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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834960
    작성자 : 이비씨
    추천 : 0
    조회수 : 726
    IP : 221.153.***.162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1/07/22 03:40:58
    http://todayhumor.com/?humordata_834960 모바일
    칭구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


    너의친구 철환이가 형주에게-


    친구야! 술 한잔하자 


    우리들의 주머니 형편대로 포장마차면 어떻고 시장 좌판이면 어떠냐? 


    마주보며 높이든 술잔만으로도 우린 족한걸 



    목청 돋우며 얼굴 벌겋게 쏟아내는 동서고금의 진리부터 

    솔깃하며 은근하게 내려놓는 음담패설까지도 

    한잔술에겐 좋은 안주인걸



    자네가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마음 아프고 

    부끄러워도 오히려 웃는 자네 모습에 마음 놓이고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말할 땐 뭉클한 가슴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 


    찾으면 곁에 있는 변치않는 너의 우정이 있어 

    이렇게 부딪치는 술잔은 맑은소리를 내며 반기는데


    친구야! 고맙다



    술 한잔하자 


    친구야 술 한잔하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철환 작가의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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