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만한 조건부터 깔고 가자면, 버스기사는 자칭 53세고, 저는 겉보기나이는 18~22세입니다. 또한, 그다지 공손한 태도를 취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사는 제주도는 시골지역이 많아서, 집에서 시내로 나가려면 교통편이 몹시 불편합니다.
읍면순환버스로 17킬로미터(직행거리) 떨어진 시골시내로 나간 뒤 거기서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가야 하죠.
읍면순환버스는 몇 시간 간격으로 있는데, 막차는 7시40분에 있습니다.
제가 여느때와 다름없이 그 버스를 탔는데요. 시골버스라서 제가 타는 시점에서는 승객이 거의 저 혼자고, 시골시내까지 나가는 도중에 몇 사람이 타는 경우가 있는 정도입니다(어제 몇 사람 타더군요).
그런데 버스를 타며 행선지를 말하고, 버스기사가 버스카드 결제기에 요금을 띄워주고, 저는 버스카드를 찍고 버스 좌석 중간쯤에 가서 앉았는데요.
별안간 버스기사가 화를 내며 소리를 치더군요.
버스기사: 야! 너 이리 맨 앞자리 와서 앉아!
???
밑도끝도 없이 화를 내며 소리를 치는 버스기사. 솔직히 전 이 시작부분에서부터 딱 감이 오더군요.
이게 무슨 느낌이었냐면, 술주정뱅이가 시비를 걸어올 때의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대체 저 버스기사는 뭔데 생판 타인인 승객에게 앞자리에 앉으라고 반말로 명령질인지 이해를 못 하겠더군요.
나: ???
제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자, 버스기사는 운행을 중단하고 버스를 세우더니-_- 제가 앉아있는 좌석 옆에 버티고 섰습니다.
버스기사: 야! 이 버스가 네 거야?
나: ???
버스기사: 내가 맨 앞자리에 앉으라면 앉아야 할 거 아니야! 이 버스가 네 거야? 공공시설물이 네 거야?
이런 미친 ㅡㅡ;
상대가 53세건 뭐건 잘못된 건 잘못된 거니까 말하는 건데, 솔직히 이 버스기사가 술먹고 운전하고 있다가 술주정을 부리고 있는 건가 진지하게 걱정이 되더군요.
그러다가 강제로 끌어내려고 들더군요.
음, 제 손목을 붙잡고 비틀었습니다.
아프다고 한 3번쯤 말한 것 같네요.
그리고 이 버스기사가 뭐라고 마구 화를 냈는데, 대충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1. 내가 맨 앞자리에 앉으라면 앉아야 할 거 아니야! 이 버스가 네 거야? 공공시설물이 네 거야?
2. 어른이 말하는데 이런 싸가지없는 새끼
3. 중간에도 환승할 수 있는 버스정거장 있는데 왜 시골시내(종점)까지 가서 내리는 거냐
4. 의자 등받이는 왜 뒤로 젖혀놓냐
5. 버스에서 왜 자냐. 종점 오면 내가 너 내리라고 말을 해줘야겠냐? 알아서 내리면 안 돼?
6. 버스기사들 다들 너를 또라이라고 욕한다
………….
그나마 좀 들어줄 만한 소리가, <의자 등받이 젖히는 거>랑 <졸다가 종점에서 바로 안 내리는 거> 정도 같은데,
그게 그렇게 욕먹을 짓이고, 버스기사가 버스를 세워가며 이런 짓을 할 정도의 짓인가…….
심지어 버스에서 졸다가 바로 안 내린 건 대충 몇 달 전에나 몇 번 있었던 일 같습니다. 버스기사도 그러더군요. <한동안 안 보이더니 왜 또>라고.
대충 그러다가,
버스기사가 일단 다시 운전대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조금 가다가, 옆에서 다른 버스가 지나가니까 또 버스를 세우더군요.
그러더니 하는 짓이, 창문 너머로 옆 차도의 버스기사에게,
버스기사: 아 이 씨발 이 새끼 완전 또라이새끼 아니야 씨발
옆 버스기사: ???
옆 버스기사는 제가 누군지도 모르더군요. 버스기사가 그러고 있자, 저도 창문 너머로 옆 버스기사를 보고 <안녕하세요?> 하니까 옆 버스기사 왈 <난 누군지 모르는데>.
뭐 대충 그런 식으로 옆 버스기사를 향해 저를 향한 욕설을 마구 퍼붓더니, (운전 좀 하세요 노선시간이 벌써 몇십분 늦어진 거야)
다시 또 운전을 하기는 하는데,
이번에는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겁니다. (지금 생각난 건데, 운전 중 통화가 불법인가요?)
