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 항목을 볼 때마다 속이 쓰리시죠?) 대표적인 게 국민연금하고 의료보험인데요, 의료보험이야 당장 급할 때 쓴다 치더라도 과연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노년이 됐을 때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특히 제가 경제부에 좀 있었던 탓에 지금도 주변에서 종종 이 국민연금을 정말로 받을 수 있을지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물어 보시는 분들에게 저는 항상 "그거 세금이라고 생각하십시오.
나중에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는 노년에 당황하실 겁니다." 라고 대답해 왔습니다. 왜 그렇게 대답했느냐구요?
아마 가장 떠올리기 쉬운 답은 연금관리공단이 연금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겠죠. 하지만 연금관리공단이 무지무지 똑똑해서 엄청나게 관리를 잘 한다고 해도 약속받은 연금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어느 나라나 국민연금을 도입한 나라라면 모두 연금 자원이 고갈돼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더구나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한지 오래되면 오래된 나라일수록 연금자원의 부족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이렇게 연금자원이 고갈되면서 뉴질랜드는 연금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높였고 미국은 80년대 이후 연금 보험료를 끊임없이 올리는 등 국민연금을 조기에 도입한 나라들은 연금 때문에 비상이 걸린지 오랩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국민연금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는 걸까요? 아마 첫 번째로 제기할 수 있는 위험성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연금관리공단이 자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가능성입니다. 실제로 국민연금관리공단은 2000년에 주식투자에서 엄청난 손해를 봤었죠. (최근 주가가 폭락한 만큼 지금도 손해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두 번째 위험성은 정부가 개입해서 정부 멋대로 자금을 운용해 수익률이 떨어질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국민연금을 주식시장에 처박거나, 회사채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를 회사채를 국민연금기금에서 강제로 사들이도록 명령할 위험이 언제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에 주가가 폭락하자 우리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을 6조원이나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죠.(아까워라 내 연금T.T)
하지만 놀라운 사실(아니 끔찍한 사실이라고 해야겠군요.)은 연금기금의 운용을 환상적으로 잘하거나 정부의 개입이 전혀 없어도 연금을 제대로 받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왜 연금을 받기가 어려운지를 얘기하기 전에 먼저 국민연금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연금관리공단은 국민연금의 필요성에 대해 그럴싸한 명분을 내놓고 있는데요, 이게 진짜인지 검토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국민연금이 왜 필요할까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
국민연금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공식적인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근로자들이 앞을 제대로 못 내다보고 노년에 필요한 만큼 저축을 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더군요.
다시 말하면 근로자는 기본적인 제 앞가림도 못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대신 강제로 저축을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긴 설명이 필요없이 황당하고 불쾌한 주장이죠. 국민연금관리공단 홈페이지에 정말로 이렇게 써놨더군요.)
연금관리공단의 두 번째 주장은 성실한 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합더군요. 하지만 연금으로 어떻게 성실한 사람을 보호한다는 얘긴지 논리는 빈약합니다.
연금공단의 세 번째 주장은 소득을 재분배하기 위해 서랍니다. 이건 일단 말이 되는 것 같군요. 하지만 문제는 현재 국민연금이 고소득층의 소득을 저소득층에게 재분배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저소득층의 피땀어린 돈을
고소득층에게 몰아주고 있는 건지가 의문이지만요...T.T
전반적으로 세가지 명분이 다 황당하지만 국민연금관리공단이 내세우고 있는 필요성은 공식적으로 이 3개 뿐입니다.
자 이제부터 한 번 이 논리들을 반박해 보겠습니다. 먼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첫 번째 주장은 근로자들이 제 앞가림도 못할 만큼 무식하다는 건데...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우리 국민 모두를 흥청망청 돈을 쓰는 "한량"으로 보고 있나 봅니다. 베짱이처럼 우리 스스로는 저축을 못하기 때문에 공단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통계치를 보면 연금관리공단의 말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국민은 저축률 하나로 바닥에서 일어나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위대한 사람들 아닙니까? 실제로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근시안적인 경기 활성화를 위해 소비를 "지나치게" 장려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저축률은 항상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었습니다. 그런 우리 국민들을 제 앞가림도 못하는 "낭비꾼"으로 비하한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국민연금에 맡기면 우리 개인들이 은행에 맡긴 것보다 더 나은 투자를 한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국민연금에 특성상 "정치적인 불순한 동기가 없다면" 어짜피 위험한 자산에는 돈을 투자하기가 어렵습니다. 연금공단의 주장대로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해 주는 마지막 희망이라면 최소한 원금을 건질 수 있는 안전한 자산에만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금융자산은 수익이 높을수록 위험도가 높습니다. 거꾸로 수익이
낮을수록 위험성이 낮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국민연금이 투자할 만큼 덜 위험한 투자는 그만큼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국민연금의 투자가 우리 개인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는 보장을 하기는 어렵다는 얘깁니다.
