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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민주당 권리당원들의 권리를 배제하는 ‘완전국민경선제’ 때문에 게시판마다 난리가 났더군요.
분위기를 보아하니 민주당 지도부와 경선룰 협의회가 그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습니다.
저는 민주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민주당 지도부와 대선 후보들에게 문자와 전화 폭탄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완전국민경선제’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과연 이재명 시장과 박원순 시장, 김부겸 의원의 요구(라기보단 땡깡과 협박)만으로 ‘완전국민경선제’를 받아들인 것일까요?
물론 이들을 지지하는 비문세력의 압력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들 외에도 다른 이유에서 이 룰에 찬성하는 다수의 의원들이 있다고 봅니다.
그들은 이재명과 박원순의 뒤에 조용히 숨어서 이들이 승리하기를 원합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날로 기세등등해져가는 권리당원들과 지지자들의 기세를 꺾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재인 전 대표가 힘들게 만들어놓은 정당민주주의를 위한 당 개혁안을 후퇴시키는 겁니다.
만약 경선방식이 ‘완전국민경선제’로 확정되면 권리당원들 일부가 탈당하거나 분노만큼의 좌절감을 느낀 민주당 지지자들은
적극적인 자세에서 관망하는 자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투표는 할 정도의 관심도만 남겨두고 날로 높아져가는 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이지요.
즉, 적극적 지지자가 아니라 열심히 투표만 하는 소극적 지지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겁니다.
이재명 시장을 비롯한 대권 주자들이 권리당원들과 야권 지지자들을 공격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대권주자들은 문재인에게 몰리는 지지자들의 결집력을 분산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다른 의원들은 지지자들의 기를 꺾어버리는 게 목적이지요.
지지자들 입장에서야 분노할 일이겠지만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2015년의 문재인 전 대표가 만든 당 개혁안과 연말에 대거 입당한 온라인 권리당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때 국민의 당으로 나간 반문세력들의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전 대표가 당 개혁안을 추진해서 끝내 통과를 시켰습니다.
지금에 와서 봐도 참으로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민주당의 다수 의원들(아마 2/3 정도 될 거라고 봅니다) 중에서 당 개혁안에 진심으로 찬성한 의원은 별로 없었습니다.
당 혁신안의 골자가 당의 권력을 계파가 아닌 당원들에게 주자는 것인데,
계파 중심의 정당 정치에 익숙한 그들에겐 결코 달가운 변화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말로는 정당민주주의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데는 소극적이거나 아예 방해를 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열린우리당 때 정동영 의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문재인 전 대표의 당 개혁안이 통과되었을까요?
우선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뭐라도 민주당이 변화하는 척이라도 해야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과 함께,
당 개혁안이 통과되어도 당이 아사리판이 된 상황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할 거라는 느긋한 마음에서 그들이 찬성표를 눌렀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가 진짜로 당 개혁을 추진하는 겁니다.
사실 저도 문재인 전 대표의 진심은 인정하지만 절대로 안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유시민 전 장관과 수많은 개혁적인 의원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싸워도 절대로 해내지 못했던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느긋한 자세로 지켜봤는데 어라? 갑자기 기다렸다는 듯이 십만 여명 이상의 진성 당원이 우르르 당에 들어온 겁니다.
그들은 예전의 종이당원들과 달리 영혼과 생각과 목소리와 행동이 있는 살아 있는 당원인데다
다들 문재인 전 대표를 지키기 위해 우르르 입당한 당원들이니 얼마나 충성심이 강하겠습니까.
충성심과 적극성으로는 대한민국에서 둘째라면 서러워 할 정치 지지자들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이자 현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자들입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노빠 문빠이고, 이게 더 발전해서 나온 게 친노 패권주의, 친문 패권주의입니다.
친노 패권, 친문 패권의 실체가 불분명한 이유는 이들이 의원 세력이 아니라 지지자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이 적극적 지지자들이 민주당 당원이란 형태로 대규모로 조직화 되는 걸 보고 민주당 의원들의 심정이 어땠을 것 같습니까?
아마 간담이 서늘하고 뒷골이 뻐근했을 겁니다.
그때 기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당원 가입을 진심으로 기뻐한 의원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정당민주주의를 실현하려고 애쓰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소수의 의원들 빼고 대부분은 내색은 못하지만 ‘X 됐다!’ 하는 심정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의 우려와 두려움이 현실로 나타난 게 작년 전당 대회입니다.
저는 이 전당대회야말로 우리나라 정당 정치의 전환점이 될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정당의 전당대회에서 당원의 힘이 계파의 힘을 이긴 첫 번째 사건이었습니다.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자발적으로 온라인상에서 의견합의를 보고 투표해서 마침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켰습니다.
여기에 계파의 힘도, 언론의 선동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주목해봐야 할 결과가 여성위원 자리입니다.
사실 여성위원 자리 같은 건 계파들끼리 순번 따라 나눠먹던 자리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리까지 당원들이 다수의 힘으로 의원도 아닌 정치 신인 양향자 씨를 당선시켰습니다.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당대표 자리라면 몰라도 별 영향력 없는 여성위원자리까지 당원들의 뜻대로 되어 버리는 걸 보고
의원들 사이에선 악! 소리가 나올 정도로 위기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때 전당대회 끝나고 의원들과 당원들이 SNS로 싸웠던 거 기억하실 겁니다.
