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있는 곳에 복돌있나니.
빛이 있으면 언제나 어둠이 존재하 듯
게임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복돌의 그림자가 존재해왔습니다.
우리는 빛의 역사인 게임 개발의 역사는 상당히 자주 접했지만.
어둠의 역사인 복돌을 주로 다루시는 분은 없었죠.
그런 뜻에서, 많은 사람이 모를 어둠의 역사도 기억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기획.
복돌의 역사 2부. 복팩 시작하겠습니다.
사실 복팩을 다루기엔 너무나 내용이 짧으니까, 지난번의 합팩 부분 보충과 다른 것도 살짝 건드리겠습니다.
우선. 지난 번에 어떤 분이 "오락실 기판은 3개 꼽는 게 존재하는 것을 합팩으로 잘못 아신 것 같네요"라고 하신 분이 계시던데요.
다른 기판은 저도 모르겠는 데, MVS라는 기판에는 확실하게 합팩이 존재합니다.
MVS란, SNK가 제작한 오락실용 기판으로. 이것을 가정용으로 바꿔서 내놓은 것이 '네오지오'라는 게임기입니다. 에뮬레이터 중 네오레이지X란것이 바로 이 네오지오와 MVS의 에뮬레이터인데요.
MVS 또한 게임기 처럼 "팩을 바꿔끼우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MVS만의 특징은 아닙니다. CPS를 비롯한 다른 기판에서도 있음)
그래서 나온 물건이 MVS 합팩
제가 알고 있었던 팩은 이거구요. 진짜로 161개가 들어간건 아니고 킹오브 2004라는 2003개조롬이나 이런 식으로, 흔히 있는 "번호 울궈먹기"도 철저히 재현된 팩입니다.
주안역 맘모스 게임장에서도 이런 합팩오락기가 하나 가동하는 걸로 알고잇습니다-_-a
그리고 지난 번에 "다음에 보여드릴 게요"했던 GBA 합팩입니다.
DS에서 구동해본 합팩. 기존의 합팩과 큰 차이점은 없습니다.
게임은 슈퍼로봇대전 몇개와 쿠니오군+패미컴 게임이 들어있을 뿐.
아마 게임기에서는 게임보이 어드밴스용 합팩을 마지막으로 합팩은 명맥(?)이 끊겼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로 정품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적으로 "팩"을 이용하는 게임기는 휴대용 게임기만 남았기 때문에 합"팩"이란 것이 자연스레 사라진 것이고,
팩을 쓰는 휴대용 게임기 마저도, 메모리카드에 직접 게임을 넣는 "닥터"나, 펌웨어를 바꾸는 "커스텀 펌웨어"가 대세로 바뀌었을 뿐, 복돌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여하간에 시대의 흐름과는 맞지 않는, 합팩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합팩이 유행하던 시절. 그와 동시에 복팩도 존재했습니다.
복팩이란, 여러게임을 한 팩에 담은 "합팩"과는 달리
유명한 게임 하나만 잡고 똑같이 복제한 "복사 팩". 줄여서 복팩이라고 합니다.
이 또한 역사는 오래되었는 데요, 합팩의 경우 특성상 작은 크기에 여러게임을 넣다보니 "용량이 큰 유명한 게임" - RPG 종류나 그래픽이 좋은 액션게임은 들어가지 못하는 반면에.
복팩은 용량이 커다란 게임 하나만을 복사하는 것으로 "양대신 질"을 선택한 복팩이 나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여하간 이 복팩은 우리나라 게임에 있어서도 흑역사를 장식하는
재미나로도 유명하기도 합니다.
MSX - 국내에선 "재믹스"라는 호환기종이 더욱 유명한 컴퓨터가 있는 데.
팩을 꼽아서 게임기처럼 쓰는 경우가 더 많았는 데요.
이런 MSX용 게임용 팩을, 국내에 들어오면서 회사로고를 재미나로 고친채 "복팩"을 만들어 파는 유명한 회사가
바로 이 재미나입니다. 이들은 MSX용 합팩을 제작하기도 했고. 라이센스 없이 다른 기종의 게임을 열악하게 이식해서 팔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것이 바로, 마리오 브라더스의 이식작 '형제의 모험'같이 있죠.(그냥 슈퍼마리오 말고, 마리오 브라더스. 마리오와 루이지가 싸우는 게임)
덕분에 이 형제의 모험은 "최초로 한국에서 개발된 게임"임에도 무허가 이식작이기 때문에, 실제로 국내 최초의 타이틀은 "폭스 레인저"와 "신검의 전설"이 가져가게 됩니다.
