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은 친가 쪽엔 아버지 형제가 한 분 밖에 없는데 반해, 외가 쪽엔 형제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뭐 옛날이야 다 그랬겠지만..
암튼 제가 태어나기 전에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그에 관한 얘기를 써볼까 해요.
경상남도 거창이라는 곳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살고 계셨습니다.
(거창에서 더 들어가서 산속에 있는 작은 마을에)
누나랑 저랑 4살 차이가 나는데, 누나는 외할아버지를 뵌 적이 있으나 전 없죠.. (사진으로만..)
그러던 어느 날 외할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떠나셨어요.
질병 같은 이유가 아니라 잠시 어딘가 다녀오는 거처럼 곱게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가족들과 외할머니께선 상심이 크셨고 서로 위로하며 아픈 마음을 달래셨다고 해요..
외할머니께선 여전히 밭일을 하러 다니셨고, 항상 외할아버지와 함께 같이 다니던 밭길을 홀로 다니시게 되어 슬프셨나 봐요..
항상 저녁이 되면 대청마루에 나오셔서 먼산을 바라보고 하늘을 바라보셨대요..
그런데.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얼마 안 지난 어느 날, 집안에 큰 개 한마리가 불쑥 들어왔다고 합니다.
외할머니는 그 개의 주인을 찾아주려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셨지만, (동네라고 해봤자 몇 집 안 돼요.)
아무도 그 개에 대해 몰라 주인을 못 찾고, 외할머니 역시 동네에서 처음 보는 개였다고 해요.
차를 타고 들어와도 한참을 와야 하는 산속에 있는 마을인데, 주인도 없고 목줄도 없는 개가 온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셨다 합니다.
게다가 개는 산길을 헤치고 온 것 같은 모습이 아닌 정말 깨끗하고 맑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고, 지친 기색도 없었대요.
그래서 외할머니는 이 개랑 같이 밭일하러도 다니시고 산책도 같이 다니고 대화도 하셨다는데요.
밭일을 할 때는 개가 땡볕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었고,
산책을 할 때는 먼저가지도 뒤따라오지도 않고 같은 걸음으로 나란히 같이 갔다고 해요.
마치 원래 늘 같이 걷던 길인냥......
외할머니는 잠을 주무시다가 물 한잔 마실겸 밖을 나오면 개가 잠을 안 자고 할머니 방안만 계속 주시하고 있었고 눈가엔 항상 눈물이 고여있었대요......
그렇게 한참을 개와 함께 지내셨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막내삼촌이 할머니를 모시고 싶다고 했고,
할머니는 긴 고민 끝에 승낙을 하시어 경주로 올라가기로 결심을 하셨다고 합니다.
근데 참 이상한 게, 그 같이 살자는 요청에 승낙을 하시고 일주일 뒤쯤 삼촌이 오셨다는데요.
중요한 건,
삼촌이 오기 전 날에 어찌 알았는지 개가 사라졌대요................
정이 들대로 들었고 뭔가 마음속으로 외할아버지의 느낌을 받은 외할머니는 온 동네를 다 뒤지고 찾으셨지만 그 개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사진 투척.
어릴 때 저에요 ㅋㅋㅋㅋㅋㅋ ....
주인공인 개가 저 개인데 저 상꼬맹이 시절 때 외할머니집에 놀러가서 상당히 괴롭혔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도 짖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고 절 처음 보던 때는 오히려 저에게 다가와 머리를 부볐다고 합니다..
막 올라탄 상태에서 집 마당을 돌아다니고 같이 상추 뜯고 놀던 기억이 나요..
(저 목줄은 애기들 있으니 혹시 위험할지도 모른다 하여 큰삼촌이 채워놓으신 거래요. 원랜 안 채웠다고 합니다.)
이거슨 나으 누나와 함께.jpg ㅋㅋㅋㅋ
저 때가 아마 누나와 제가 저 개를 처음 본 날일 거예요.
긴장하고 있는 저 모습을 보라...
아무튼 외할머니께서 삼촌이랑 같이 살기로 결정했을 때 사라진 건 외할머니가 가족들과 함께 살기를 바라 그런 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