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선정적인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몇일 바빠서 연재를 못했네요. 간만에 컴퓨터키고 삘받아서
8편 9편 합쳐서 한번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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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얼굴이 어땠는지조차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안면이 피멍으로 퉁 퉁 부은
두 사내가 정신을 다 차릴 때 까지는 창고로 옮겨진 뒤에도 약 두 시간 후였어요.
한 녀석은 머리에 충격이 가해져서 일시적인 기억상실증도 왔는지
정신을 차리자마자 횡설수설 하기도 했죠."
"니...니들 누구야!! 누군데 날 여기묶어둔거야...!!"
"눈두덩이가 심하게 부어 한 쪽 눈을 덮을정도로 튀어나온 그 남자는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두 명의 건장한 장성들이 아무 말도 없자 이내 생각에 잠기더니 기억이 차차 돌아오는 듯 조용히 말했어요."
"아! 기억났다... 이 x새끼!! 갑자기 언덕에서 튀어와갖곤 다짜고짜 주먹질..."
'퍼억!!'
"마음 같아선 당장 네 그 역겨운 주둥아리를 찢어버리고 싶지만, 알아야 할 게 있으니 참는다.
앞으로 내가 하는 질문에 똑바로 대답하지 않으면 네놈이랑 옆에있는 그 재수없는새끼의
더러운 주둥이를 남은 인생동안 다시는 나불대고 다니지 못하게 벙어리로 만들어 버릴테니 똑바로 대답해라."
"그 양아치같은 녀석은 고개를 돌려 이내 미리 깨어서 덜덜 떨고있는 자신의 친구를 보고 뭔가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간다는것을 직감했죠. 녀석은 곧 묶여있는 자신의 친구처럼 고개를 떨구고 나지막히 말했어요."
"원하는게 뭐야...아니 뭡니까?"
"네 놈들이 언덕길에서 떠들어댔던 그 이야기...! 한 여인과 그 여인의 딸아이에 관한 그 이야기.
그 배경에 대해 아는대로 솔직하게 말해라."
"묶여있던 그 녀석은 순간적으로 온 몸이 경직되는걸 느꼈어요. 자신 앞에 있는 그 사람의 얼굴이
어딘가 낯이 익었거든요. 그리고 그 의문은 점점 확신이 되어갔죠."
"당신...! 그 선생...??"
"그래, 그러니 지금 네놈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는 잘 알겠지. 이제부턴 쓸데없는 말 역시
받지 않을테니 묻는 질문에 대답만해라. 다시 말한다. 어떻게 된 거지?"
"나, 난 모릅니다!! 그저 마을에서 퍼지는 소문을 들었을 뿐, 난 아무것도 모릅니다!!"
"곧 옆에 있던 또 다른 장성 한 명이 거칠게 부러진 각목하나로 사내의 배를 강하게 강타했어요. 작성자의 아버지란 사람이었죠."
"어억..!!"
"네 놈들이 우릴가지고 말장난을 치려고 하는구나. 먼저 깨어난 네 친구놈이 니가 모든 정황을
잘 알고 있을거라고 했는데...아무것도 몰라???"
"그 말을 들은 그 녀석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더니 옆에묶인 자신의 친구를 바라봤어요."
"너 이xxx!! 친구를 팔아먹어!!"
"뭐, 뭐!!! 사실이잖아 이 쌩양아지 꼴통x끼야!
저... 저기요, 저놈은 다 알고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는 풀어주시면..!!"
"이런 치사한 새끼가...!!"
"한낱 시정잡배들의 우정은 그 정도가 끝이었어요. 서로가 살기위해 서로를 팔아먹었죠.
하지만 나중에 깨어난 녀석은 이전에 깨어난 녀석의 고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죠. 이내 녀석은 분을 좀 삭히더니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사...사실대로만 말씀드리면 그냥 보내주시는 겁니까?"
"그래. 사실대로만 모든걸 털어놔."
"녀석은 이야기를 할 까 말까 수십번을 고민하며 입만 뻥긋거리다 결국 입을 열었어요.
그리고 그 녀석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죠."
열심히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형수님은 내가 목이 바짝바짝 타는걸 느꼈던지,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물을 한잔 따르더니 나에게 건냈다.