결국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국민연금이 막대한 자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보다 개인이 혼자 알아서 투자하는 게 안전성 면에서는 차라리 더 나을 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은 안정적인 채권 수익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우리 국민처럼 저축률이 높은 경우에는 강제 노후대비 저축의 성격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의 기능이 별 필요 없는 데다 국민연금이 우리 개인보다 더 투자를 잘 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깁니다. 결국 연금공단의 첫 번째 주장인
"낭비벽 심한 노동자들을 위해 대신 강제 저축을 해줘야 한다"는 말은 논리가 빈약하다는 거죠.
다음 연금공단의 두 번째 주장인 "성실한 자의 보호"를 반박해 봅시다. 이 주장은 뭔 말을 하는 건지도 잘 이해가 안 갑니다. 미래를 대비한 성실한 자를 대비하지 않은 불성실한 자로부터 보호해야 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꼭 필요하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아예 없을 경우 당연히 성실한 사람이 더 이익을 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닙니까? 성실한 사람은 열심히 일을 할 것이고, 남보다 더 많이 저축할 테니 이건 논박할 가치조차 전혀 없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연금공단의 세 번째 주장은 소득의 재분배 기능입니다. 이건 앞에 두 개와는 달리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국민연금의 유일하고 진정한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민연금 체계를 보면 소득의 재분배 기능이 정말 있는지 걱정이 됩니다. 아차! 말을 잘 못 했군요. 재분배 기능은 있는 것 같습니다.
방향이 반대여서 그렇지...T.T
우선 다들 아시고 있는 문제겠지만 국민연금관리 공단이 고소득 전문직의 소득에 대해 전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젭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고소득 전문직이 오히려 극빈층에 해당하는 연금 보험료를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이 고소득 전문직은 특별관리라도 하니까 그나마 낫습니다.
음식점 사장을 생각해 보십시오. 최근 외식산업이 발달하면서 웬만큼 잘되는 음식점은 한 달에만 수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곳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과연 국민연금을 얼마나 내고 있을까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제도 자체의 불합리성에 있습니다.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얘깁니다. 국민연금은 모두 45단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 45단계에서 소득이 제일 작은 경우는 1단계이고 가장 많으면 45단곕니다. 그래서 1단계에 속하는 저소득층은 젊었을 때 한 달에 13,200원만 내면 노후에는 한달에 220,00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가 낸 돈의 17배나 받을 수 있는 거죠. 그에 비해 가장 소득이 많은 사람인 45단계는 한달에 216,000원을 내고 노후에는 1,482,840원을 받습니다. 자기가 낸 돈에 7배도 되지 않습니다.
자 언뜻 보기에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것처럼 보입니다.
반면에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자랑스럽게 얘기합니다. 많이 버는 사람이 좀 더 많은 부담을 하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주장대로 진짜로 공평할까요? 아뇨,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실제로는 체계 자체가 완전히 불공평합니다.
자 45단계에 속하는 사람이 연금체계에서 가장 손해를 보는 계층이죠?
연금보험료는 가장 많이 내고 노후에는 가장 낮은 비율의 보험금을 받으니까요. 하지만 이 45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의 소득이 얼만지 아십니까? 한 달에 3백60만원입니다. 한 달에 3백 60만원인 사람이 부양가족 3명을 데리고 있다면 이는 겨우 대한민국 평균 국민소득 수준에 불과한 돈입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평균국민소득을 버는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연금보험료를 내도록 설계돼 있는 것입니다.
360만원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도 360만원 버는 사람과 같은 21만 6천원만 내면 된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역진세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겁니다. 알기 쉽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몽룡씨는 한 달에 360만원을 버는 월급쟁이입니다. 그래서 21만 6천원의 연금 보험료를 냅니다. 하지만 한 달에 천만원을 버는 학도씨도 보험료는 21만 6천원으로 똑같습니다. 몽룡씨에게 보험료는 소득의 6%나 차지하지만 학도씨는 겨우 소득의 2%만 내면 됩니다.
