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는 24女 (어느덧 중반..) 입니다.
판에 글 써보는 건 첨이네요.
스피드하게 음슴체로 갈게요!
무려 5년 전 내가 고딩이었을 때 들은 이야기임.
법과 사회를 가르쳐주시던 이쁜 선생님이 겪은 일임.
선생님네 가족은 선생님, 남편 (남편분도 교사이심), 어렵게 얻은 아들 이렇게 셋임.
아들 관련해서도 신기한 일이 있었는데 이건 일단 넘기고,
부부가 선생님을 하니까 아무래도 방학 때 여행을 자주 다니게 된다고 함.
일이 있었던 그 해 여름방학 때는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떠나신 거임.
처음엔 다 좋았다고 함.
거리도 깨끗하고 개성 넘치는 옷차림의 청년들도 구경하고 선생님과 가족들은 기분이 좋았음.
딱 음식점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식당에서는 기분이 나빴음.
음식 양이 인간적으로 너무 조금이었던 것임.
대식가인 선생님의 남편도 화가 났고, 5살 아들조차 양이 부족했다고 함.
그래도 선생님 가족은 꾹 참고 숙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음.
낭비해서는 안 됨. 여행경비는 정해져 있으니까......
문제는 밤에 시작되었음.
자정이 넘었는데, 배가 고픈 아들이 잠을 못 자고 울기 시작한 거임.
달래고 혼내고 해도 울기만 함.
할 수 없이 선생님 가족은 편의점을 찾아가기로 했음. (다들 배고픈 건 마찬가지.)
그 숙소가 좀 외진 곳에 있어서 편의점에 가려면 차를 타고 도로로 나가야 했다고 함. (렌트해서 여행 중이었다고 하심.)
도로에 있다는 그 편의점도 막 주변에 건물이 많고 그러지 않고,
정말 딱 쌩뚱맞게 편의점 하나만 도로변에 세워져 있었다고 했음.
편의점은 선생님네 차가 있는 차도 건너편이었음. 일단 차를 갓길에 댔음.
근데 아들이 차에 있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고 함.
선생님은 걱정이 된 나머지 차에 불을 환하게 밝혀놓고 남편분과 편의점으로 향했음.
(이 부분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남편분이 일본말을 못 했던가?? 해서 둘이 같이 가야 했음.)
눈은 아들에게서 잠시도 떼지 않았다고 함.
이런 상황. (그림 죄송...근데 열심히 그린 거예요...)
근데 아들이 꼭 누군가랑 얘기를 하듯이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중얼거리는 거임.
선생님은 쟤가 뭘 하나...하다가 먹을걸 바리바리 싸들고 다시 차로 돌아갔음.
선생님 : 00이 혼자서 뭐하고 있었어? 안 무서웠어?
아들 : 일본 아줌마랑 얘기했어.
선생님 : 일본 아줌마?
근데 선생님은 아들을 쭉 지켜보고 있었음.
아무도 차에 다가오지 않았고, 다가올 사람도 없었음. 차도 한 대 안 지나갔다고 함.
새벽 한 시에 외진 도로였고, 차 없이 사람만 다니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았음.
그래서 선생님이 또 물어봤음.
선생님 : 그 아줌마는 어떻게 생겼는데?
아들 : 머리가 하얗고 옷도 하얘.
선생님 : 아줌마가 일본말로 말 걸었어?
아들 : 응.
선생님 : 00이는 일본말 못 하잖아.
그러니까 아들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러네?" 하고 갸웃거렸다고 함.
선생님은 얘가 꿈을 꿨구나 생각했고 그 상황이 웃겼음.
(일본말 못 하는데 일본어 하는 아줌마랑 대화한 게.)
선생님 가족은 숙소로 돌아와서 새벽 두시에 온갖 음식물을 섭취하셨고,
며칠 더 여행한 뒤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오심.
근데 이상하게 아들이 기운이 없고 시름시름 앓았다고 함.
"아줌마가 꿈에 나와"
이런 말도 가끔 했는데, 선생님과 남편은 크게 신경쓰지 않으셨음.