순간적으로 손가락에 닿는 차가운 물잔의 감촉에 나는 살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아,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목이 많이 타시는 것 같네요."
"예...이야기에 몰입하느라..."
"호호 그거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되죠?"
"아, 네..."
물잔을 들어 안에 있는 물을 순간적으로 들이키니, 차가운 얼음물로 인해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해졌다. 그리고 곧바로 탁해졌던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 맑아진 정신은 곧 다시 탁해지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충격적인 전말은 맑은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의 몸부림처럼
곧 내 정신을 순식간에 불투명하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사실 이제 들려드릴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고 비위가 상할 수 있기 때문에 물을 미리 건내드린거에요.
그래도 정신이 좀 트이신 것 같으니 이제 이야기 해 볼게요.
비극의 시작은 그 여인의 남편이 노역장으로 끌려간 후 한 달이 지난 후였어요..."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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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님이 말해준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월랑마을 이장에게는 망나니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얼마나 성격이 고약하고 여색을 밝히는지
하루하루 사고를 치지 않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폭력, 갈취, 협박은 기본이고, 잦은 노름에 심한 술주정, 그리고 뭇 여인들이 그에게 겁탈을
당했다는 아주 안좋은 소문도 공공연하게 다 돌 정도로 인간말종이었는데,
이장의 가문이 워낙 지역구에서 힘이 세고 권력이 컸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 망나니 아들의
패악질을 막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외아들에 장손인 그 망나니는 어릴때부터 누구의 통제도 받지않았고, 사고를 쳐도
모두 감싸주는 그에게만큼은 든든한 부모와 조부모, 친척들이 있었다.
어느 날 마을에 선남선녀부부가 이사를 왔다는 소문을 들은 그는 그 집을 방문했다가 부인에게 한 눈에 반해버리고 만다.
그 후 그는 이장인 자신의 아버지에게 저 여인을 자신이 가지고 싶으니 어떻게든 남편을 떼어달라는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하게된다.
하지만 그 말도 안되는 부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금쪽같은 외아들의 부탁이라면 거절을 못하는 이장은 정신나간 계획을 하나 세우게 된다.
이장은 은근슬쩍 마을안에 선생님인 그 남편이 아이들에게 이상한 사상을 주입시키고 있다는 말도 안되는 헛소문을 퍼뜨렸고,
당시의 무지몽매했던 마을 주민들은 그 소문에 너무나도 손쉽게 선동되어 버렸다.
그 작은 소문은 입소문에 입소문을 타서 삽시간에 마을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군인들에 의해 남편은 끌려가게 된다.
사람들은 그 누구도 끌려간 남편을 동정하지 않았으며,
도리어 자신들의 아이들을 세뇌시키려고 했다며 그를 거세게 비난했다.
그런 와중에 이장의 망나니 아들은 홀로남은 그의 아내에게 수작질을 했다.
하지만 오로지 남편과 아이들만을 바라보며 사는 부인은 그 망나니에게 일말의 관심조차도 주지 않으며
매몰차게 굴었고 결국 그 망나니는 비뚤어진 애정으로 인해 끔찍한 계획을 세운다.
'네년따위가 감히...'
어느 날, 마당에서 남편이 선물한 연분홍색 모시옷의 헤진 부분을 손수 짜고있던 부인에게 마을 이장이 찾아온다.
이장은 그녀에게 그녀의 남편인 정환이 극적으로 노역장에서 탈출했고, 현재 추적해오는자들 때문에
마을로 들어오지 못하고 도깨비도로 인근에 숨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희소식을 전하게 된다.
낮에는 위험하니 해가 지면 자신과 함께 그 곳, 도깨비도로로 가서 남편을 만나자는 제안을 하고,
그녀는 날 듯이 기뻐하며 자신이 수선하고 있던 모시옷을 더욱 부산하게 짜고 간만에 환하게 펴진 얼굴로
꽃단장을 하였다.
그날 밤, 부인은 일찍 아이들을 재운 후, 등을 들고 이장과 함께 도깨비도로로 향했고, 약 한 시간여를 걸어 도착한
그곳에서 그녀는 남편대신 기다리고 있던 이장의 아들과 그 패거리들에게 끔찍한 봉변을 당하게 되었다고 한다.