버스기사: 야 지금 씨발새끼가 탔는데 씨발 싸가지 없는 새끼 어쩌고저쩌고
뒤쪽에 앉은데다가 귀가 어두운 편인 저한테도 다 들리고도 남는 큰 목소리로 마구 욕지거리를 하더군요.
음, 어떤 식으로 전개됐더라.
그러더니 이번에는 또 버스카드 요금을 가지고 시비를 걸기 시작합니다.
버스기사: 야! 너 내려! 아니면 시골시내(종점)까지 가려면 카드 다시 찍어!
이런 미친 ㅋㅋㅋㅋㅋㅋ 아까 요금 찍어준 건 아저씨잖아요 ㅋㅋㅋㅋㅋㅋ
뭐 일단은 느릿~느릿~하게 움직여서 버스 앞으로 가서 버스카드를 대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는데,
버스기사: 야! 요금 잘못 찍혔어 와서 다시 찍어!
………………………….
나: 요금을 찍어준 건 아저씨 아니세요?
버스기사: 아 찍으라고 씨발새끼야!
음, 전부 이런 패턴이었습니다. 무조건 자기 할 말만 하고, 욕만 하더군요.
나: 내릴 때 찍어도 되니까 내릴 때 찍을게요.
그리고 굳이 말하자면, 일단은이기는 하지만 저는 몸이 좀 불편하지 말입니다. (…….)
참으로 건강에 해가 되는 상황이었네요. 이 버스.
버스기사: 이 씨발새끼 너 버스카드 안 찍으면 파출소로 끌고 간다 새끼야!
나: 네, 그러세요. (이 글의 맨 처음에서도 말했지만, 저는 굳이 공손하게 숙이고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버스기사: 찍으라고 이 개좆만한 새끼야!
그리고, 버스에 탔을 때부터 종점에서 내릴 때까지 중간중간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왔습니다.
버스기사: 죽고 싶냐? 죽여버린다?
버스기사: 너까짓 새끼 죽여버리고 내일 관두면 돼.
버스기사: 씨발 싸이코패스…… 싸이코패스 새끼……. (무슨 뜻인지는 알고 쓰는 건지 의문)
버스기사: 너 앞으로 버스는 다 탔다고 생각해라. 너 있으면 그냥 비켜서 간다.
버스기사: 씨발 부모도 없는 것 같은 새끼
우리 부모님은 진상부리는 어른은 상대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뭐 대충 우여곡절 끝에 종점까지 오기는 왔습니다.
아까 버스카드 다시 찍으라고 한 거 찍으면서 내렸고요.
버스 안에서 계속해서 폭언, 욕설, 위협을 일삼았고,
그것만이었다면 또 모를까,
손목을 비틀어 아프게 하는 등, 신체적으로도 손을 댔기 때문에,
저는 이 버스기사를 경찰에 신고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 아까 파출소로 가자고 하셨죠. 같이 가실까요?
버스기사: ?! 내가 왜 가?
나: 왜 가긴요.
버스기사: 그냥 가 이 새끼야!
나: 안 가시나요?
버스기사: 가라고!
나: 아, 그래요. 그럼 부를게요.
어째서인지 버스기사는 다시 버스 안 운전석 쪽으로 들어갔고,
저는 버스 내리는 문 위쪽에 붙어있는 버스회사명과 회사전화번호, 운전기사명 같은 걸 보려고 휴대전화로 112를 누르며 버스 문 계단을 올라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버스기사가 위에서 저를 떠밀었습니다.
112가 눌러진 스마트폰과 저는 아래로 내동댕이쳐졌고요.
이때였는지 어깨를 다친 것 같습니다. 처음엔 별로 크게 안 다친 줄 알았는데 8시간이 지난 지금도 아프네요. 어째 가면 갈수록 아파지는 것 같기도 하고.
별거 아니라면 아니긴 한데 짜증나고 신경 쓰일 정도로는 아프네요. 1주일쯤 가만 내버려두면 나을 것 같기도 하지만 일단은 병원에 가서 진단 정도는 받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하긴 했는데, 일단은 저는 거동이 일반인보다 좀 불편한 환자입니다.
특히 자고 일어난 뒤 몇 시간 정도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 하는 경우도 많아요.
일단 몸을 추스리고, 이미 112로 걸려 있는 스마트폰에, 버스기사가 시비걸고 폭행했다는 사건과 현재 위치를 설명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갑자기 버스기사의 태도가,
버스기사: 야 기사님이 미안해
버스기사: 뭐 그럴 수도 있지
버스기사: 기사님이 미안하다고 하잖아
이런 식이 되더군요. ㅡ_ㅡ (근데 왜 자기 1인칭이 ‘기사님’이지;; ‘아저씨’도 아니고;;)
그 자리에 그냥 앉은 채 5분 정도 기다리고 있자니 경찰차가 왔습니다.
