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답변 안 하겠습니다. 앞으로 계속 저를 따라다니면서 위안부 문제가 어쨌다 이런 거 하지 마세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자신은 말 바꾸기를 하지 않았다며 더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며 이처럼 밝혔다. 정말 그는 말 바꾸기를 하지 않은 걸까? JTBC ‘뉴스룸’이 19일 ‘팩트체크’ 코너를 통해 반 전 총장의 주장이 왜 잘못됐는지 조목조목 짚었다.
JTBC는 위안부 합의 문제는 외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역사 인식은 어떤지 살펴볼 수 있기에 대선주자를 검증하는 중요한 잣대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 전 총장의 입장이 명료하지 않아 기자들이 정확한 입장이 뭔지 물었는데 반 전 총장이 비판적 보도에 대해 '꼬투리 잡기', '흠집 내기'라고 주장하며 앞으로 묻지 말라고 했다고 JTBC는 비판했다.
JTBC는 반 전 총장이 그간 몇 차례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을 말하긴 했지만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JTBC는 반 전 총장이 18일 "(위안부 합의가) 완전히 끝났다? 그런 뜻 아니다"라고 언급했지만 지난해 1월 1일 박근혜 대통령과 신년 전화통화에선 "합의에 이른 것 축하한다. 올바른 용단,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 타결 매우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JTBC는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 불가역적'이라는 문구가 논란의 핵심이다. 이런 내용의 합의를 '올바른 용단'이라고 했다가 이제 와서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하니, 말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송은 반 전 총장이 위안부 합의 '내용'을 환영한 게 아니라, 양국의 '합의 자체'를 환영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그 해명의 설득력이 더 떨어진다고 했다.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위안부 합의 및 협의 문제의 쟁점은 일본에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 여부였는데 일본은 일관되게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했으며 그 입장은 이번 합의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교관으로서 이 과정을 쭉 봐왔던 반 전 총장이 법적 책임 내용이 아니라 합의 자체만을 환영했다고 하는 건 믿기 어렵다고 JTBC는 지적했다.
JTBC는 UN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뚜렷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반 전 총장이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쟁점 등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UN 사무국 소속 여성차별철폐위의 2016년 3월 보고서엔 위안부 문제에 대해 ‘피해자 중심의 접근을 충분히 못했다’고 지적하는 내용이 나와 있다. JTBC는 같은 시기 피해 할머니들이 UN을 항의 방문해 반 전 총장과 합의 내용을 놓고 면담까지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핵심 쟁점이 뭔지 몰랐을 리 없는데 합의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게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JTBC는 반 전 총장이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힘썼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 발언에서 팩트가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김영삼정부 청와대의 외교안보수석을 하면서 위안부 피해자 지원의 핵심인 위안부 피해자법을 자신이 주도했다는 취지로 “그때 당시에 제가 외교안보수석 하고 김영삼 대통령께서 이런 것은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다치는 거다… 대한민국 국회에 가서 법안을 만들어서 이분들에게 국내의 예산으로 이제까지 지원금을 해주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JTBC는 위안부 피해자법이 만들어진 건 1993년이고 반 전 총장이 외교안보수석을 한 건 1996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993년 당시 법이 통과될 때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 중 반 전 총장 이름은 없다고 했다.
JTBC는 “UN이 발간한 영감 그리고 당시 인사발령기록 보면 반 전 총장은 1992년 7월부터 주미 공사로 미국에서 근무했다. 국내로 돌아온 건 1995년 2월이다. 그런데 법안이 그사이인 1993년 3월에 이뤄졌다. 시점이 맞지 않는다. 물론 외교안보수석으로 위안부 문제를 담당한 건 사실이지만 그 시점은 1996년 이후다”라고 했다.
방송은 “반 전 총장을 제외하고 주요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사들은 모두 (위안부 합의에) 입장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다”면서 “물론 외교관 출신으로 외교 합의에 대해 명쾌하게 말하지 못하는 면도 있을 거지만 오히려 외교관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그 누구보다 더 뚜렷한 해법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질문을 안 받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JTBC는 백악관을 60년 출입한 헬렌 토머스 기자가 남긴 유명한 말 "무례한 질문이란 것은 없다", 19일 퇴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출입기자들에게 남긴 말 "여러분은 아첨꾼이 아니라 회의론자가 돼야 하는 사람들이다"를 소개하며 반 전 총장을 비판한 뒤 “대선이 다가올수록 위안부 합의에 대한 유권자 궁금증은 커질 것”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위안부 협의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말처럼 쉽진 않을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