿고 안믿고의 범위가 아닙니다. 내 생각을 대변하냐, 대변하지 못하냐가 아닙니다.
사실이냐, 거짓이냐일 뿐입니다.
사실이면 사실로 인정하고, 거짓이면 거짓으로 인정합니다.
4. 과학은 세상 누구보다도 많고, 어떤 것보다도 넓은 곳으로부터 그 객관성을 검증받습니다.
5. 그리고 항상 매 순간 내 눈 앞의 사실에 대해 정직합니다.
누군가가 물어볼 수 있습니다.
"너는 니가 공부하는 그것이 100%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냐?"
아니라고 대답할겁니다.
"그러면서 너는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냐?"
100%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을 거라 대답할겁니다.
또한 저는 그들에게 물어볼겁니다.
"너는 신이 있다는 것을 100% 사실이라고 확신하냐?"
그들은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네가 종교인이다."
객관화시킬 수 없는 바탕에 뿌리를 두고, 자기 자신이 위험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그리고 그 객관적이지도 않고 위험한 뿌리위에 상아탑을 쌓아올리는 우리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거짓임이 판명되면 얼른 우리의 믿음을 그쪽으로 바꿔치기 해 버리는 배신의 종자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종교인입니다.
바로 과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종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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