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얘기좀 들어주세요.
저는 남친이랑 사귄지 이제 7개월 정도 됬습니다.
저보다 5살 많은 31살이구요.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파견나갔다가 만나게 된 사이입니다.
서로 가치관이나 좋아하는 것들이 비슷하고 말도 잘 통해서 무척 사이가 좋았구요,
항상 자기가 하는 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실제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구요.
또 저한테 참 잘해주고 저를 아껴준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저 또한 이 사람을 정말 사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한 가지 안 맞는 것이 있다면 성격이 완전 반대라는거에요.
저는 좀 겁이 많고 우유부단하기도 하고 소심한 편이에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전혀 소심함과는 거리가 멀어요. 자기 주관이 뚜렷한 편이고 아무래도 저보다 5년 더 살았기 때문에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구요.
처음엔 참 좋았는데 갈수록 제가 많이 좋아하게 되고 의지도 하고 그러다보니 남자친구랑 조금이라도 안좋은 말이 오가거나 사소하게 다투게 되면,
남자친구가 화내거나 혹은 헤어지자고 할까봐(남자친구가 현실적인 편이라 냉정하게 말할 땐 냉정한 편이라..) 제가 좀 참다가 잘못했다고 하거나 용기내서 사과를 했습니다.
제 입으로 이런말 하긴 뭐하지만 제가 마음이 진짜 여리거든요. 정말 툭하고 건드리면 물풍선처럼 눈물이 터져버리는 그런 애라서..
저도 이런 제 성격이 싫지만 어렸을 때부터 워낙 강심장이 못됬던 터라 고치기가 어렵더라구요.
조금이라도 상처되는 말을 듣거나 누군가 화를 내면 금방 흥분을 컨트롤못하고 눈물이 나요..
어쨌든 저와 반대였던 남자친구입장에서 저의 그런 모습은 정말 답답하고 미련해보였을거에요.
잘 불만을 얘기안하고 참고 그러는 모습이말이에요. (답답해서 저한테 화나면 화 좀 내라고 몇 번 그랬었어요. )
아무래도 원래 성격탓도 있고 서로 싸우는 게 두려워서 제가 더 참았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런 순간순간들이 남자친구는 점점 불만처럼 쌓여갔던 것 같아요.
엊그제도 말다툼으로 싸웠다가 하루 지나 전화가 와서는 그러더군요.
항상 내가 너에게 자신감좀 가지라구 요구를 하고 저는 잘못했다 고치겠다 그런다구. 그런 수평적이지 않은 관계(한 쪽에 치우쳐진)는 싫다면서..
그리고 남자친구가 가끔 말이 안되게 좀 오바해서 저한테 화를 내거나 돌아선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자기가 생각해도 이건 자기가 백번 잘못한거라고
근데 자기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답니다. 아마 저런 수평적이지 않은 관계(제가 참아주고 속시원하게 화내지 않고 먼저 미안하다고 하는)에 기인하여 오빠 자신도 모르게
저에게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남자친구는 제가 너무 착하고 아직도 저를 아끼고 좋아하는데 앞으로 계속 만난다해도 저한테 저런식으로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서 상처를 줄 것 같다 하네요.
저는 솔직히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할 정도로 우리 사이가 수평적이지 못하다고는 생각 안했습니다.
물론 그 전부터 남자친구가 한쪽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참고 하는 건 오래 만날 수 없다고 사이가 안 좋게 된다고 몇번 말했지만..
어쨌든 저는 남자친구에게 오빠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심하게 내가 벌벌 기었던 적도 없고 그정도로 수평적이지 못하다고 생각 안하고있었다고..
그래서 지금 오빠가 좀 오바해서 생각하는 것 같고 당황스럽다고.
제가 오빠가 그정도로 생각하는 거 오바라고.. 하니까 그러냐면서 '○○이는 그렇게 생각안해? 그럼 내가 지금 생각하는 거를 앞으로 만나면서 깨뜨릴 수 있냐면서..
만약에 앞으로도 만나다가 안좋아지면 어떡할래?' 이러는거에요.
그때 사실 말문이 막혔어요. 2년전 전남자친구가 헤어질 때도 앞으로 더 안좋아질것같으니 헤어진다고 했었거든요.
그땐 정말 수평적이지 못했기 때문에(정말 저 혼자 좋아하는 느낌이었거든요) 헤어지기 위해 저렇게 얘기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비슷한 얘기를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지금 남친에게 듣고 있으니 저는 내가 또 같은 전철을 밟고 있나.. 나한테 문제가 있나..내가 그때랑 달리 변한게 없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저는 납득이 안되는 쪽으로 얘기해서 그만 만나자고 하는 건 넘어가기로 했는데.. 역시나 맘이 편치는 않네요..
물론 남자친구도 생각하고 또 생각했고 자기 스스로 앞으로의 관계를 너무 단정짓는 걸수도 있어서 제 얘기도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 했지만.
저는 그냥 저렇게 생각했다는 거 자체가 그만큼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생각되서..
마음이 아직도 무겁습니다.
깨진 유리는 다시 붙일 수 없다는데 마치 우리 사이가 꼭 그런것 같아서..
제가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더 제가 오늘 같은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말 하나하나에 신경쓰고 주의를 기울일까봐 겁납니다.
긴 얘기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저랑 제 남자친구는 이미 틀어진걸까요?
아님 제가 좀 바뀌면 나아질 수 있는 걸까요..?
조언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