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올라가는 사람입니다.
제목은 저렇게 적어놨어도 큰 고민거리는 아닙니다. 고민이라기 보다는 그냥 사춘기 청소년의 푸념 같은... 요즘 '나'라는 윤곽이 만들어지는 게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그 도중에 좋지 않다고 생각되는 성향이 있어서 오유에 계신 분들께 지나가는 한마디 조언 들어보려고 글을 씁니다. 저와 생각이 비슷하신 분도 보고 싶구요. 학교 상담실에 찾아가보기도 했는데 별 도움이 안돼서 오유에 왔습니다.
어려서부터 자주 이사를 다녀서인지 성격이 내성적으로 변하더군요.
중1때부터 한 곳에서 정착하면서 살기 시작했는데, 그때도 친구 사귀는 법을 모르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친분이 있는 사람 정도? 알게 된 계기라는 것도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아서. 옆자리여서. 이런 식이 대부분이었죠.
뭐 여기까지는 흔히들 있는 케이스지마는..(그렇다고 제가 특이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의 주변에는 저와 비슷한 사람이 없어서요.)
주로 혼자 있다보니 혼자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는 능력이 길러지더라구요. 음.. 생각보다는 고민이랄까.
그러다가 고2가 되어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너무 많아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빨리 철들었다고 볼 수도 있..을까요? 또래들을 보면 개념이 없어서 이쪽에서 거부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주 친한 친구가 3명정도 밖에 없네요.
게다가 어떤 것에 대해 '확실한' 정의를 내리면 머릿속에 각인이 됩니다.
이러이러해서 이것은 이러하다고 생각한다. 라고 내 (확실한)의견을 내면 그것이 머리속에서 굳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변화가 없어서, 머리속이 복잡하고 그래요.
다른 의견을 수렴해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고 교체하기도 해야 하는데 다른 의견의 오류를 찾아서 내 생각의 정당성을 증명하기부터 해요.
완벽주의적 성향이 조금 있는 걸까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이왕 시작한 일이라면 끝을 내고 봅니다. 가능하다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하구요.
물론 이런 점은 사회생활에 좋겠지만, 최근들어 나쁜점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소한 실수, 맘에 들지 않는 사소한 행동. 이런 것들이 신경에 거슬립니다.
예를 들자면.. 소리내면서 밥을 먹는다던가,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사소한 일들이 맘에 걸려서 말해주고싶다는 되뇌다가 참기도 하고 가끔은 말하기도 합니다.
다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그런다면 그땐 정신이 산만해지기도 합니다.
이성 문제?
이 나이면 보통 이성 문제로 고민하기도 하죠. 근데 저는 그러지 않아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남중-남고 코스라서 환상이 생겼는지, 여자 손도 못잡아봐서 아는 것도 없어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신한 건 주변 친구들이 말하고 행하는 그런 사랑은 절대 싫다는 겁니다.
나도 여자 있다 자랑하려고 사귀는 것 같아요.
제가 만약 고백 받으면 여자한테 꼭꼮ㄲ꼬꼬꼮꼮 백번이고 천번이고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왜?' 라는 말입니다.
'사랑에 이유따윈 필요 없어' 라고 답하는 사람은 필요 없고, 또박또박 말해주는 여성분이 저의 첫사랑이고 저는 그분과 결혼할 겁니다. 대답 못하는 사람하고 만나봤자 얼마 못가서 헤어질 게 뻔하거든요. 단순히 '호감이 간다'. 라는 것을 사랑으로 착각해서 같이 사귀다 보면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게되고, 결국 헤어지지 않습니까?
어른들 말씀이 이해가 갑니다. 어린것들이 무슨 사랑이냐. 백번 맞는 말이거든요. 애들 장난이거든요.
저는 사랑이란 걸 동물적 본능을 억제하다 보니 새롭게 생겨난 종족 번식의 '인간형 본능' 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짧으면 6개월, 길어봐야 30개월인데 그정도 시간이면 종족 번식에 충분하죠.
그렇다고 여자가 싫다는 것은 아니고.. 추측해 보건데,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사람을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 글쓰다가 택배인줄 알고 문열어줬더니 교회 사람들이 쳐들어 왔어요..
완벽한 무신론자로서 두시간동안 토론을 벌였더니 역시 남는 건 없네요.
방금 그분들이랑 토론하면서 또 하나 생각났어요.
따지길 좋아하고, 자존심이 센 걸까요? 지기 싫어합니다.
아까도 성경 구절을 읽어주시는데 밑줄쳐진, 읽어주는 그부분만 읽지 않고 앞 뒤 부분을 읽으면서 이게 설명해주는 부분이랑 맞는 말인가 생각하고.. 문과생인데 별 없는 지식 동원해서 이렇다고 설명하기도 하고.
결국 그냥 가셨어요.
학교 선생님들중 보면 말보단 손이 먼저 올라가는 선생님들 계시잖아요. 말도 안통하고.. 보통은 피해다니고 무서워하고.
그런 선생님하고 시비가 붙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전혀 잘못한 게 없었거든요. 제가 이러이러 하니까 나는 잘못이 없다 하면서 계속 따지고 드니까 선생님이 결국 몽둥이를 드시더군요.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저를 때리면 저도 때리겠습니다. 라구요.
내가 몇 번을 거듭 검토해도 확실하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밀고 갑니다. 가끔은 내가 여자라면 머리카락을 3cm로 자르고 학생과 선생의 토론장에 들어가서 '제 단정한 머리 보시니 어떠십니까' 라고 외치고 싶기도 합니다.
세상 다 버리고 세계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무일푼이면 더욱 좋구요. 하지만 모험은 쉽지 않죠..
그래서 졸업하면 미친듯이 일해서 미친듯이 돈벌고 미친듯이 전공 공부하고 배고픈 유학생활도 해보고 그동안 모은 돈 지구본 돌리면서 쓰려구요. 세계여행의 로망을 아는 사람이 의외로 없더군요 크크.
http://kin.naver.com/db/detail.php?d1id=6&dir_id=61502&eid=YPfdpRu8a6heFc9NaIvDXbrXA/dyoSOl&qb=wfjBpMfRIL7Gv/S758DMtPU= 우연히 본 글인데 너무너무 공감이 가네요.
아 다쓰고 보니까 왜이리 민망하지..
익명을 무기로 나 이런 사람이오 떠벌려 논 것 같아서 한심하고 철없어 보여요.
최근 '너 사회생활 하려면 힘들겠다' 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약간 걱정이 돼가지고, 주저리 주저리 썼어요.
그냥 이런 사람 있다고만 생각하세요.
어찌 보니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내가 나에게 쓴 글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털어놓으니 조금 가볍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