* 여담으로 재믹스를 복각한 팀이, 형제의 모험을 제작한 분과 접촉해서 허가를 받아 형제의 모험 복각팩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참 후. 비교적 고용량(당시 기준)을 자랑하는 슈퍼패미컴 게임 또한 복팩이 나오기 시작했죠.
알팩만해도 4~5만원을 호가하는 걸로 유명한 라이브 어 라이브입니다. 곽팩은 아마 7~8만원은 거뜬히 하지 않을 까 하는 데요.
"발매당시엔 묻혔지만, 나중에 재발굴되어 고평가받는 게임" 대부분이 그렇듯이 이 게임도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었죠.
이런 비싼 물건을 저는 어떻게 "알팩 + 곽팩"으로 두 개 씩이나 가지고 있을까요?
정답은 "둘 다 복팩"입니다.
네, 저 곽과 메뉴얼 모두 "카피품"입니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복팩 중에는 "곽"까지 복제한 물건도 존재합니다.
저같은 일반인의 눈에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데, 전문가들 눈에는 딱봐도 "인쇄 품질, 인쇄된 그림의 위치 이상"등으로 단번에 알아보더군요;
이러한 복팩은 고퀄리티의 정팩과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세이브가 잘 날아간다", "복팩대책이 되어있어 게임이 이상해질 수 있다", "희소가치, 소장가치가 없다" 등등의 단점이 있죠.
복팩 또한 GBA시대까지 이어졌죠.
이건 GBA 복팩과 정팩 구분방법 중 하나입니다. 팩을 꼽는 부분을 보시면 오른쪽 사진과 같이 뭔가 글자가 새겨져있어야 정품. 왼쪽처럼 없으면 복팩이라고 하네요.
또한 포켓몬스터 파이어레드/리프그린의 경우 나중에 NDS 포켓몬을 할 때, GBA용 팩을 아래에 꼽아두면. GBA때 잡은 포켓몬들을 NDS용에 옮길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데.
복팩으로는 이러한 연동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다고 합니다.
이러한 복사된 팩은 유명게임들의 복제만이 목적인 것 처럼 보일 수도 있는 데요.
그냥 복팩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재미있는 복팩도 존재합니다.
딱봐도 조악한 복사팩입니다.
지코사커라는 희대의 쓰레기게임을 뜯어다가 다른 게임을 씌워넣고서는
그 게임 이름을 적어 대충 스티커로 붙인 팩이죠.
놀랍게도 이게 "정품"입니다. 정품이라고 하기엔 닌텐도의 허가를 받지 않고, 기존 정품팩을 개조해 판거라 정품이란 말은 어폐가 있지만
세이부에서 만든 "SM 조교사 히토미(SM調教師瞳)"라는 게임입니다.
제목에서 보이듯이 "야겜"입니다. 당연히 닌텐도는 성인게임 판매를 허가할리 없었고.
세이부에서는(세이부 축구와 라이덴 시리즈의 그 세이부 맞습니다) 슈패로 성인 게임을 내놓기 위해서.
지코사커라는 "쓰레기게임이라 값이 싼 팩"들을 사다가, 그 안에 들어간 롬들을 복팩과 같은 기술로, 자기들이 개발한 야겜을 집어넣고.
정규 유통망이 아닌 "게임 중고 매장"에다가만 풀어서 팔았습니다.
덕분에 팩은 조악한 품질임에 불구하고 개당 만엔(한화 약 12만원)을 호가하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대에도 이러한 복팩 기술을 응용해서 "한글화 팩"을 만드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이것은 제가 이전에 찍어둔 이스3 한글팩 영상
그 외에도, 파이널 판타지 4,5,6의 한글팩이 존재하고.
한글롬을 팩에다가 덧씌워서 게임을 실제 게임기+한글로 즐길 수 있도록 응용해서 쓰고 있습니다.
합팩, 복팩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구요.
다음 시간에는 어떤 복돌에 대한 이야기를 할지, 살짝 힌트용 사진만 남기고 마무리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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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진 것을 직접 찍은 사진들입니다. 퍼가는 건 상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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