그냥 해외여행이 힘들어서 몸살이 났다고만 생각하심.
하지만 선생님은 곧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걸 느끼셨음.
그 흰 머리와 흰 옷의 아줌마가 선생님 부부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한 거임.
그 아줌마 귀신은 선생님에게 먼저 보였음.
대담하게도 선생님이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을 때.
36명의 아이들도 함께 있을 때 등장해주심.
(물론 학생들은 못 봤지만.)
선생님은 여느때처럼 교탁에서 수업을 하고 계셨음.
그 날은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무더운 날이었는데,
환기를 시키느라 창문을 열어두었다고 하셨음.
근데 맨 뒤에 커튼이 갑자기 살랑~하고 흔들리더니 창문을 넘어 흰 머리 귀신이 스르륵 나타남.
귀신이 귀엽네요..
선생님이 그렸을 땐 무서웠는데...
암튼 저 귀신은 선생님을 보고 방긋 웃었고,
그대로 종종종 걸어서 뒷문으로 빠져나갔다고 함.
입술이 빨간색이었고, 흰색 기모노를 입고 있었음.
그냥 딱 보는 순간 아들이 봤다는 그 여자구나 싶었다고 함.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너네 지금 뭐 이상한 거 못 느꼈니?" 하고 물었음.
아이들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선생님을 쳐다봤음.
선생님이 자신이 환각을 봤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창가 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조심스레 말했다 함.
"선생님. 바람이 안 불었는데 커텐이 혼자 움직였어요."
선생님은 집에 와서 남편에게 이 사실을 말했음.
하지만 남편분은 선생님을 믿지 않았음. ㅠㅠ 워낙 귀신같은 걸 잘 안 믿으신다고...
그래서 흰머리 귀신은 착하게도 남편분 눈앞에도 나타나서 믿음을 심어줌.
귀신이 남편분을 좋아했는지, 선생님한테는 딱 한 번 보인 게 다였는데
남편분한테는 지속적으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함.
창문 있는 옛날 교실문 다들 아심??
남편분이 수업을 하고 있으면 뒷문에서 남편분을 쳐다봄.
이거임..
또 귀엽네;
딱히 뭔가 행동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자꾸 저러고 보니까
수업도 제대로 진행이 안 되고, 기분도 나쁘고,
무엇보다 아들이 계속 시름시름 앓아 누워 있으니
남편분도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음.
그래서 두 분은 수소문을 해 퇴마를 잘 하신다는 유명한 목사님을 찾아가심.
딱히 종교를 가진 건 아니었지만 주변인들이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함.
약속날짜를 잡고 아들과 함께 방문을 하자, 목사님은 선생님에게 잠시 나가 있으라고 하심.
아들과 목사님만 남기고 나온 선생님은 초조하게 밖에서 기다렸음.
시간이 지나자 목사님은 아들의 손을 잡고 나와 다 됐다고,
퇴마에 성공을 했다고 말해주심.
그리고 테이프 하나를 선생님께 주셨는데
집에 가서 틀어보니까 목사님과 아들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었다고 함.
처음에는 정말 일상적인,
이름이 뭐니? 음식은 뭘 좋아하니? 엄마 아빠랑 여행 재미있었니?
이런 질문이고 아들도 잘 대답을 했다 함.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아들이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가 변하더니
쉴 새 없이 일본어로 말을 하는 것이 녹음되었다고 함.
선생님은 너무 소름이 끼쳐서 당장 테이프를 버리심.
일본은 귀신이 많이 나오는 지역에는 이상한 표시같은 걸 해놓는데
아무래도 차를 세워둔 도로가 그런 곳이 아닐까 하는 추측만 하신다고 함.
그러면서 요즘 귀신은 물건너 비행기도 타는 거냐고...
너네도 조심하라며....
흠... 재미 없나.ㅠㅠㅠ
우린 진짜 흥미진진하게 들었는데...
다시 고딩으로 돌아가고 싶다..
여러분 아무쪼록 조심하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