버스기사: (경찰아저씨에게) 어이구 안녕하세요.
경찰: 신고하신 분?
버스기사: 아뇨 이쪽인데.
경찰: 무슨 일입니까?
버스기사: 아니 얘가 버스를 타는데요 버스에서 잠을 자서 어쩌고 (뭐라고 했더라)
경찰: 아니 됐고요 피해자한테 얘기 들어볼게요 무슨 일입니까
나: 버스를 타는데 타자마자 다짜고짜 앞자리에 앉으라고 소리를 치더니, 욕설에 위협에, 손목을 비틀고, 차에서 내린 뒤에는 떠밀고 어쩌고저쩌고
경찰: 아 어깨 많이 다치셨습니까?
나: (왼손으로 오른쪽어깨를 잡고 있었는데 다쳤다는 자각이 없었음) 어……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네요.
경찰: 음,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고소하실래요?
나: 아, 네.
버스기사: 아 뭐 그런 걸 가지고 아 내가 그러니까
경찰: 아저씨는 가만히 좀 계셔 보시고요. 신고하신 분, 혼자 일어나실 수 있겠어요?
나: 아, 네. (천천히 일어나서 살짝 흔들거리며 경찰차로 걸어감)
버스기사: (뒤에서) 아, 그래 쟤가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긴 하더라고요 나도 봐서 알아요 그런데 어쩌고저쩌고 (뭐래;;)
경찰차 뒤쪽에서 경찰아저씨가 고소장과 펜을 주시더군요.
경찰차 뒤 본넷? 트렁크실? 거기 위에서 쓰라고 주시는데,
제가 서 있을 수가 없어서 한쪽 무릎을 꿇고, 차 벽면에 대고 쓰려고 하자,
경찰: 아, 몸이 불편하시면 타시죠. 파출소에서 천천히 쓰셔도 됩니다.
그래서 경찰차에 탔습니다.
그러자, 버스기사가 다가와서는 경찰차 조수석 창문으로 얼굴을 들이밀면서,
버스기사: 아 그러니까 내가 어쩌고저쩌고
경찰: (운전석에서) 아저씨, 저리 가세요.
버스기사: (조수석 창문에서) 아 왜 나한테 화를 내요?
경찰: (운전석에서) 화내는 거 아니예요. 알았으니까 조용히 하시고 저리 가시라고요.
그리고 뒤에서 뭐라고 구시렁대는 버스기사를 남겨두고 경찰차로 파출소에 왔습니다.
고소장을 쓰는데 몸도 별로 안 좋고 내용도 길어서 좀 오래 걸리겠더라고요.
시외버스도 타러 가야 하고.
경찰아저씨가 고소장을 주시면서, 자택에서 느긋하게 써서 가져오시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고소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일 외출하기 전까지 써서 외출하면서 갖다드리면 될 것 같네요.
고소장에는 <본인은 피고인을 ○○죄로 고소합니다.>라는 항목이 있던데 거기에는 <폭행>이라고 썼고요.
사건경위는 아직 초반밖에 못 썼지만, 금방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뭐 대충 이렇게 됐는데요.
가만 생각해 보니까, 이거 합의를 하게 되면 합의금을 받아야 하네요?
남들 피해사례 읽을 때는 <저런 쓰레기 같은 놈! 절대 봐주지 마세요!>라고 댓글을 달아왔지만 ㅡ.ㅡ
합의금을 받자고 하니까 돈 받자고 고소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뭔가 찜찜하기도 하고.
위 내용이 저번에 썼던 거고요.
일단 병원 가서 진단서인지 의사소견서인지 끊어는 놨습니다. 뭐 며칠 지난 이 시점에서는 거의 다 나은 것 같기도 하지만.
접수비, 진단서비, 엑스레이비 등 거의 10만 원 돈이 나가더군요. 시간도 몇 시간이나 걸리고 ㄷㄷㄷ
그리고 사건 이틀 뒤에 파출소에 고소장 제출하러 갔는데 오후 8시 30분이었는데 아무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소장만 놓고 왔더니,
또 이틀 뒤에 전화와서 지장을 찍어야 한다고 ㅡ.ㅡ;;
그래서 어제 또 가서 지장 찍었습니다 ㅡ.ㅡ;;
이제 오늘내일모레 사이로 큰 경찰서에서 진술하러 오라고 전화가 오겠네요.
인실좆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는 후기로 계속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제게 필요한 조언을 갖고 계시다면 댓글로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