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를 따라 음슴체로 쓰겠음

본인은 여러분들이 쏘가리, 소등병 등등이라고 부르는 소위임

2년동안 ROTC로 후보생 생활을 거쳐서 그토록 바라던 소위 계급장 달고 임관했음

워낙 주위에서 "자네가 행보관(주임원사)인가?"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은 덕분에 자대 오자마자 실수는 안 했음.

소대장이 되고 하루에 꼭 한 번 이상은 털렸으며 한 번이라도 안 털리면 뭔가 찝찝하고 오늘은 내가 별로한게 없었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음

매일 밤마다 힘들다 힘들다 이런 생각을 하지만 어디다 하소연할데도 없음

매일매일 털리다보면 '아... 나는 왜 이 모양이지? 2년 동안 뭐했지?'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최근 들어서 힘이 나는 말을 많이 들음

최근에 중대 간부들끼리 회식하던 자리가 있었는데 술을 좀 마시고 바람도 쐴 겸 밖으로 나왔는데 1분대장(07년도 군번이고 하사, 나보다 1살 많음)이 담배를 피고 있는 거임. 나도 옆에서 같이 피면서 몇 마디 했음

왜 남자들 술마시면 진솔한 이야기 하지 않음? 그때 1분대장이 "소대장님은 겸손하셔서 참 좋습니다." 라고 했음

아직도 그 말이 귓가에 선함

그래서 내가 "아직 능력이 부족해서 겸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라고 했더니

"그게 겸손이라는 겁니다. 그 겸손 때문에 저희 소대 부사관들이 소대장님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라고 함

그땐 쑥쓰럽게 웃었지만 속으로는 눈물이 쏟아질뻔 함.

아, 그래도 내가 인정은 받았구나. 매일매일 털리면서 지쳐있었을 때 정말 힘이 나는 한 마디였음

또 얼마전에 훈련을 나간 적이 있음. 위에서 말한 1분대장이 에이스라 훈련 때마다 중대장이 정찰조로 많이 운용함

덕분에 1분대 애들은 죽을 맛임. 훈련만 나가면 산 오르락내리락하니까

아무튼 1분대가 정찰을 다니면서 우리 소대 지역을 몇 번 지나감

네 번째쯤 지나갈때 1분대장이 나한테 물음

"소대장님, 2소대(우리는 3소대) 지역이 어디입니까?"

나는 저 쪽입니다 하고 가르쳐줬음

근데 나중에 들으니 1분대장이 길을 헤맸다는 거임. 그래서 나한테 물었는데 내 말만 믿고 내가 가르킨 방향으로 쭉 가니

2소대가 딱 나왔다는 거임. 그때 나를 다시 보게 됬다고 했음.

그 말 들으니까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정말 뛸 듯이 기뻤음.

또, 최근에 우리 소대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소대원이 있음. 원래 암투병하셨는데 어느 날 새벽에 자고 있는데 내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음

"ㅇㅇㅇ 어머니"

난 직감적으로 큰일났구나 하면서 전화를 받으면서 막사로 뛰어갔음(나는 BOQ 생활)

전화는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전화였고 난 바로 그 소대원을 깨워서 전화시켰음

아침이 되자마자 그 소대원은 청원휴가를 나갔고 무사히 장례를 치르고 복귀했음

복귀해서 들으니 아버지 목소리는 못 들었지만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께 마지막 말을 전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 함

고마웠다는 말을 들으니까 가슴이 찡했음 근데 나는 미안했음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뛰었더라면 아버지의 마지막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었을텐데 라고 생각해서 아직도 마음에 걸림

그 외에도 힘이 된 이야기가 많음.

주위에서 항상 듣고 인터넷에서 항상 보는 거지만 소위 때는 어쩔 수 없이 털리는게 당연하고 또 힘들다고 생각함

그런데 그때마다 중대장이나 소대원들에게 인정받으면 힘든게 싹 가심

남자는 자기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하지 않음? 그래서 나도 소대원들을 많이 인정해주려고 함

짬 대우가 가장 큰 인정이라고 생각해서 상병(소대에 병장이 없음) 애들이 조심스럽게 몇 마디 하는 것도 다 귀담아 듣는데

반대로 내가 인정받으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음.

위에서의 인정이나 아래에서의 인정이나 정말 힘이 나게 해줌

요즘에는 월급통장에 숫자보다 "소대장님은 정말 좋으신 분입니다." 라는 말이 군생활의 낙임.

그 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을 다 보상받는 느낌임

어떻게 끝내지.............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