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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ports_83848
    작성자 : 암바시술소
    추천 : 10
    조회수 : 746
    IP : 222.110.***.188
    댓글 : 22개
    등록시간 : 2014/02/22 13:44:57
    http://todayhumor.com/?sports_83848 모바일
    연아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이미 4년전,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뤘습니다.
    이미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있었고, 누구도 역대 최고의 피겨 스케이터라는 것에 토를 달지 않았습니다.
    선수생활을 유지해서 위험을 감수하느니 가장 빛날 때 은퇴하는 게 연아에게 가장 이상적인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아는 알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 세계 최고의 선수- 사람들은 자신에게 더 많은 것을 바랄 것이고, 그걸 피하는 건 어려울 거라는 걸.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단 국물이 남아있는 자신에게 사람들은 당연히 빨대를 꽂으려 들 것이라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이미 자신은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습니다.
    연아는 한참을 방황하다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할 목표를 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부상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추스려서 참가한 것이 세계선수권.
    이 대회의 성적에 따라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선수 선발 수가 정해지게 됩니다.
    우승.
    연아는 이 대회에 나가기 전에 인터뷰에선 항상 꺼려하던 표현을 썼다고 하죠.
    "꼭"
    후배에게 큰 경험을 주고, 그게 우리나라의 피겨 스케이트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확신한 거죠.
    어린 선수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외국에서는 이런 연아를 보면서 경이로움을 금치 못합니다.
     
    어찌 됐든 1차적인 목표를 이루었기 때문에 확보된 3장의 티켓으로 올림픽에 출전해야 합니다.
    연아는 당연히 여기까지 생각하고 복귀했을 겁니다.
    그리고 연아의 2차 목표는 만족할 경기를 하고 후회없이 은퇴.
    아마 이 즈음에서도 연아는 금메달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느낍니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지독하게 느꼈을 편견과 편법, 부당함 때문이기도 했지만,
    여왕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시점에 피겨계는 흥행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야 했을 겁니다.
    출중한 선수가 자연스럽게 대물림을 하면 좋겠지만 연아 레벨의 선수가 인류 멸망 때까지 나타날 수 있을까요.
    그 동안 느껴왔던 부당함은 무리하게라도 여왕을 내려앉히고 새로운 영웅을 만들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아무리 멘탈이 강한 선수라고 해도 다 알고, 받아들이고,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초연함을 보여주긴 힘들겠죠.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고 확신하는 부분은 단지 초연함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평생의 마지막 시즌에 선택한 작품이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와 [아디오스 노니노] 입니다.
    경쾌하게 보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작품도 아니고, 특별한 컨셉으로 시선을 이끄는 작품도 아니고, 감성으로 어필하는,
    게다가 너무 어려운 프로그램이라 데이비드 윌슨이 꺼내기를 망설이기까지 했다는 작품입니다.
    메달에 초연했던 연아는 마지막에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작품으로, 그리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도전적인 작품으로 은퇴를 준비합니다.
    은퇴 작품의 컨셉이 도전이라니..
    금메달을 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연아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최선의 방향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에서 보여준 클린 퍼포먼스.
    아름다운 드레스 속에 비친 파스 조각과 금간 연아의 발이 무대 직전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했는 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결국 연아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키스앤크라이 존으로 들어가기 전 연아를 보면서 전 이런 느낌이 들더군요.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말, "다 이루었다."
    자신 만의 독한 목표를 달성하고 난 후의 평온함이 표정에서 느껴졌습니다.
    다 알고 준비한 자신의 마지막이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울 수 있어서 저도 기뻤습니다.
     
    잘 했습니다.
    그 동안 수고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 줬던 이상으로 당신의 남은 인생이 행복하게 펼쳐지길 바랍니다. (남편은 평생 욕 좀 먹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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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22 13:48:41  119.192.***.24  당나귀5형제  481866
    [2] 2014/02/22 13:54:25  59.5.***.18  아우스2  52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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