국민연금의 주장대로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기 때문에 몽룡씨가 낸 돈이나 학도씨가 낸 돈이나 일정부분은 저소득층을 위해 쓰여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1단계에 속한 사람들은 자기가 낸 돈의 17배를 받고 45단계에 있는 사람은 7배도 안되는 돈을 받는 거죠.
하지만 버는 돈과 비교해 보면 몽룡씨는 학도씨보다 무려 3배나 많은 돈을 저소득층을 위해 부담하고 있는 셈입니다.
(*역진세: 많이 벌수록 세금을 적게 내고 적게 벌수록 세금을 더 내는
세금제도, 언뜻 그런 세금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시겠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세금의 절반 이상이 역진세죠... T.T-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글을
올리겠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국민 연금 체계에서 가장 크게 손해를 보는 사람은 한 달에 3백6십만원을 버는 사람입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부유층의 진짜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도 자체도 중산층이 가장 큰 손해를 보도록 교묘하게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왜 이렇게 제도를 만들어 놨을까요? 전 이해가 안 갑니다.)
자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리해볼까요... 결국 국민연금관리공단이 내놓은 주장은 연금의 진정한 필요성을 말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도대체 연금공단의 세 가지 주장 중에 현실성이 있거나 논리에 맞는 게 하나도 없군요!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선진국들이 이런 제도를 만들어 놓은 것일까요?
우리만이 아니라 선진국들도 우리 연금과 비슷한 약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하죠. 선진국 것을 그대로 베낀 것이니까... 음 물론 더 나쁜 점만 조금 더 강화됐을 가능성도 있긴 하죠... T.T) 그런데도 여러 나라 정부가 국민연금을 만들고 고집스럽게 이 제도를 끌고 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은 50년 뒤 고갈됩니다.!”
이 말을 누가 한 지 아시면 놀래실 겁니다. 이 말을 한 것은 다름아닌 바로 국민연금 관리공단이기 때문입니다. 연금공단은 항상 자신들이 투자에 성공해 엄청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 쪽에서는 이렇게 연금 기금이 고갈된다고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는 거죠.
더 뻔뻔스러운 것은 50년 뒤 연금기금이 고갈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금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입니다. 고갈되는 이유는 더 황당합니다. 연금보험료로 받는 돈보다 현재 지급하는 돈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고갈된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이는 연금기금의 설계 자체가 잘 못 됐다고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지금 나이가 5,60대인 사람은 연금보험료를 한 달에 2,3만원 씩 5년 동안만 내면 평생 8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언뜻 들어도 뭔가 액수가 안 맞죠? 낸 돈에 비해 받는 돈이 너무 많은 것 같지 않습니까?
이렇게 무리하게 운용하니까 당연히 연금기금을 아무리 잘 운용해도 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이게 국민연금을 도입한 진짜 이유입니다. 제가 1편에서 말씀드렸 듯이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연금 공단이 주장하는 것처럼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소득을 재분배하거나 노후를 완벽하게 보장하는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국민연금의 진짜 목적은 당장 노년층에게 선심성 연금을 지급하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우리처럼 급격하게 노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경우에는 노인 복지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선 노년층에 대한 생활고를 해결하는데 정부가 골머리를 앓게 됩니다. 특히 노년층이 급격히 늘어나면 경제성장률도 함께 떨어지는 법이어서 이들 노년층의 복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 노년층의 등장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반드시 등장하는 필수요소 같은 것이기 때문에 피해갈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정부가 이를 해결하는 데는 두 가지 선택의 기회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들 노년층이 일자리를 갖고 보람을 얻을 수 있도록 재취업의 기회를 늘리고 노년층에 대한 기본 인프라를 확충하는 적극적인 방법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 국민연금을 도입해 당장 노년층에게 연금을 주고 모자라는 돈은 나중에 수십 년이 지난 다음 젊은 층에게 세금처럼 징수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간단한 방법, 즉 국민연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채택했습니다. 얼마나 간편하고 쉽습니까? 노년층에 대해 재취업의 기회를 늘리거나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지만 이렇게 국민연금을 도입하면 노년층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노년층을 부양해야 하는 젊은 층에게는 너희도 곧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약간만’ 속이면 되는 거죠. 이게 현재 국민연금의 현주소이고 50년 뒤에 연금기금이 고갈된다며 연금관리공단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실’입니다.
이 경우 국민연금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현재 국민연금은 당장 노년층이 보험료로 낸 돈 보다 훨씬 더 많은 연금을 주고 있습니다. 이제 그 모자라는 부분은 계속 구멍이 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수십 년이 지나 연금기금이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면 그 부족한 부분은 다음 세대의 연금 보험료 납부자에게 물리게 됩니다.