김한정 의원은 당원의 뜻대로만 되는 건 공산당이라는 해서는 안 되는 말까지 해버렸지요.
표가 생명인 국회의원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충격스런 사건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사건으로 많은 국회의원들이 민주당 권리당원들의 기세를 꺾어야겠다고 작심한 것 같습니다.
그대로 두면 앞으로 자신의 정치 인생이 피곤해지고 꼬이게 생겼거든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판에선 계파에서 밀어주고 착실히 충성하면 웬만한 정치적 성공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원들의 힘이 계파의 힘보다 세지면 이 구조에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정치적으로 성공하려면 당원들이 눈치를 보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법안을 내고 정치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거지요.
그러면 자연히 계파의 이익과 배치되거나 자신을 밀고 있는 집단의 이익을 배반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선 참으로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게 된 거지요.
예를 들어, 요즘 우상호 원내대표에 대한 칭찬이 많습니다만 이 분이 그렇게 강경파 스타일은 아닌 걸 알고 있습니다.
박근혜 탄핵으로 시국이 급박해진 상황도 있겠지만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눈이 살벌하기 때문에 스타일에 안 맞게 강경모드를 취하고 있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런 피곤한 상황이 민주당 의원들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변화는 다른 당, 특히 반대편에 있는 당의 변화를 이끌어내게 됩니다.
원내대표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면, 예전엔 법안을 통과시킬 때 타 당의 원내대표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라 쓰고 짬짜미라고 읽는다)하면 됐습니다.
그런데 이쪽에서 진짜로 싸우려고 칼 빼서 덤비면 상대로 어쩔 수 없이 칼을 꺼내야 합니다.
싸우는 척이 아니라 진짜로 죽기살기로 싸워야 하는 것이지요,
이러면 민주당뿐만 아니라 상대당도 몹시 피곤해집니다.
그걸 잘 보여주는 사례가 2015년도 ‘노동개혁법' 사태입니다.
이 법은 명칭만 그럴싸할 뿐 실상은 전 국민은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노동개악법으로 전형적인 청부법안입니다.
이 법안에 대해 노동위의 야당 의원들이 팟캐스트에 나와서 문제점을 떠들어대면서 이 법안의 위험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엔 이런 청부 입법은 뒤로 감추고 다른 법안을 정면에 내세워 언론 포커스를 돌립니다.
그러면 그 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 슬그머니 그 법안은 뒤로 후퇴시키는 모양새를 취하며
청부 입법을 포함한 다른 법안들을 합의처리해 버렸습니다. 전형적인 성동격서이지요.
그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종걸이었는데, 진심으로 이 법안에 반대해서 새누리당에 저항했을까요?
절대로 아닙니다. 처음에는 별 말 없다가 나중에 여론이 악화되자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보였습니다.
그러자 새누리당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적당히 넘어갈 줄 알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본격적으로 맞붙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야당의 발목잡기라면서 국회 탓을 하고 나중엔 노동개혁법 통과를 위한 거리 서명에까지 나섰습니다.
이렇게 양 당이 정면으로 맞붙으면서 판이 커지자 잘 몰랐던 국민들까지 이 법안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이 법안은 사실상 폐기될 운명에 처했습니다.
이런 정경유착을 위한 청부 법안들에 대해선 여야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냥 우선순위나 계파의 입장에 따라 조금 달라질 뿐이지요.
그래서 법안 상정에서 부딪힐 때 각 법안을 민 여야의 계파들끼리 협의를 합니다.
여기서 결정이 나면 오다를 받은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와 협의를 거쳐 입장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당원과 지지자들이 시퍼런 눈이 끼어들게 되면 저들 입장은 어떻게 될까요?
서로서로 다 꼬이게 되고, 그들의 돈줄에도 문제가 발생하게 되겠지요.
사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의 많은 국회의원들도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지 않습니다.
정치혐오나 불신이 넘쳐나서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하지 않길 원합니다. 선거 때 표 구걸할 때 빼고요.
그러니 정당 민주주의 같은 건 당연히 원할 리 없겠지요.
유시민이 의원 시절에 여야할 것 없이 개처럼 까였던 이유도 쓸데 없이 정당민주주의 같은 걸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유시민 작가처럼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치인은 별로 없습니다.
극히 소수입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완전국민경선제’도 그 작전의 일환입니다.
이재명 시장과 박원순 시장은 자신들이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수이지만,
그 뒤에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이걸로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간을 보려는 겁니다.
당원들이 거세게 반발해서 당원들의 권리를 배제하는 ‘완전국민경선제’를 철회시키고 당원의 권리를 지킬지,
아니면 이동형 같이 여의도 정치공학을 내세워 어쨌든 문재인이 이길 테니 당원의 권리 같은 건 개나 주라는
논리에 휘말릴지를 지켜보고 다음 플랜을 짜겠지요.
문재인 전 대표가 어렵게 뿌린 정당민주주의라는 씨앗은 이제 민주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달렸습니다.
이걸 지키고 키워내는 건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민주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당민주주의는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과 무관한 일입니다.
정당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 민주당 의원들과의 싸움은 문재인 전 대표가 아니라 당원과 지지자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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