비극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장의 망나니 아들과 그 패거리는 마을에 그 여인이 남편을 버리고
이 남자 저 남자에게 꼬리를 치고 다니며 문란한 생활을 한다는 소문을 낸 것이다.
결국 화가난 마을의 여편네들이 그녀의 집에 몰려와 돌팔매짓을 하였다.
'네 년이 감히 우리 남편에게 꼬리를 쳐?!!'
'남편은 빨갱이교사에, 아내는 구미호라니! 미친년놈들이 따로없구만!!'
'우리 마을에 저런 년놈들이 있는건 마을의 수치야 수치!!'
그녀가 갖은 모욕을 당하며 돌팔매짓을 당하던 그 때, 방에서 울고있던 그녀의 아이들이 뛰쳐나와
그녀를 감싸안아 보호하며 그들에게 하지말라며 소리를 치며 울어제꼈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던진 커다란 크기의 돌이 딸 아이의 머리에 맞으며 그녀의 딸은
그 자리에서 끔찍하게 머리가 터져 즉사하였다고 한다.
결국 그 날을 기점으로 부인은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렸고, 매일 해가지고 밤이 되면 그 연분홍색 모시옷을 입고
등을 키며 도깨비도로로 남편을 만나러 가야한다며 그 곳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충격과 분노로 할 말을 잃었다. 어느새 내 손은 얼음만이 남은 물컵을 꽉 쥐고있었다.
나는 내가 너무 강한 힘으로 컵을 쥐고있다는 사실을 느끼고는 서둘러 손에 힘을 풀었다.
아마 조금만 더 세게 쥐었으면, 이 유리컵은 사정없이 깨져서 사방에 파편을 흘렸을 것이다.
"얘기를 모두 들은 작성자 아버지의 친구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고 해요.
작성자 아버지는 충격과 차오르는 분노로 자신이 쥔 부러진 그 목각을 손이 찢어지도록
꽉 쥐었어요.
그 목각으로 당장이고 그녀석들의 머리통을 내려치고 싶었지만, 자신에겐 그럴 자격이 없다는걸 너무도 잘 알았죠.
그는 심호흡을 가다듬고는 자신의 친구에게 다가갔어요."
"정환이, 자네 괜찮은가?"
"...이봐 준식이. 내 여기 가슴이 너무 아파서 숨을 못쉬겠네. 도대체 어떡해야하나...!
여기가 도려내져서 뻥 뚫린거같네!!헉헉...!!"
"정환이란 그 친구는 너무 큰 충격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만큼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어요. 그는 그렇게 약 십여분간 그의 친구를 진정시켰어요.
이내 친구는 어느정도 냉정함을 되찾고 일어나더니 그 녀석들 앞으로 걸어갔어요."
"지금까지 말한... 이 믿지못할 이야기들이.. 전부 사실인가?..."
"죄...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관련이 없습니다! 저희는 그저 노름하면서 들은 소문으로만
이 이야기를 알고있을뿐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하늘에 맹세코...!!"
"그래..그렇단 말이지..."
"정환은 자신의 옆에 있던 삽을 들어 그 녀석들의 허벅지를 찍기 시작했어요.
창고안에는 끔찍한 비명이 울려퍼졌죠."
"으으아아아아아악!!!!!!!!!!!"
"작성자 아버지는 차마 친구의 그 광기어린 행동을 말릴 수가 없었어요.
그 역시 그들이 죽지만 않는다면, 그들을 죽도록 패고싶은 심정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삽으로 몇번을 내려찍던 친구가 다시 입을 열었어요."
"두부가게... 최씨 알지?... 그 사람도 혹시 이 사건에 연관되어있나...?"
"그들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덜덜덜 떨리는 다리를 한 손으로 부여잡고
눈물콧물이 범벅이 된 상태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더욱 더 굳어진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어요."
"그...그 사람. 그 집에 드나들면서 넋이 나간 그 여인을 상습적으로 겁탈했다는 소문이..."
"순간의 침묵이 흐른 후 다시 작성자 아버지의 친구인 정환의 얼굴이 악귀처럼 변해갔어요."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