노년층에게 쓰여진 연금을 다음세대가 부담하는 거죠. 결국 연금기금의
‘진짜’ 소득 재분배는 젊은 세대의 돈을 노년 세대에게 옮겨 주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겁니다.(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다음 세대 ‘중산층’의 돈을 노년 세대에게 옮겨 주는 것이죠. 앞서 올렸던 글에서 말 한 것처럼 국민연금의 최대 피해자는 중산층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다음 세대의 돈을 기존 세대가 끌어 쓰는 것을 세대간의 소득재분배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세대간의 소득 재분배가 일어나는 경우 우리나라 전체의 경제 구조도 상당히 왜곡되게 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오늘의 경제 성장을 위해 내일의 경제 성장을 희생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국민연금이 없다면 노년층의 소득은 줄어들고 당연히 소비도 줄어듭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통해 자신이 낸 것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된다면 그 만큼 소비를 더 할 수 있게 되죠. 이렇게 소비가 늘어나면 생산과 투자도 함께 늘어나 당연히 경제 규모가 커지게 됩니다. 결국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게 되죠.
반대로 나중에 ‘50년 뒤에’ 국민연금이 고갈돼 이를 메우게 될 다음 세대, 즉 젊은 세대를 생각해 봅시다. 이들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번 돈의 상당부분을 조상들이 낭비한 연금기금에 강제 헌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조상들이 쓴 돈을 메우기 위해 미래세대는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면 당연히 생산과 투자가 줄고 경제 규모가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결국 국민연금이 지금처럼 세대간의 소득재분배를 하게 되면 이는 오늘의 경제성장을 위해 내일의 경제성장을 희생하는 기능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 이제 고갈되기 까지 50년 남았다는 국민연금의 주장이 맞는지 검토해
봅시다. 국민연금 관리공단은 고갈되기까지 50년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이 남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슬프게도 이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자 앞서 부동산 얘기를 하면서 우리 경제가 맞이할 큰 변화 두 가지를
얘기했었는데요, 하나는 경제 성장률의 둔화고 또 다른 하나는 인구
감소입니다. 이렇게 앞으로 경제환경이 급변하면 연금 기금 조성에도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거의 무방비에 가깝습니다.
먼저 경제 성장률에 대한 국민연금 관리공단의 예상치를 보면 2010년까지 5.1% 수준의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더구나 2010년이 되면 우리 나라의 1인 당 국민소득이 2만 천8백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 했듯이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선진국의 기술을 베끼는
catch-up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번 정부가 소비는 미덕이라고 하도 강조하는 바람에 저축률이 크게 낮아져 잠재 성장률까지 낮아진 상탭니다.
게다가 인구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경제 활력도 상당히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2,3% 내외의 성장에 그치고 있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5%를 유지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탭니다.
만일 한 해에 5% 성장을 달성하지 못하고 2,3%대에 머문다면 연금기금과 관련된 경제상황은 크게 달라집니다. 한 해 5% 성장을 하면 국민소득이 두 배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14년 정도지만 2% 성장하면 35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선진국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연금기금이 고갈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50년이 아니라 절반 수준으로 빨라질 위험도 있습니다.
인구 감소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구가 곧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또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나면서 엄청난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앞서 말했던 것처럼 국민연금의 진짜 기능이 다음세대의 돈을 미리 끌어다 쓰는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이번 세대가 낭비한(?) 연금을 다음 세대가 갚아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다음 세대의 인구가 반으로 줄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다음 세대의 부담은 당장 두 배로 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인구가 크게 줄어들면서 국민연금기금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점은 국책 연구기관인 KDI에서도 이미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KDI조차도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게 되면 연금 기금 고갈이 크게 앞당겨 질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심각성에 대해서는 KDI나 국민연금기금이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곧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거나 아니면 고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보험료처럼 갑자기 서너 배 뛰는 끔찍한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헉~~ 지금보다 서너 배 뛰면 도대체 얼마야? T.T)
정부가 국민연금기금으로 눈가리고 아웅식의 고령화 대책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나중에 엄청난 대가를 치루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경제 성장률마저 왜곡해 우리 경제의 앞날마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진정으로 노년층의 복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할 땝니다. 다음 세대를 희생시키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대한 민국의 잠재 성장률도 높이고 노인층에 대한 실질적인 복지도 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책을 기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